영풍,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명함·안내문 사칭 의혹까지…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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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명함·안내문 사칭 의혹까지…갈등 격화
  • 박주범
  • 승인 2024.02.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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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예정된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 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풍이 사칭한 명함과 안내문을 주주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각종 제보에 따르면 일부 고려아연 주주 사이에서는 영풍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명함과 안내문이 고려아연의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총에서 고려아연 편을 들고자 했던 주주가 의결권 위임 대상을 착각해 고려아연이 아닌 영풍에 표를 주는 상황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영풍의 권유업무 대리인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는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 요청을 하며 '고려아연 주식회사'라는 사명이 적힌 명함을 전달했다.

해당 명함에는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고려아연 주식회사라는 사명이 더 크게 적혀있기 때문에 고려아연 직원의 명함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고려아연 주주 A씨는 "당연히 고려아연 쪽에서 나온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니더라"고 말했다.

일부 주주는 해당 명함을 보고 케이디엠메가홀딩스가 고려아연을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케이디엠메가홀딩스로부터 위임장 제공을 권유받은 주주 중 일부는 권유 주체를 잘못 알고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에 연락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자본시장법과 형법 상 업무방해죄 등 법 위반 소지를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의결권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25일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필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29일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게 고민"이라며 "사법당국이 수사를 들어가면 몇개월 걸리는데 그러면 주주총회가 끝난 지 한참 뒤다. 이것을 멈추게 하는게 중요한데 실효성 부분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주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서 주주총회 현장에서 나오는 주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영풍은 해당 명함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의결건 위임을 권유할 때는 명함만 주는 게 아니라 충분한 설명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풍 관계자는 "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할 때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을 대리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하러 왔다'는 취지로 얘기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오해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면세뉴스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영풍 홍보팀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고려아연과 영풍그룹은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예고했다. 표 대결의 핵심은 배당과 주주환원율 안건이다. 영풍은 "배당을 주당 5000원 더 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이미 주주환원율이 76%나 된다"며 맞섰다. 이에 소액주주의 위임을 누가 더 많이 받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이 유력시된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참석율이 평균 85%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미 영풍과 장씨 일가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부결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75년간 동업 관계를 맺어왔으나, 영풍이 고려아연의 배당안과 정관변경안건을 두고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대립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공동 설립했다. 그동안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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