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머스전문가로 교육판 흔드는 그로우 이혜영 대표, "누구나 가치있는 지식 갖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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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머스전문가로 교육판 흔드는 그로우 이혜영 대표, "누구나 가치있는 지식 갖고 있어"
  • 박주범
  • 승인 2022.02.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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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코퍼레이션 이혜영 대표/ 사진=그로우코퍼레이션
그로우코퍼레이션 이혜영 대표/ 사진=그로우코퍼레이션

이커머스 전문가가 교육판을 조용히, 그러나 세게 흔들고 있다. 온라인 강의 시장에 이커머스의 플랫폼 시스템을 접목하고 있는 그로우코퍼레이션(그로우)의 이혜영 대표는 온라인유통업계 15년 경력의 온라인 유통 배테랑이다.

온라인 강의·교육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 대형학원이나 학습지, 출판사, 일타 강사 등 컨텐츠를 갖고 있는 곳에서 영상을 찍어 올리면 수요자가 보는 방식의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시장인 것이다.

강의 품질이나 영상미를 논할 수 없었다. 어차피 아쉬운 사람은 수요자였다. 그러나 확고하기만 했던 기존 틀을 이 대표는 예전 경험을 십분 되살려 신나게 깨는 중이다.

Q. 그로우가 플랫폼 시스템이라 하셨는데, 몸 담았던 오픈마켓 유통모델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A. 맞습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처럼 그로우는 지적재산을 갖고 있는 강의자와 자기개발이나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중개 플랫폼입니다.

Q. 오픈마켓에서는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는데, 그럼 그로우에서는 강의를 아무나 올릴 수 있나요?

A.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로우와 같은 강의 플랫폼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라 일정 수준의 품질을 담보해야 해서 회사가 사전에 검수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 절차를 통과해야 강의가 등록됩니다. 예전 오픈마켓 시장도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초장기에 옷을 파는 셀러가 올린 사진을 보면 마네킹에 그냥 걸친 옷 사진이라든지 벽에 못 박아 건 옷이라든지 도저히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오픈마켓 기업이 이미지를 일일이 수정하고 다시 찍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상품이 등록되고 물건이 팔릴 수 있었듯 현재 그로우에 올라온 강의는 사전 검토를 거친 컨텐츠들입니다.  

Q. 솔직히 회사 규모가 커지고 컨텐츠가 많아져도 사전에 검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A. 예를 하나 들어보죠. 오픈마켓 셀러들에게 상품 사진이나 설명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서 등록해달라고 요청하지만 뜻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제공해도 여전히 마네킹에 걸린 옷을 등록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는 스타일을 등록하는 셀러가 나오고, 이 셀러의 상품이 베스트에 걸립니다. 그럼 이후는 자동입니다. 다른 셀러들이 다 따라합니다. 수익이 되는 컨텐츠를 비로소 알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그로우가 모든 강의를 손보고 있지만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를 스스로 제작하는 강의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회사 업무는 최소화될 것입니다.

Q. 물건을 파는 것과 달리 자신의 지식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일반인의 규모가 과연 커질까요?

A. 모든 사람들에게는 본인만의 가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모를 뿐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라든지 평소 취미라든지 등을 영상과 말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뿐입니다. 심지어 일을 쉬고 있는 사람도 좋은 컨텐츠를 갖고 있습니다. '하루를 알차게 혼자 보내는 100가지 방법'은 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오픈마켓에서 자연스럽게 베스트 셀러가 나오듯 일반인들 중에서 베스트 강의자가 나오면 규모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에 오픈마켓 커머스가 선보여진 시기는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다. 당시 온라인 시장에서 대기업이 만든 물건 외 팔리는 상품은 거의 없었다. 대중에게는 오픈마켓 자체가 생소했을 뿐더러 네티즌들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살 것이라는 기대 조차 없던 시기다. 그런데 2005~2006년 들어서 소위 대박을 친 일반인 셀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대기업 제조사나 유통사는 취급할 수 없는 상품들이 온라인으로 물밀 듯이 밀려 왔다. 공급은 수요를 낳았고, 그 수요는 다시 공급을 낳았다. 이커머스에 선순환의 수요-공급 시스템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이후 국내 오픈마켓 시장 규모는 해마다 2배씩 성장을 거듭했다.

