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도망치고 싶었다" 스타벅스 리유블컵 대란 후유증…파스 붙이고 앓는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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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도망치고 싶었다" 스타벅스 리유블컵 대란 후유증…파스 붙이고 앓는 점장
  • 김상록
  • 승인 2021.09.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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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지난 28일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를 진행하며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직원들의 업무 가중이 심했으며, 직원을 채용해달라는 요구가 묵살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국은 참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각박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A 씨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이벤트와, 매주 MD가 출시되고 있다"며 "파트너(스타벅스 직원)들은 이를 사전에 준비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다 해내야한다. 대기음료 100잔, 대기시간 기본 1시간 이상, 어느 매장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오늘 리유저블컵 행사를 두고 '그린 워싱(제품, 정책, 활동을 위장하는 환경주의자들을 우려하는 표현) 기업'이다 하는 말들이 참 많았지만, 그걸 고객보다 싫어하는 건 단연컨대 현장의 파트너들"이라고도 말했다.

A 씨는 스타벅스의 인력 관리 방침에 집중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회사에선 ‘수퍼바이저(매니저급)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수퍼바이저 감축을 시행했다. 진급 전형을 주기적으로 열었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이어서 TO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매번 뽑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뜻이 있었던 바리스타들은 기약 없는 진급 실패와 생활고에 지쳐 회사를 떠났고, 그 친구들이 떠난 자리를 1인 3역쯤 해가며 감당하던 기존 매니저 이상급은 점점 몸과 마음의 병을 얻어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매장에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데 회사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며 채용을 막았다. 그러면서 모순적이게도, 신규 매장은 무섭도록 늘렸다"며 "신규 매장에 들어갈 인원은 새로 채용하지 않고 기존 매장에서 차출했다. 당연히 각 매장에 일할 사람은 점점 더 없어졌다"고 했다.

또 "스타벅스는 크고 작은 무료봉사들이 모인 집합체다. 회사에서는 말로만 '무료봉사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실질적 대안이 없다"며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 회사에선 '그래도 시간 되면 다 던져놓고 퇴근하라'고 한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 매장 운영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도돌이표로 이어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력자가 나가면 신입으로라도 채워졌는데, 요즘엔 그 신입 채용도 하늘에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A 씨는 "그런데 회사는 무턱대고 일만 벌여놓고, 평소보다 매출 증가가 대폭 예상되니 근무 인원을 충분히 배치 바란다’라고 하고 끝"이라며 "리유저블 사태를 견뎌낸 스타벅스의 모든 현장직 파트너들은 걷잡을 수 없이 밀려 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어도,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참고 버텼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금은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끙끙 앓고 있다"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도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수많은 동료들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런 얘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고객에게 우리의 모든 상황을 알아주기를,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다"며 "그냥 고객이 같이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해 주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퇴점 인사를 하면 문을 열고 나가다가 멈춰서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고, 우리는 이런 작고 사소한 행동에도 큰 감동을 한다"고 글을 맺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이날 한국면세뉴스에 "고객분들의 예상외의 많은 호응으로 파트너들의 업무에 애로사항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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