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시장 ‘K-뷰티’ 열풍과 국산 화장품 도약, 우연 아닌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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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시장 ‘K-뷰티’ 열풍과 국산 화장품 도약, 우연 아닌 필연
  • 권미경
  • 승인 2016.11.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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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글로벌화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여성들이 자신을 가꿔온 역사와 아름다움을 향한 욕구는 ‘꿈’과 ‘근면성’이 바탕이 돼 지금의 국산 화장품 사업으로 나타났다. 사계절에 최적화된 제품과 까다로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해야 하는 환경도 그 이유다. 여성은 무엇보다 ‘예뻐야’ 한다는 외모 지상주의의 한국 사회에 대한 요구 때문이라고 해야 될까?

필자는 2000년대 중반 글로벌 화장품 업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에스티로더'社에서 근무했다. 미국 본사에서 방문해오는 많은 사내 관계자들의 공통된 탄성은 한국 여성들의 ‘피부’와 ‘화장품’을 포함한 전체적인 용모에서 한국은 뷰티업계의 ‘약속의 땅’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형 백화점 1층에 즐비한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의 매장에 로고 캐노피를 올리고 있는 한국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헤라’정도였다. LG생활건강의 ‘후’도 자주 보긴 힘들었다.

클렌징과 수분크림로 스킨케어에 만족하고, 향수 구매가 중심인 서구인들의 소비 패턴에 비하면 한국은 더없이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향수'와 '화장품'의 본고장이라고 자부하던 프랑스, '에스티로더'와 '엘리자베스 아덴'으로 현대 화장품의 선두라고 자부하던 미국 등 모두 한국 여성들이 스킨케어에 공을 들이며 클렌징부터 영양크림까지 전체 제품 라인을 구매하는 것에 놀라움을 보였다. 물론 세련된 메이크업 기법까지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런 한국 소비자를 위해 각 화장품 매장에 상담 테이블이 디자인되기 시작했다는 것도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스킨케어는 우선 소비자를 앉혀놓고 손등 등에 제품을 발라가며 설명을 해야 된다. 소비자는 상담을 받으며 다수 혹은 전 라인을 구매하는 ‘레지멘 셀링’이 된다. 한국 소비자를 위해 글로벌 브랜드들은 '토너'에 '로션', '기능성 세럼', 그 위에 '아이크림'과 '수분크림', '탄력크림', '재생크림', '화이트닝 크림' 그에 더해 '오일'과 믹스하는 등 계속 레지맨을 만들어왔다.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세계 최고 매출 및 효율을 보이는 매장이 서울에 몰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1년 화장품 유통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며 면세점부터 매출 순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찾는 화장품 브랜드가 '설화수'에 이어 '후', '라네즈'가 되더니 이제는 면세점마다 한국 화장품으로 한 개 층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면세점별 상이하긴 하나 국산품 매출이 50~70%를 차지하는 가운데 화장품 매출이 80%에 달하고 있다.

올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12조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50%가 국산 화장품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떻게 가능해진 것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화된 화장품은 1961년 ‘박가분’이라고 한다. 일제에서 해방이 되고 '동동 구리므', '제트크림', 낭낭 화장품으로 시작된 우리 화장품은 분과 크림 일색이었다. 화장품 종류의 다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경제 개발이 본격화된 60년대 초 부터다.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 해외 화장품에 제재를 가해 그 기회를 타고 '태평양화학', '한국화장품', '피어리스', '유한양행' 등 화장품 업체들이 생겨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초창기에 인근 일본 '시세이도', 미국 '에스티로더', 파리 '랑콤' 등을 벤치마킹하며 우리의 피부를 연구해왔다.

“화장품은 피부가 먹는 밥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루 세끼 식사를 하듯 매일같이 최소 두 번 먹는 피부의 ‘밥’이 바로 화장품이다. 그러나 아침과 저녁에 피부를 위한 케어 과정이 다르고 요구하는 기능과 성분도 상이하다. 따가운 봄볕이 요구하는 피부 밥과 덥고 땀에 젖어 모공이 늘어지는 여름에 필요한 피부 밥 또한 다르다.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에 피부를 보호할 피부 밥도 다르다. 물론 타고난 피부와 고민에 따라 모두 다르다.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기능, 더 곱고 탄력 있는 피부, 그리고 피부 표현을 돕는 기능 등이 요구된다.

그러나 화장품은 그런 기능만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을 피부에 바를 때 패키징에서 느끼는 약속된 아름다움, 집어들 때 느끼는 용기의 감촉과 기능을 비롯해 향, 퍼짐, 발림, 흡착 후 손 끝 느낌까지 화장품은 그야말로 고감도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화장품 효능과 함께 고감도의 360도 감성 만족 마케팅이 돼야 하는 이유다.

한국 화장품의 도약은 다음의 세 가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라 생각한다. 먼저 60년 가까이 우리의 피부를 연구함과 동시에 화장품 선진 국가들의 제품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벤치마킹'하며 접목하며 성장한 한국 화장품의 '안전성'과 '기능성', 더불어 '세련미'가 그것이다. 그러한 제품력이 한국인의 ‘끼’가 세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한류', 'K-뮤직', 'K-드라마', 'K-패션'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다. 한류 스타들의 깨끗하고 백옥 같은 피부와 세련된 메이크업이 고밀도 클로즈업된 화면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했다. 이를 계기로 국산 화장품을 접한 세계인들의 만족도가 높고 한국 여성들의 고운 피부와 세련된 스타일은 세계인의 관심과 따라 하기 대상이 된 것이다.

고운 피부를 가꾸기 위한 한국 여성의 노력과 뛰어난 미모와 세련미가 한류 열풍을 타고 국산 화장품의 훌륭한 제품성을 뒷받침하는 마케팅 툴로서의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백화점과 면세점,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화장품의 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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