Q. 현재의 오픈마켓 시장과 비교해 국내 교육 플랫폼 시장은 어느 단계라 생각하나요? 

A. 이제 1단계인 걸음마 수준입니다. 오픈마켓 회사들이 셀러들을 찾아 다니고 상품 등록을 도와줬던 초기와 같습니다. 다만 초기라는 시기임에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강의자가 갖고 있는 컨텐츠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오픈마켓 초기 상품 목록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브랜드사 제품이 거의 없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상품의 질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래물품에 대한 검증 기간이 그만큼 오래 걸렸고 오픈마켓이 신뢰성 있는 시장이다라는 설득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말씀 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강의, 교육 플랫폼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상당히 검증된 유명한 일타강사, 부동산 전문가, 재테크 인플루언서 등이 강사진으로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건이 오픈마켓보다 빠른 성장과 시장안착을 이뤄내지 않을까 합니다.

그로우 앱. 이혜영 대표는 "요즘 가장 많이 찾는 강의는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라고 전했다.
그로우 앱. 이혜영 대표는 "요즘 가장 많이 찾는 강의는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온라인 유통이 처음 생겼을 때는 90년대 후반이다. 일반인들에게 온라인 구매 행위가 일상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정도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오프라인 유통이 기존의 동네 수퍼나 정육점, 쌀 가게를 대체한 시간은 업종이 생긴 후 30년 이상이 소요됐다. 어느 온라인 분야처럼 유통시장에서도 온라인이 일상화되는 시간은 오프라인의 수 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

Q. 온라인 강의시장이 대중에게 일상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A. 쉽지 않은 예측입니다. 다만 예상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는 점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로우가 세상이 나온지 1년 조금 넘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강의를 제공하는 분들과 소비하는 분들의 수많은 피드백을 경험하고, 시장 자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머지 않은 시간에 친구에게 톡으로 괜찮은 그로우 강의를 추천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커피숍에서 친구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그로우 10분 재테크 강의를 시청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내가 갖고 있는 주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5분 정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시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그런 시대가 빨리 오려면 강의 컨텐츠가 중요할까요? 아니면 수요자 증가가 더 중요할까요? 

A.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 같습니다. 물론 강의자, 수요자 모두 중요합니다. 당연히 어느 한쪽이 없으면 시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굳이 택하자면 공급이 조금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장터를 마련하고 물건을 깔아 놓아야 사람이 모이지 않을까요?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물건이 더 많아지면 누가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웃음)

그로우가 발 담고 있는 시장은 아직 생소하다. 온라인으로 무언가 가르치는 모습이나 시스템은 익숙하지만 전문가를 비롯해 일반인이 자신의 지식을 영상으로 만들고 등록해서 수익을 얻는 과정은 익숙치 않다.

"누구나 가치 있는 지식을 갖고 있다"는 이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강의를 업으로 하는 사람 외 과연 누가 이렇게까지 할까? 또 그런 컨텐츠를 누가 살까?'라는 의구심은 어쩔 수 없다.

이혜영 대표는 "인터넷 포털의 위상, 유투브의 유행 등은 지식을 찾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아예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스팸성이나 불필요한 정보에 지친 정보수요자들이 점차 선별, 정제된 정보를 찾고 있는 추세와 더불어 개인 또한 예전과 달리 지식 제공 등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수요자와 지식제공자의 욕구를 중간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그로우는 이들에게 있어 최적의 플랫폼"이라며, "뜻 있는 파트너들은 그냥 오면 된다. 회사가 파트너의 잠재된 무형 자산을 가치 있는 유형의 자산으로 세상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grow
1. [동사] (크기·수·강도·특질이) 커지다[늘어나다/증가하다]
2. [동사] (사람·동물이) 자라다[크다]
3. [동사] (식물이[을]) 자라다[재배하다]

옥스퍼드 영한사전에 나오는 grow의 의미다. 한글 발음은 '그로우'로, 회사 이름을 grow로 지은 의미를 특별히 물어보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단어는 흔히 키가 클 때 많이 사용한다. 아이 키를 매일 재면 그대로인 것 같지만, 어느날 일어나 아이를 본 순간 하루 아침에 확 큰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커머스 전문가로 강의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 이 대표의 '그로우'도 내년 새해에 눈을 떴을 때 확 커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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