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지연·고성 난무한 혼돈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로 존중하자' 선대회장 뜻은 어디에 [KDF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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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지연·고성 난무한 혼돈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로 존중하자' 선대회장 뜻은 어디에 [KDF 시선]
  • 김상록
  • 승인 2024.03.28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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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주주총회. 사진=연합뉴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총회는 3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겨우 시작됐고, 총회의 핵심 안건이었던 사내이사 투표 결과 발표가 지연된 끝에 정회를 선포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수차례 고성이 오가는 등 파행이 우려될만한 상황이 다수 나왔다. "상대가 누구라도 서로를 존중하며 마음을 터놓고 협력할 대상을 찾아나서자"고 했던 창업주 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메시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주주총회 장소는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 신텍스홀이었다. 장소 선정을 놓고 신경전이 펼쳐졌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주총 장소에 대해 "팔탄에서 16㎞ 떨어진 제3의 장소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의문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미그룹은 "그동안 특별한 경영상황 관련한 이슈가 없었으므로, 주주들께 편의를 드리고자 본점 소재지가 아닌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진행해 왔다"며 "다만, 이번 주총은 표 대결이 예정돼 있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상법 제364조에서 '주주총회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지에 소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한미사이언스 정관에도 '주주총회는 본점 소재지 또는 그 인접지역에서 개최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폭풍전야 속 치러진 이날 주총은 시작부터 원활하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지연되자 주총 진행자는 "많은 주주분들께서 총회에 관심을 가지고 위임하면서 위임장 집계 과정이 딜레이되고 있다. 주주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것 같아서 죄송하다"며 "신속하게 총회가 개최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담당 검사가 위임장을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졌고, 11시에 이르러서도 총회는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행자는 11시를 넘기자 "총회 개최가 지연되는 것에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겠다. 회사는 오전 5시부터 금일 총회 참석 주식, 주주 주식 수의 집계를 시작했고 오전 9시 전후로 끝날 것을 예상했다"며 "집계는 예상대로 끝났지만 위임장 확인 절차 부분이 지연되고 있다. 거의 다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30여분 뒤에도 "공정한 총회 진행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애쓰시는 만큼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 허기진 주주님들은 뒤에 구비된 간식을 드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이른 시간부터 자리 잡고 취재를 준비한 기자들은 실소를 내뱉었다.

12시가 넘었음에도 주총은 시작되지 않았다. 진행자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죄송하다"고 했다. 이때 주주들의 항의 소리가 들렸다.

우여곡절 끝에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주총이 시작됐다.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 건 이후 진행된 2호 의안 이사 선임의 건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투표 결과 발표까지 한 시간 넘는 시간이 소요되며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한미사이언스는 2시 14분쯤 "최대한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 주주는 정회가 선언된 이후 단상 앞에 올라가 "지금 몇 시간째냐. 사람들 앉혀놓고 마냥 기다리라는 거냐. 복잡할게 뭐가 있냐"며 항의했다.

또한,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주총 의장을 맡은 신영재 전무 이사가 주주 측에서 선정한 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갑자기 "전무 이사냐. 등기 이사 아니냐"라고 물었다.

신 전무가 "등기 이사가 아니다"라고 하자 임 전 사장은 "등기 이사가 아닌데 왜 이사라고 하셨나. 거짓말 하셨나. 사기인가"라며 "한미의 수준이 좀 참담하다"고 말했다. 주총을 앞두고 벌였던 장외 신경전이 주총 당일에도 이어졌다.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좌측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연합뉴스

사내이사 표결은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형제 측이 본인들을 포함해 제안한 사내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누이인 임주현 부회장의 사내 이사 선임은 불발됐으며, 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제안한 이사 후보자들도 보통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선임이 무산됐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추진한 OCI와의 통합은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을 제공한 쪽이 모녀였던 만큼 두 사람의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 및 주총 표 대결이 상처 뿐인 승리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화합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일단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주주총회가 종료된 후 취재진에게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번 계기로 실망하셨겠지만 같이 가기로 했고 회사가 여러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나간 분들이 다시 오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인 임종훈 전 한미정밀화학 사장도 "앞으로 저희 가족들이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회사 발전에 대해서 집중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그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가족 간에 벌어진 인신 공격성 발언은 주주 뿐만 아니라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제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은 그만하고, 한미그룹의 재도약에 집중하는 것이 어머니 송영숙과 자녀 임종윤-임주현-임종훈의 책무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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