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와인·위스키, 해외직구보다 국내 구매가 저렴"…온라인으로 '소맥' 못사는 한국, 형평성 논란 다시 불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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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와인·위스키, 해외직구보다 국내 구매가 저렴"…온라인으로 '소맥' 못사는 한국, 형평성 논란 다시 불거지나
  • 김상록
  • 승인 2023.12.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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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이 해외주류(와인, 위스키 각 10종) 20개 제품에 대해 국내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가격과 해외 쇼핑몰 직구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와인은 10개 제품 중에서 8개 제품, 위스키는 10개 제품 모두 국내 구매가격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발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통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술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없는 상황.단순히 일부 주류 품목에 한해 해외직구와의 가격 비교를 하는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소비자원이 이번에 조사한 품목은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 위스키·코냑(이하 위스키) 20개 제품이다. 가격 조사 기간은 와인(23.08.16~08.18), 위스키·코냑(23.08.21~08.23)각각 3일이다.

SSG, 롯데온, 홈플러스의 스마트 오더 방식으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을 확인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는 해당 국가 내 배송료를 포함한 가격이다.

1병 구매를 기준으로 보면 와인의 경우, 조사대상 10개 제품 중 2개는 해외직구가 국내구매보다 3.9%~17.0% 저렴했으나 8개는 해외직구 가격이 6.9%~201.4% 더 비쌌다. 위스키의 경우 조사대상 10개 제품 모두 해외직구 가격이 국내보다 46.1%~110.1% 높았다. 조사기간 동안 관세청 평균 고시환율은 1$=1333.08원, 1£=1695.24, 1€ = 1452.97, 1HK$ = 170을 적용했다.

소비자원은 "주류 해외직구는 제품 가격 외에도 추가로 부과되는 배송비와 세금(관세, 주세 등)이 총 구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특히 세금은 쇼핑몰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상품 가격과 배송비를 결제한 후 제품이 국내에 도착하고 나서 구매의 마지막 단계에서 납부하게 되므로 구매 결정 전에 세금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찰스하이직 블랑드 블랑'(1병)'은 프랑스산 와인임에도 같은 유럽인 이탈리아보다 배송 거리가 짧은 홍콩의 쇼핑몰에서 구매할 때 저렴했다. 배송 방법, 배송지에 따라 최종 구매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해외직구 시에는 판매가와 배송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소비자원의 이같은 발표는 국내 온라인 주류 판매가 막혀 있는 상황을 일일이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술을 살 수 없는데 해외 직구는 가능하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온라인 주류 구매 허용 여부 논의는 수년 전부터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SSG, 롯데온, 홈플러스의 스마트 오더 방식으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반쪽짜리 구매에 가깝다.

홈플러스 온라인에서는 주류 이지픽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주문만 가능하고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분증 검사 후 주류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다. SSG, 롯데온 역시 주류 주문은 온라인에서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분증 인증 후 픽업하는 형태다.

이같은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는 술의 종류는 와인, 위스키, 코냑, 양주 등 대부분 증류주다. 전통주는 주세법상 원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지만 홈플러스 주류 이지픽업 서비스를 통해서는 주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주류 판매가 전 세계적인 흐름에 가깝다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주류의 온라인·통신 판매를 원천 금지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두 나라뿐이다. 

반면 전통주 업계는 만약 맥주, 소주, 와인 등 주류 전반으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될 경우 전통주 시장이 되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주류 판매 금지의 주된 이유는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술을 구입하는 것을 막고, 국민 건강을 저해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온라인 판매만 막는다고해서 미성년자 주류 구매가 원천 봉쇄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지나친 규제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마저도 모든 주류에 동일한 적용을 하는게 아니라 어떤 술은 가능하고 어떤 술은 불가능한 형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랜드 힐이라는 미국인이 만든 술 '토끼 소주'는 2016년 미국에서 역수입돼 한국에 들어왔지만 국내산 쌀을 100% 사용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장수생막걸리, 백세주는 국내 전통주로 꼽히지만 일부 수입산 재료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국내 온라인 판매가 불가하다.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허점이 생기는 것이다.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미성년자의 구매를 차단하는 엄격한 보완책을 적용한다면 온라인이 청소년 주류 구매의 원천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5일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 이후로 실제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며 다른 주류의 온라인 판매 허용시 매출 활성화 및 고객 편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청소년 대리 구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은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6일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주류 판매 허용 여부에 대해 "장점도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도 있고, 부처간 입장도 다르다"며 "신중하게 검토해야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8일 한국면세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판매 관련해서는 국세청 소관"이라면서도 "당연히 반대한다. 술에 너무 관대한 문화다. (온라인 주류 판매 허용시) 술에 대한 접근성, 편의성이 엄청나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성인인증을 한다고 하지만 청소년들이 과연 뚫지 못하겠나. 맞벌이 부모가 많다 보니 청소년들에게 신용카드를 주는경우도 많다"며 "누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인가에 대한 염려가 크다"고 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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