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택배 협력사, 협조해도 안 해도 불이익...CJ대한통운 '윤리경영에 따른 처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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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택배 협력사, 협조해도 안 해도 불이익...CJ대한통운 '윤리경영에 따른 처분일 뿐...'
  • 민병권
  • 승인 2021.11.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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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택배 협력사가 CJ대한통운(대한통운)의 계약 연장 철회 방침을 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9년부터 6년간 CJ대한통운 4개 사업장의 협력사로 일해왔던 중소기업 H사는 최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J대한통운의 감사에 협조했을 뿐인데, 해당 직원으로부터 갑질 피해당하고 이후 부정행위 업체로 지목돼 계약 연장 입찰에서도 떨어지고 말았다"며 억울한 속내를 털어놨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협력사 H사는 지난 2018년 대한통운의 담당 팀장으로부터 "고객 변상과 전세금에 쓸 급전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계약 관계상 '을'에 해당했던 H사 대표 A씨는 계약 주체가 '갑'사인 담당 팀장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2차례에 걸쳐 8500만원을 결국 빌려줬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나 빌려준 돈도 다 돌려받지 못한 H사는 CJ 경영진단팀으로부터 "해당 팀장의 착복 혐의를 감사 중이니 사실대로 협조하면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H사 대표 A씨는 "우리는 당연히 변상권으로 알지, 개인적으로 착복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H사는 2개 사업장의 계약 해지 통보를 대한통운 측으로부터 연락받고 경쟁 입찰에서도 떨어졌다.

이후 해당 팀장 자리에 새로 부임한 후임자도 고객사 손해배상을 이유로 현금을 요구해 A대표는 "전에도 문제가 됐었고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해당 후임자는 급하다고 480만 원을 달라. 아니면 상품권이라도 해달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까지 문제가 되자 H사는 대한통운으로부터 남은 2개의 사업장 계약에 대해서도 해지 통보를 받았다. 확인해 보니 현금을 요구했던 후임자도 내부 감사에서 징계를 받은 것이었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 H사의 연 매출은 190억 원 정도에 정규직 74명, 차량 88대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이었다. 이후 협력업체 계약 연장이 무효화 되고 H사는 결국 연 매출이 20억 원으로 떨어졌다. 78명이었던 정규직은 3명만 남기고 다 내보냈다. 차량도 거의 4분의 1로 줄어든 28대만을 운영하게 됐다.

H사는 대한통운 측에 계속해서 이의 제기를 했고 한 곳의 계약은 유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대한통운 관계자는 “H사는 2019년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계약 기간 종료 후 연장이 되지 않은 경우이며, 부정행위에 연루된 당사 직원도 징계를 받아 퇴사했다"며 "다만 당사 사업에 대한 H사의 기여와 고용상황을 참작해 신규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으나, 공정한 평가 결과 낙찰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 감사팀의 감사협조에 따른 불이익 제외 약속은 없었으며 이로 인한 회사 갑질 주장도 사실이 아님을 알린다"며 "당사는 앞으로도 부정·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경영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사 대표 A씨는 "부정행위에 연루됐으니 '아웃이다'란 통보만 하고 계약 연장도 해지가 된 상황에서 부정에 연루한 원인 제공은 누가 했냐?"며 "이런 결론이 '갑'사의 횡포일까? '을'사의 잘못일까?"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한통운의 윤리 경영 방침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정에 연관된 임직원과 걸린 협력업체는 정리'가 원칙이라고 한다. 부정행위를 막고 이와 관련된 직원 및 업체를 정리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갑'사의 권한을 위임받은 팀장급 직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을'사의 입장과 사건 발생의 원인 제공의 소지도 생각해 봐야 할 여지가 있다.

만약 '을'사인 H사가 해당 팀장들의 부당요구를 CJ경영진단팀에 제보했다면 양사의 계약관계는 유지됐을까?

사진=CJ대한통운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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