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장에 대한 ‘프락치’ 의혹, 그것이 알고 싶다 [안창현의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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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장에 대한 ‘프락치’ 의혹, 그것이 알고 싶다 [안창현의 돋보기] 
  • 박홍규
  • 승인 2022.08.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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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말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관 맞물려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두고 정치권은 강하게 충돌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검찰 출신 인사들이 정부와 여당의 요직을 꿰차면서 과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라는 국민적인 의혹이 연일 증폭하고 있다. 이어 행정안전부 내에 사실상 경찰의 옥상옥 조직인 경찰국을 신설하면서 검찰에 이어 경찰권 장악 의도도 노골화한다는 비판이 야당과 일선 경찰 조직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0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적절히 지휘·견제·감독할 필요가 있다”라며 “역대 정부에서 음성적으로 경찰 업무를 지휘해 왔고, 그 결과 울산시장 불법 선거 개입 사건, 탈북어민 강제 북송사건에서 불법적인 경찰 특공대 투입 등 불법이 있었다”면서 경찰국 신설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국은 출범 초기부터 총경, 경감 등 일선 경찰들이 거세게 반대하며 총경회의, 일인시위 등으로 비화했지만, 문제는 이상한 방향에서 돌출하고 있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임명되자마자 과거 경찰 특채와 관련해 프락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부평구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노동운동 단체와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 경찰국장의 행적을 밝혀줄 ‘존안자료’가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보관 중임이 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성만 의원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요구 답변서에 따르면, 과거 국군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에서 작성한 김순호 신임 경찰국장에 관한 존안자료를 지난 2020년에 국가기록원이 이관받아 관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대학가 중심으로 퍼진 민주화 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을 잡아다 군에 강제 징집했다. 이렇게 학생에서 군인으로 ‘특수학적변동’이 된 사람과 정상 입대자 중 학생운동 전력자들을 고문과 협박, 회유를 통해 학내 동향 수집 보고 활동 등을 강요했는데 이것이 ‘녹화사업’이다. 이들은 이른바 ‘프락치’로 활동하며 학생 운동권과 노동자 단체 등의 정보를 수집해 밀고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존안자료’는 보안사가 녹화사업 대상자들을 관리하며 작성한 개인 파일을 지칭하며 김순호 국장의 존안자료가 있다는 것은 그가 과거 녹화사업 대상자였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자료는 당시 보안사의 프락치 활동 요청에 김 국장이 응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2006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발표한 ‘강제징집·녹화사업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군은 ‘좌경오염 방지’라는 명목하에 학생운동 활동 사항과 조직체계 등을 조사하고(개인별 ‘심사(審査)’), 대상자의 생각과 이념을 바꾸도록 하는 ‘순화(純化)’ 업무를 진행했다. 또 ‘순화’된 것으로 판단되는 병사들에게 출신 대학의 학원 첩보를 수집해 오도록 요구하는 ‘활용’, 이른바 프락치 활동을 강요했다.

조종주 ‘강제징집녹화공작 진실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은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은 격리-심사-순화-활용 단계로 나아간다”며 “제대 후에도 계속 국가로부터 관리받으며 소위 ‘프락치’로 활용되는 사례가 꽤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이성만 의원은 “제보받은 바에 따르면 당시 보안사에 의해 ‘활용’ 단계까지 나간 다른 사례들처럼 ‘관리번호 1502번 존안자료’ 안에 김순호 국장이 학교 내 동향을 보고하거나 주변 인물과의 관계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존안자료에 실제로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면 그가 제대 후 노동운동 등에 참여한 행적의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인노회 사건 이후 특채 이력만으로도 매우 의심받고 있는 상황인데 해명을 위해 김 국장이 스스로 자료를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인사찰 기록이긴 하지만, 초대 경찰국장으로서 공적 지위를 맡을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공개가 어렵다면 제한적인 열람 요청 등 지속적으로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중랑구갑)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순호 치안감을 ‘군부독재의 망령’이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 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경찰국의 실체가 드러났다. 김 국장은 '밀정 특채'로 경찰이 됐다고 한다”라며 “김 국장이 가입한 뒤 인천지역 노동단체 구성원들이 구속됐고, 이후 돌연 잠적하고선 곧바로 ‘대공 공작업무 관련자’로 경찰에 특채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국장을 ‘밀정’으로 발탁한 인물은 1987년 박종철 사건의 담당자였던 홍승상 당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계장이었다고 한다”며 “김 국장이 독재정권의 충견으로 밀정 활동을 시작할 무렵, 김 국장과 반대로 국민의 편에 섰던 안병하 당시 전남 경찰국장은 전두환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이유로 모진 고문을 받고 돌아가셨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김 국장이 곧 윤 정부 경찰장악의 실체다. 이제 사라져야 할 군부독재의 망령”이라며 “윤 대통령은 문제적 인사도, 경찰장악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 전 국장의 아들 안호재 씨는 “지금 당장 경찰국 신설의 피해자는 경찰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며 “윤 정권이 경찰국을 철회할 때까지 전국 순회 1인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언론에 “자신의 경찰 임용과 '인노회'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며, “밀고 의혹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국에 대한 국민적인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 14만 명의 경찰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하는 야당과 경찰 조직 내의 반발이 확산하는 시점에 경찰국장에 대한 프락치 의혹은 심각한 문제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김순호 국장은 프락치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답해야 한다.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지난 80년대 음습했던 시절의 군사독재 망령이 녹화사업이라는 악명을 되뇌며 나타난 것이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 김순호 국장은 국민 앞에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떳떳하다면 즉시 ‘존안자료’를 공개해 국민의 의혹을 명확히 풀어줘야 한다. 국민은 김순호 국장의 프락치 의혹, 그것이 알고 싶다. 

한국면세뉴스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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