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진실 '콜드 콜(Cold-Call)' 디지털 '철의 장막' 넘어...유럽판 '광주 민주화 운동' [우크라 침공, D+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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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진실 '콜드 콜(Cold-Call)' 디지털 '철의 장막' 넘어...유럽판 '광주 민주화 운동' [우크라 침공, D+37]
  • 민병권
  • 승인 2022.04.0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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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학살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떠올리게 해
언론 탄압·통제 '디지털 철의 장막' 세운 푸틴, 국민의 눈과 귀, 입 모두 막아버려
유럽판 위르겐 힌츠페터, 마리자 스토니테 '무작위 발신 통화로 우크라이나 참상 러 국민에게 알려...Marija Stonyte cold calls people in Russia to tell them about the war in Ukraine
유럽판 위르겐 힌츠페터, 마리자 스토니테 '무작위 발신 통화로 우크라이나 참상 러 국민에게 알려...Marija Stonyte cold calls people in Russia to tell them about the war in Ukraine

러시아 국영 방송 '타스'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수 군사 작전'에 대해 "이를 '침략' 또는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을 금지한다"며 "특수 군사 작전을 반대하거나 침략 전쟁으로 주변에 알리는 개인 및 단체엔 엄중한 처벌이 따를 것"이라고 최근 경고 방송을 전했다.

모스크바 법원은 '특수 군사 작전에 대항하는 극단주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새로운 검열법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가짜 정보'를 SNS나 다른 방법을 통해 게재할 경우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에서는 이미 독립 뉴스 매체가 철수하거나 폐쇄됐으며, 러시아 국민 대다수는 국영 언론이 제공하는 선전용 보도만을 접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 철의 장막'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언론·통신 통제는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실상을 철저히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러시아 신세대는 우회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참혹한 현실과 무자비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목격하고 반전 시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국영 방송의 정보만을 믿는 구세대는 이런 신세대와 갈등과 분열의 조짐마저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아닌 리투아니아를 포함한 다른 인접 유럽 국가를 통해 유선 전화를 통한 '콜드콜(Cold-Call 무작위 발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러시아 국민에게 알리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콜드콜(Cold-Call)의 본래 의미는 영업 사원이나 회사가 특정 목적을 갖고 고객에게 거는 무작위 판촉 전화를 의미한다.

리투아니아에 사는 마리자 스토니테는 그녀의 집에서 러시아 사람들에게 매일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현실을 러시아에 알리고 있다.

그녀는 지난달 통화에서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라며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혹시 많이 알고 계신가요?"로 통화를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상대방의 긴 침묵을 깨고 "러시아의 특수 군사 작전의 진실은 끔찍한 침공이며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도시들은 대부분 파괴됐으며 수많은 민간이 사망했고 400만 명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나라들로 대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대피하는 우크라 시민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대피하는 우크라 시민

스토니테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국민에게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스토니테가 개별적 접촉을 통해 전쟁의 진실을 알렸다면 익명의 온라인 활동가는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러시아 국영 TV 채널을 해킹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노력이 시도되는 이유는 아직도 대다수의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가슴 아픈 역사가 있었다. 바로 광주사태라고 불려왔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그것이다.

현대 역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는 광주 민주화 운동은 당시 정부의 철저한 언론 통제와 외부로의 광주 상황 유출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당시 광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광주에 '빨갱이'가 나타나 정부가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라고 잘못 인식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한 국가 내 특정 지역에 대한 학살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국가 대 국가 간 벌어진 푸틴의 탐욕적인 영토 침탈의 '대학살'인데 정작 러시아 국민의 눈과 귀는 조작된 국영 방송으로 닫혀버려 아직도 푸틴의 행동이 '돈바스 지역 국민을 보호하고 해방하기 위한 특수 군사 작전'이라고 대다수가 생각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떠올리게 한다.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도시들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도시들

사진=CNN 뉴스 캡처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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