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주세요' 조현영 대표, "꼭 필요한 '심부름'...국민어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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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주세요' 조현영 대표, "꼭 필요한 '심부름'...국민어플 만들 것"
  • 박주범
  • 승인 2022.01.0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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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이 단어가 떠오를 때는 향수에 젖곤 한다. 어릴 적 아빠가 식사하신 후 물 한 잔 갖고 오라 하시거나, 엄마가 500원 지폐 한 장 쥐여 주며 콩나물 한 봉지나 두부 한 모 사오라고 하실 때가 생각난다. 간혹 거스름돈을 심부름값으로 주시면 어찌나 즐겁고 고마웠던지 모른다.

엄마가 아이 손에 쥐여 주시던 거스름돈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 화제다. '해주세요'라는 심부름 앱을 운영하는 하이퍼로컬이 그곳이다. 앱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제 심부름은 '해라'라는 부모의 '명령'에서 '해달라'는 다수의 '요청'이 됐다.

하이퍼로컬 조현영 대표는 "1인 가구 증가와 최근 코로나19로 변화된 생활 패턴이 (외부인의) 심부름을 자연스럽게 찾게 했다"며, "음식배달과 달리 평소 문득 문득 필요한 것이 심부름인데 예전에는 이걸 해결할 방도가 사실상 없었다"고 전했다. 

심부름 앱 '해주세요'를 운영하는 하이퍼로컬 조현영 대표

조 대표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해주세요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조 대표는 사실 '성형 앱' 전문가다. 지난 2015년 다니던 카카오를 그만 두고 뷰티소셜(beauty sosial)이라는 성형 중개 앱을 개발했다. 한국 성형 의료기술을 외국에 소개하고 국내 병원과 연계해주는 모바일 플랫폼이었다.

대박을 쳤다. 당시 트랜드를 기가 막히게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끝모르게 성장할 것 같던 앱은 코로나 한 방에 무너졌다. 20명이던 직원은 단 6개월만에 대표 혼자만 남았다.

조현영 대표는 "그때 성형 앱을 만들고 운영했던 5~6년 동안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혼자만 남았을 때 버티컬 비즈니스의 한계를 느꼈다.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범용성 비즈니스를 구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성형이라는 전문적이고 다소 협소한 한 분야에 매달릴 때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위험과 한계를 이때 절감한 것이다. 

이어 "처음에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떠오르지 않아 '송충이가 솔잎 먹듯' 성형 분야에 자꾸 눈길이 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남성을 위한 성형 앱 '그루밍족'이다. 

조 대표는 "성형이 여성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용어라는 생각에 만든 것이 남성 성형 전문 앱 그루밍족"이라고 설명했다. 생각의 폭을 조금 더 넓힌 결과물인 셈이다. 다행히 범용성에 살짝 더 다가간 그루밍족 사업은 잘 풀렸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을 바탕으로 생각의 폭을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지금의 '해주세요' 심부름앱이다.

심부름이 필요한 이는 누구나 언제든 인근 헬퍼(심부름을 해주는 사람)를 부를 수 있다. 백화점 명품백을 사기 위한 '오픈런'도 부탁할 수 있고, 코로나 자가격리에 약을 대신 가져다 줄 사람도 부를 수 있다. 심지어 안방에 기어다니는 벌레를 잡아달라 청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자질구레할 수 있는 잡무(?)부터 경각에 처한 목숨을 구하기도 하는 막중한(?) 업무까지, 세상 모든 심부름이 가능한 '해주세요'를 운영하는 하이퍼로컬 조현영 대표를 지난 5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났다.

심부름 앱 '해주세요'를 운영하는 하이퍼로컬 조현영 대표

Q. 플랫폼 기업이라면 수수료가 수익일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심부름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내는 심부름값의 약 10%를 수수료로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9.9~12.9%입니다. 헬퍼의 세금 납부 때문에 원천징수분을 더해 받습니다.

Q. 얼마 전 중고거래 앱을 통해 방문한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 빌라에 들어가 성추행 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해주세요 고객들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인데, 이에 대한 대비가 있습니까?

A.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이슈라 생각해 헬퍼 가입 창에 '범죄경력조회서'를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하나의 장치 역할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24시간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헬퍼 리뷰도 있어 이용하는 회원 입장에서는 헬퍼의 신뢰성 등을 다각도로 체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헬퍼 리뷰는 일반 상품평과 달리 조작이나 허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허위 거래나 무자료 거래가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앱 내 리뷰는 실제 실사용자가 썼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심부름 중 '집 앞 현관에 놔두세요' 같은 비대면 처리가 90% 넘게 차지하고 있어 대면 범죄 확률 자체가 낮기도 합니다. 만의 하나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도 본인인증을 통해 등록된 헬퍼 신상정보는 사안해결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해주세요 앱 실행 모습. 본인 주변에 있는 헬퍼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Q. 오픈한지 6개월 정도 됐습니다. 그간 회원이나 수익은 어떤가요?

A. 앱 다운로드는 30만을 넘었고, 헬퍼는 5만 명 이상입니다.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새로운 헬퍼가 매월 1만 명 이상씩 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월 5백만 원 이상 버는 분도 있습니다. 매출이나 심부름 거래액은 오픈하기 어렵지만 매월 억 단위로 이루어진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올해 월 거래액 목표가 10억 원 이상입니다.

Q. 팁 결제가 흥미롭습니다. 리뷰를 달 때 팁 결제창이 활성화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까?

A. 팁은 정말 주고 싶을 때 지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레스토랑 계산서처럼 팁 란을 처음부터 두는 것은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좋은 리뷰를 쓸 때 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회원이 헬퍼 평점에 별을 4개나 5개 줄 때만 팁 결제창이 보입니다. 달랑 1~3개 주면 아예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Q. 앞으로 해주세요를 어떻게 경영하고 싶은가요?

A. 한마디로 '국민 어플'이 되게 하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일손 도움을 받고 헬퍼는 경제적 도움을 받는 그런 모델입니다. 배달이나 기타 긱 노동은 오토바이가 필요하거나 체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할 수 있지만 심부름은 말 그대로 심부름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국민 어플이 되기에 최적 모델이 바로 해주세요가 아닐까 합니다.

해주세요와 같은 노동 플랫폼의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늘어난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영향이 컸다.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일을 동시에 맡거나 혹은 임시직 형태로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긱 노동'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약 284조원이었던 규모는 2023년 약 5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하이퍼로컬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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