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된 한미사이언스가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체적으로 신약개발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양사가 마음을 터 놓고 뜨겁게 협력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29일 "이 시간을 함께 해준 OCI측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본의 아니게 양사 관계를 복잡하게 만든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며 "OCI그룹 모든 임직원, 그리고 대주주 가족분들께도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은 어렵게 됐지만 양사가 협력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한다. OCI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한미그룹도 변함없이 신약개발을 향한 길을 올곧게 가겠다"고 덧붙였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이날 그룹사 게시판에 "통합이 최종 성사에 이르지 못해 회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조금 느리게 돌아갈 뿐 지금까지와 변함 없이 가야 할 길을 가자"고 메시지를 남겼다.
송 회장은 "임성기 선대 회장 타계 후 발생한 여러 어려움 속에서 ‘신약명가 한미의 DNA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란 경영적 판단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다"며 "지난 두 달여간 소란스러웠던 회사 안팎을 묵묵히 지켜보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준 임직원께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다수의 새 이사진이 합류할 예정이라서, 임직원 여러분이 다소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회장으로서 말씀 드린다. 한미에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 안을 만들게 했던 여러 어려운 상황들은 그대로이므로, 경영진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힘을 합해 신약명가 한미를 지키고 발전시킬 방안을 다시금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임직원 여러분은 지금처럼 맡은 바 본분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여러분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드리겠다는 저의 다짐과 약속은 여전히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OCI와의 통합에 반대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형제의 누이인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이 추진한 OCI와의 통합은 무산됐다.
앞서 올해 1월 송 회장 모녀가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 의사를 나타낸 임종윤-종훈 형제와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분쟁의 시발점은 2020년 8월 사망한 임성기 선대회장의 상속세 납부 문제다.
임 선대회장의 배우자인 송 회장과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현 사장에게는 5400억원 상당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2년 간 투자회사를 찾던 한미는 OCI그룹과 손을 잡았다.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통합으로 인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할 예정이었다. 이 중 일부를 현금으로 확보하게 되므로, 상속세 마련에 숨통이 트이게 되는 식이다.
송 회장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상속세가 이번 통합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면서도 "한미의 DNA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OCI그룹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형제들은 이같은 결정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녀의 경영권 확보만을 위한 행위라고 봤다. OCI와의 결합은 임 선대회장이 일군 신약 개발 DNA를 무너뜨리고 한미의 미래를 암담하게 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