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HD현대와 군의 '평소 유착관계' 보여준 사건...용인하면 K방산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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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HD현대와 군의 '평소 유착관계' 보여준 사건...용인하면 K방산 위태"
  • 박주범
  • 승인 2024.03.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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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서울 한화빌딩에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형사고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을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고발한 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전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날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유죄를 받았음에도 지난달 27일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계약심의회를 통해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에 대해 ‘행정지도’로 결론을 낸 이유에 대해 주로 문제 삼았다.

방사청은 불법 취득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의 임원 등 경영진의 개입이 없다고 판단해 향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행정지도로 결론 낸 것이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이번 군사기밀 탈취 사건에 개입한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화오션이 제시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판결문 일부에 따르면, 해당 직원들은 관련 기밀을 별도의 신규 서버에 저장했는데 이는 비용이 지출되는 부분이라 내부 임원의 결재가 필히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군 검찰의 형사사건 기록을 보면 해당 직원들은 군사기밀에 대해 상급자들도 알고 있었음을 진술했다. 또한 일반기업의 팀장급 직원이 해군본부 함정 기술처장을 직접 만난 점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은 임원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5일 한화오션의 '경쟁사 기밀 탈취 경과 및 고발장 제출과 관련한 입장에 대한 설명회' 현장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전날 고발에 대해 "KDDX 사업 입찰 등 업체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라며, "조직적인 군사기밀 탈취 범죄에 대해 상응하는 처벌과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불공정한 특혜는 K방산의 신뢰를 갉아먹고 자주국방의 기본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Q. 하반기 KDDX 입찰을 위해 경쟁사의 입찰제한을 염두에 두고 고발한 것은 아닌가? 경쟁사가 낙찰 받았을 때 불복 내지는 번복하기 위한 작업 아닌가?
A. 이익의 다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방사청은 KDDX 사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경쟁입찰을 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경쟁해서 수주 여부를 다툴 것이다. 이번 사업 수주와 연결지어 고발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다.

(함정 건조는 기본적으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사업의 경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일반적으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주로 이후 과정을 맡아 왔다. 하반기 KDDX 입찰과 관련해 이번 고발 수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사업 입찰 이전에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당 사건의 진행 경과 도표

Q. 오늘 설명한 자료를 방사청의 계약심의회에 제출했으나 거절 당한 것인가?
A. 우리가 요청에 받은 자료가 심의회 전날인 2월 26일 오후 4시경이었다. 자료 분량이 1000폐이지가 넘는다는 점과 검토 시간 등에 한계가 있었다. 이 점은 상당히 아쉽다.

Q.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2025년까지 방위사업 입찰에서 1.8점의 감점을 적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입찰자격 제한까지 받는다면 이중제재라는 주장이 있다.
A. 보안사고 감점은 선정기준 중의 하나이고, 부정행위에 따른 입찰자격 제한과는 별개 사안이다. 이중 처벌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만큼 이번 사안은 중대한 위반상황이다.

Q.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이 (상황에 따라) 수의계약도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A. 법적으로 수의계약은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군사기밀 불법취득 업체가 사안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이번 고발이 방사청의 행정지도 번복 등 재심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
A. 계약심의회는 말 그대로 심의하는 곳이지 어떤 의결을 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새로운 사실이 발생된다면 새로운 심의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화오션이 군사기밀 불법취득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증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탈취한 기밀들을 외부 용역의 별도 서버에 저장한 것은 내부 임원의 결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 해당 형사사건 기록 중 피의자가 '중역이 결제했다'고 진술한 내용, 팀장급인 피의자가 '저보다 높은 직급 직원과 같이 들어가야 해군본부 처장을 만날 수 있다는 진술한 내용, 해당 기밍릉 촬영하고 활용한 것에 대해 피의자는 상급자들이 이를 알고 있으며 결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

Q. 군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보는가.
A. 군사기밀 수사는 통상 기무사로 넘어 와 기무사가 수사한다. 기무사는 수사 범위 자체를 기밀을 주고 받는 부분에 한정하고, 일반인의 경우 이 범위 내로 한정해서 검찰에 넘기게 된다. 검찰이 해당 직원들의 뒷배경을 수사하고 싶어도 기무사로부터 넘어온 범위 이상은 수사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이런 상황으로 임원 개입 부분에 대한 결론이 그렇게 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고발을 통해 이 내용이 확실히 확인되기를 바란다.

Q.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입찰제한 처분이 내려지면 한화오션이 해당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꼴 아닌가.
A. 잠수함 등 특수선이나 대형 함선을 만드는 곳은 우리와 HD현대중공업 둘뿐이다. 하지만 1년에 많아야 2건의 입찰이 진행되는 방산업의 특성상 만약 한화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더라도 경쟁사는 집행정지 소송 등을 통해 평소와 같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영업담당 수석부장은 이 질문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수주잔량은 13척으로 2028년까지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계약한 울산급 배치3 5‧6번함을 포함해 수주잔고가 3척에 불과하다”며 한화오션이 독과점을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Q. 한화오션은 설명자료에 HD현대중공업은 'KDDX 개념설계 보고서의 불법취득 경위가 장보고3 개념설계 사업수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소위 ‘정의로운 도둑질’이었다'라고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HD현대중공업이 불법으로 취득한 그 개념설계 보고서는 DSME(현 한와오션)가 생산해 국가에 납품, 제공한 것으로 한화오션은 실질적인 피해자다. 군이 경쟁사의 보고서를 참고하라고 했다고 해서 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사업을 수행하면 그게 과연 타당하고 당당할까.

Q. 고소고발 등 소송전은 서로 피곤한 일이며, 국가 군사기밀은 불법으로 취득한 것도 문제지만 잘 지키지 못하고 유출 당한 것도 문제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A. 다시 말씀 드리지만, KDDX 개념설계 보고서는 도난 당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 제출한 것이다. 그 이후 거기서 불법 유출이 발생했다. 본건으로 입건된 인원이 25명이다. 이 중 반은 HD현대 직원이고, 반은 군인이나 공무원이다. 방산업계는 잘 알고 있지만, 군사시설을 출입하려면 스마트폰은 물론 카메라 등 기기는 모두 통제를 받는다. 이번 사건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을 했다. 이는 평소 군과 HD현대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난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를 용인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방산업체들은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일반적으로 반복될 수도 있다"며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불법유착, 국기문란을 없애고, 국가안보가 바로 선다. 바로 이런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기술개발 및 수출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글. 사진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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