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암울해지는 경제 상황에 민생은 아랑곳없이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극한 대립을 이어가며 정치가 실종되면서 민생도 함께 매몰되면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야당이 전면 보이콧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비속어 논란 사과와 함께 (성남시) 대장동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시정연설을 하는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 계단과 로텐더홀 앞에서 야당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시정연설을 통해 “세계적인 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한 관리와 국제신인도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이 결국 재정수지 적자를 빠르게 확대시켰고, 나랏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며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 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약자 복지 지원 강화와 함께 북핵 위협에 대한 안보 강화를 약속했다.

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성장을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협치의 뜻은 없어 보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지난 24일 검찰의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야당 탄압에 협치 파괴로 입법부를 부정하면서 시정연설로 기만하지 말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정치가 사라지고 폭력만 지배하고 있다”며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해 극한 대립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십수 년 정치하면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야당이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선택사항이나 재량사항이 아니라 의무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을 향해서 하는 시정연설이 아니고 국민을 향한 연설이다. 의회 민주주의 퇴행을 민주당이 앞장서 감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시정연설에 한 번도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오늘 헌정사상 최초로 민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야당인 민주당 어디에도 내 탓은 없고 모두 남 탓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와 가전 등의 시장 전망이 암울해지고 미국발 연속 자이언트 스탭으로 국내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민생은 죽을 맛이다.

여기에 북한발 핵 위협으로 인한 안보 위협으로 국민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도 제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여야 정치권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통령을 보는 국민은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다.

민생의 본질은 먹고 사는 걱정 없는 세상일 것이다. 당쟁이든 주도권 다툼이든 국민의 기본 생활을 먼저 보장하고 싸우는 것이 정치의 근본 도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근본 도리도 모르고 헛일로 날을 지새우는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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