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서민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한쪽에선 3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급차와 슈퍼카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중 85%는 법인 명의로 구매한 차량들이었다.
MBC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인 명의로 된 3억 원 이상 고가 차량은 모두 2558대였다. 4억 원이 넘는 슈퍼카는 올해 상반기에만 765대 수입됐다.
벤츠의 최고급 세단인 마이바흐. 가장 비싼 것은 10억 원을 넘게 호가한다.
국내 대형 그룹사들도 이미 여러 대 갖고 있는 차량이다. CJ그룹은 3억 원 넘는 차가 모두 8대다. 구매비용으로만 총 54억 원을 썼다. 그 중 6대가 마이바흐인데, 제일 비싼 건 13억 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두산, 신세계, 그리고 파리크라상, 남양유업, 오리온도 5억 원이 넘는 마이바흐를 한 대씩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들 차량들은 법인이 구매했지만 업무용으로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용도는 업무용으로 고객사나 파트너사 분들, 귀빈들이 있잖아요. 의전용으로 한 거거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MBC 자료 분석 결과 사주 일가족이 개인적으로 탈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여러 건 발견됐다.
통일교 재단은 롤스로이스, 에덴성회 재단은 마이바흐, 경남의 한 장학재단도 마이바흐를 갖고 있다. 강릉의 할인마트는 4억 원 짜리 롤스로이스, 아동복 쇼핑몰은 페라리를 사들였다.
스타 연예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예슬 씨는 4억 원짜리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지창욱 씨는 3억5000만 원짜리 벤츠 지바겐을 법인 명의로 사들였다.
이 회사들이 법인 명의로 구매한 고가 차량들이 정말 마케팅과 영업에 필요할까? 대부분은 개인이 이용하지만 세금 등 자기 부담을 회사에 전가해 구매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의 한 도배회사는 6억5000만 원짜리 포르쉐를 갖고 있는데, 이 회사 작년 영업이익은 차량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서민들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상태인데 이렇게 고위층이라든지 있는 사람들이 이런 차를 가지고 어떻게 보면은 사각 지대를 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비용으로 산 법인 차량을 개인적으로 쓰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법의 사각 지대를 이용해 제도의 헛점을 노린 불법은 여전히 판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MBC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