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카카오 메타버스 근무제…벌써 삐걱거리는 '남궁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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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카카오 메타버스 근무제…벌써 삐걱거리는 '남궁훈호'
  • 김상록
  • 승인 2022.06.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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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남궁훈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카카오 남궁훈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카카오에서 새롭게 도입한 '메타버스 근무제'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시행 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위기의 카카오를 살리기 위해 지난 3월 취임한 남궁훈 대표의 출발이 신통찮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새 근무 형태를 소개했다. 실제 있는 장소와 상관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직원들이 동료와 음성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고 '집중 근무시간'에는 반드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주일에 나흘은 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며 그 중 하루는 반드시 오프라인 장소에서 회의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는 '전 직원이 5분 대기조도 아니고 업무 중에 타 부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까지 다 듣고 있어야 하나, '스피커를 못 켜면 골전도 이어폰을 준다는데, 그럼 하루에 8시간 동안 이어폰을 끼고 있으라는 건가'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이 나왔다.

카카오는 새 근무제를 발표한지 하루 만인 5월 31일 '음성 채널 실시간 접속'과 '집중 근무' 부분 등 일부 사항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9일에는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버스 근무제 가이드라인인 '그라운드룰'을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되 음성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무 사항을 권장 사항으로 변경했다. 당초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로 정한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은 오후 2시부터 5시로 1시간 줄였다. 주 1회 비대면 회의도 '의무'에서 '권장'으로 바꿨다.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메타버스 근무제에서 요구하는 내용들이 그렇게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약속된 시간에 업무를 하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룰이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익숙해진 직장인들의 배부른 소리로 들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다만, '메타버스 근무제' 시도 자체가 '트렌드에 앞서가는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져오기 위한 카카오의 강박관념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해당 근무제를 시행하기 전 내부에서 꼼꼼한 검토를 거쳤다면, 내용을 계속 수정해야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앞서 남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7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전 직원이 휴가를 즐기는 '놀금(노는 금요일)'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지난해 4월 격주로 확대 시행한 적이 있다. '주 4일제', '놀금' 등 국내 직장 문화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제도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며 '카카오=혁신기업'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제 카카오는 창업 초기의 벤처기업이 아닌 코스피에 상장한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보다 내실 있는 경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남 대표가 하루 빨리 최저임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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