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반 수입쌀 사용 CJ제일제당…이럴 거면 상생 외치지나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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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반 수입쌀 사용 CJ제일제당…이럴 거면 상생 외치지나 말지
  • 김상록
  • 승인 2022.09.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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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쌀생산자협회가 CJ제일제당이 올해 3월부터 '햇반 컵반'의 원료를 국내산에서 수입쌀로 변경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그간 중소기업, 국내농가와의 '상생 협력'을 강조해온 CJ제일제당의 행보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쌀협회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까지도 '컵반' 원료에서 0%던 수입쌀 비중이 20% 중반대까지 상승했고 그만큼 우리 농민들의 쌀은 설 곳을 잃게 됐다"며 "겉으로는 농민과 상생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윤리경영을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국내 농업 기반을 붕괴시키는 수입쌀 소비에 대기업 CJ가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올해 3월 말부터 햇반컵반-BIG스팸마요덮밥, 햇반컵반-참치마요덮밥 등 '햇반컵반 빅(BIG)' 7종에 사용하는 쌀을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바꿨다.

당시 CJ제일제당 측은 "제품 특성에 맞는 쌀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산 쌀보다 미국산 쌀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을 위해 미국산 쌀을 쓰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생산자 입장에서 가격이 보다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히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이 줄곧 외쳐온 '상생 행보'에 비추어 보면 이같은 모습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회사 측은 지난달 추석을 앞두고 중소 협력업체에 약 3000억 원의 결제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에는 농협중앙회와 함께 매실 소비촉진을 위한 상생마케팅 행사를 후원했다. 당시 강진희 CJ제일제당 상무는 "앞으로도 농협과 상생협력하여 우리 농업·농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7월 충남 논산시와 농산물 판매 확대를 위한 '행복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태준 CJ제일제당 상무는 "논산 쌀은 품질이 우수해 전국의 소비자에게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 농산물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우리 농업·농촌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이미지를 포장하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상생의 길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고 행동에 나섰으면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게 좋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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