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토사구팽(兎死狗烹) [안창현의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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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토사구팽(兎死狗烹) [안창현의 돋보기] 
  • 한국면세뉴스
  • 승인 2022.08.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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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 전자로 접수했다"고 알린 것이다. 이제 이준석 대표는 13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를 밝힐 것을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 전환을 하기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어서 오후에는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를 차례로 열어 비대위원장에 주호영 의원을 임명하면서 사실상 이준석 대표 체제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0선의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43.8% 득표율을 기록하며 4선 나경원(37.1%), 5선 주호영(14.0%), 5선 조경태(2.8%), 4선 홍문표(2.2%) 후보 등 다선의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국내 정당사에서 초유의 30대 당 대표에 선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대표는 3.9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윤핵관들과 대선 기간 내내 마찰을 빚었지만, 20∼30대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도 당내에서는 주도권을 쥐려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잦은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을 이어갔다.

극심한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은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와 시민단체 등이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기를 맞았고 이 대표는 이 건으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에 회부되어 징계절차 개시가 의결됐다.

윤리위는 이어 지난 7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이 대표는 당 대표직을 6개월간 내려놓게 됐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대표직무대행의 ‘내부 총질 대표’ 문자 사태로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은 절정을 이루며 이준석 제거 작업은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을 비롯한 윤영석, 조수진 최고위원이 잇달아 사퇴를 선언했고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정미경 최고위원, 한기호 사무총장, 강대식 사무부총장도 등을 돌리며 사퇴로 이어지면서 이준석 제거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두 차례 전국위원회와 한 차례 화상 의원총회를 거쳐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을 의결했고,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로써 이준석 대표는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되며 단숨에 제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누구 하나 제대로 토론이나 회의 등 민주적인 절차를 통한 문제제기를 하지도 못한 채 인민재판식으로 이준석 제거 작업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그동안의 추이를 볼 때 이준석 대표의 토사구팽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시나리오에 따른 철저한 준비 작업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당 대표는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상징성을 시사하고 있다. 30대의 나이에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이 전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선출됐고, 수구꼴통 정당, 꼰대 정당, 구태 정당의 아이콘이었던 국민의힘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집권당으로 만드는 일등 공신이 됐다.

그러나 한국 정치 희망의 씨앗은 일단 거기까지였다. 대통령실에 이어 집권 여당까지 장악하려는 윤핵관의 권력 추구와 탐욕은 후진적인 우리 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힘 있을 때는 줄을 서며 측근이라고 자처했던 사람들마저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권력욕을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리는 모습 역시 정치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정치에서 죽는 것은 다시 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정치인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유한한 권력을 탐닉하는 정치 모리배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면세뉴스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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