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의 유통 길들이기?...쿠팡, "타사보다 높게 납품한 LG생건이 오히려 불공정"
상태바
LG생건의 유통 길들이기?...쿠팡, "타사보다 높게 납품한 LG생건이 오히려 불공정"
  • 박주범
  • 승인 2021.08.19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2019년 쿠팡이 일방적인 반품과 공급단가 인하 등을 요구했다며 LG생활건강이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이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7개 항목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당한 반품요청, 거래거절, 낮은 공급가 요구, 다른 온라인몰 판매가격 인상 요구, 다른 거래처 거래 금지, 경영정보 요구, 부당한 광고 요구 등이었다.

신고와 달리 공정위는 7개 항목 중 부당한 광고 요구와 다른 판매처 가격 인상 요구 등 2개만 위반으로 판단했고 나머지 5개 항목은 쿠팡의 소명이 받아들었다.

물론 일부라도 법 위반은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결과를 놓고 보면 LG생활건강의 신고가 일부 무리수였던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수 조 원을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이 당시 온라인유통시장 점유율이 낮았던 업체를 걸고 넘어진 것은 '오프라인 제조판매사의 온라인유통 길들이기'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상품 공급력을 앞세운 횡포라는 시각이다.

LG생활건강의 매출은 2017년 6.1조원, 2018년 6.7조원 그리고 공정위 신고 연도인 2019년에는 7.7조원으로 규모가 급성장 중이었다. 영업이익은 9300억원(2017년), 1조원(2018년)으로 증가하면서 2019년에는 1.2조원을 기록했다.

쿠팡의 매출은 2017년 2.7조원, 2018년 4.4조원, 2019년 7.1조원이었고, 영업손실은 6388억원(2017년), 1.1조원(2018년)에서 2019년 7205억원으로 누적 적자만 2조원을 상회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쿠팡 자료에 따르면, 2019년 LG생활건강의 쿠팡을 통한 매출은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의 1% 전후일 정도로 미미했다. 

쿠팡 관계자는 "신고 당시 LG생활건강은 (공정위가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쿠팡의 부당 반품과 공급가 인하 요구가 수익이나 전체 판매에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LG생활건강이 무슨 큰 손해를 봐서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쿠팡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고 전했다.

대기업 제조판매사가 온라인 유통업체를 길들이고 관리하는 행태는 예전에도 존재했다.

2004년 한 대형 화장품 회사는 특정 인터넷 쇼핑몰에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다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2000년대 중반 오픈마켓이 급성장했던 시기에는 대형 전자회사가 시중 대리점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오픈마켓에서 팔리고 있던 저렴한 가전제품들의 가격을 수 년간 통제한 사례도 있다.

LG생활건강이 오히려 쿠팡을 차별했다는 주장도 있다. 쿠팡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다른 유통사보다 쿠팡에 일부 상품을 높은 가격으로 납품했다"며 불공정행위를 한 주체는 쿠팡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이라는 주장이다. 즉, 다른 곳과 공급가를 맞춰달라는 요구이지 인하해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부분에 대해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쿠팡의 주장들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쿠팡이 행정소송을 예고한 만큼 이번 사안이 쿠팡의 불공정행위인지 LG생활건강의 무리수인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