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일주일 지났는데 경위 파악 못한 에쓰오일…무능인가·근무태만인가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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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일주일 지났는데 경위 파악 못한 에쓰오일…무능인가·근무태만인가 [기자수첩]
  • 김상록
  • 승인 2023.03.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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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울산시 울주군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탱크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중화상을 입었다. 자칫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에쓰오일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부상자들이 작업이 끝난 후 검사를 위해 탱크에 들어갔다가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들은 중화상을 입고 공장 자체 차량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며, 부산의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에쓰오일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기업 아람코(Aramco)이다.

이후 한국면세뉴스는 27일 에쓰오일 홍보팀에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문의했으나 "관계기관에서 조사하고 있다. 따로 듣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상자에 대한 처우 및 보상 조치 여부에 대해서도 "저희 쪽에서는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사고 당일도 아닌, 일주일이 흐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답변이 나오는 것은 다소 아쉽다.

해당 관계자는 중화상을 입은 직원의 현재 상태를 묻는 질문에 "홍보팀에서 따로 파악할 정도의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실무부서에서는 하고 있겠지만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전달 받은 게 없다"고 했다.

결국 에쓰오일 홍보팀의 답변을 요약하면 사고에 대해 현재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말 아는 내용이 없어서 이런 입장을 전하는 것인지, 회사 차원에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홍보팀의 책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이같은 대응 방식에는 의문이 남는다. 홍보팀 입장에서 회사 이미지에 득이 되는 내용만 전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껄끄러운 일로 기자를 상대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생기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홍보팀이라면 어떤 사고나 이슈에 대해 사실 관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확인 후 언론에 전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런 과정들을 마주하기 싫다면 홍보팀이 존재할 이유는 없다. 보도자료만 받아 쓰는 기자를 진정한 기자라고 볼 수 없듯, 보도자료만 배포하고 언론 대응 및 소통에 소홀한 회사 홍보팀을 제대로 된 홍보팀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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