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탈을 쓴 늑대 국적 LCC, 소비자 주머니는 ‘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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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탈을 쓴 늑대 국적 LCC, 소비자 주머니는 ‘탈탈’
  • 김선호
  • 승인 2015.09.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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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서비스로 배 채운 LCC, 대형항공사 티켓 가격과 차이 거의 없어
동남아부터 장거리까지 ‘야금야금’ 노선 점유, 부분 독과점 우려 

국적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들의 항공권 가격을 전격 해부했다. LCC는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이하 FSC)의 기본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해, 이 비용을 부담하면 대형항공사나 저비용항공사 간의 티켓 차이는 거의 없어진다. 오히려 ‘저비용’항공사라는 네임 밸류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저비용항공사는 점차 국제노선을 확장, 정기운항 횟수를 늘려 항공 시장의 무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노선 점유율도 늘어나 대형항공사를 이용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저비용항공사를 택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항공시장의 선택 폭이 되려 줄었다는 소비자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저비용항공사를 택해 비좁은 좌석에서 각종 유료 서비스 ‘폭탄’을 맞아 대형항공사 티켓 값과 다를 바 없는 비용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의 항공권은 정말로 저가(低價)일까? 단적으로만 보면 그렇지만 숨어 있는 유료서비스 ‘폭탄’까지 포함하면 ‘저비용’이라는 네임에 의문이 든다. 오는 10월 3일부터 4일 간의 홍콩 주말여행 일정으로 각 항공사의 왕복 티켓 가격(성인1명, 이벤트성 제외, 최소여행가능 체류시간 고려, 변경 및 취소 수수료 감안 기준)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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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LCC 중 가장 비싼 곳은 353,000원의 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493,200원과 비교했을 때 약 14만원 차이가 난다. 그러나 14만원의 비용 부담을 덜고자 제주항공을 택한 경우, 인천-홍콩 비행시간 약 3~4시간동안 기내식(왕복 4만원)·음료(제품별 최소 2천원~최대 2만원)·다과(제품별 2~3천원) 등을 섭취할 수 없으며, 추워도 담요(2만원)를 덮을 수 없다. 또한 제주항공의 B737-800기종(총189석) 기준 좌석 간격 78.74cm의 비좁은 좌석에서 기내의 답답함을 이겨내야 한다. 제주항공의 일반좌석 간격은 대한항공 동일 기종(총 137~147석) 이코노미 좌석 간격 86cm와 비교해 7cm 더 좁다. 만약 더 넓은 비상구열이나 앞좌석을 택하기 위해선 티켓 구매시 왕복 4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적 LCC 중 국제선의 경우 진에어, 에어부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적 저비용항공사는 기내식을 판매하고 있다. 모든 저비용항공사의 담요는 15,000원에서 20,000원선에서 판매, 음료 및 다과는 각 사마다 상이할 수 있으나 품목별로 판매를 하고 있다.

최근 진에어는 12월 19일에 신규 취항하는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B777-200ER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노선에는 총393석 중 앞좌석 48석을 지정해 탑승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 ‘JINI PLUS Seat'를 적용한다. 한번 이용시 비용은 10만원으로, 왕복 시 20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이 좌석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 놓치게 되면 좌석간격 86.36cm(34inch)의 일반 좌석에 앉아 꼼짝없이 9~11시간을 견뎌야 한다.

국적 저비용항공사는 대형항공사의 장거리 노선과 다르게 국내선 혹은 단거리 국제선을 주로 운항한다. 특히 대형항공사의 동일 기종이라도 좌석 수를 늘려 객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이 저비용항공사의 장점인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고 싶으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소비자가 주요 타깃인 것. 이 새로운 수요 시장을 겨낭해 저비용항공사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나타난 대형항공사의 국제항공노선 취항국가 및 취항도시, 여객 정기운항 횟수(회/주)에 있어 ‘13년12월 대비 ’15년12월의 차이는 대동소이하다. (단, 아시아나항공의 국제 정기여객 운항이 ‘13년 대비 15년에 363회 더 늘어 약 61% 증가)

그러나 국적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일본, 홍콩, 태국, 필리핀, 대만, 괌, 베트남, 중국 등 취항노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정기운항 횟수도 늘어났다. ’14년 12월 기준으로 국제노선 및 정기운항횟수(회/주)는 제주항공이 22개 노선(‘13년대비 9개 증가)에 총 174회 운항(‘13년대비 52회 증가), 진에어가 15개 노선(‘13년대비 3개 증가)에 101회(‘13년대비 9회 증가), 에어부산이 14개 노선(‘13년대비 4개 증가)에 113회(‘13년대비 30회 증가), 이스타항공이 13개 노선(‘13년대비 8개 증가)에 86회(‘13년대비 40개 증가), 티웨이항공이 13개 노선(‘13년대비 8개 증가)에 59회(‘13년대비 31회 증가)를 기록했다.

이런 성장 추세라면 저비용항공사가 중·단거리 부분 국제노선을 점유해 독과점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소비자가 대형항공사를 이용하려 해도 저비용항공사가 노선을 독점하게 되면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협소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담당자는 “심한 피해가 속출하거나 소비자 불만이 극심해지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현행상 항공권 가격을 비롯해 각사의 서비스에 있어 규제를 할 수 있는 방침이나 적용 기준은 없다”며 “외항사까지 국내에 들어와 있는 만큼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져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각 항공사가 결정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항공 시장은 닫혀 있다. 중국 및 동남아를 중심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대형항공사를 역전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는 것. 이런 경우 이용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저비용항공사의 좁은 좌석에 앉아 대형항공사에 준하는 값을 치르며 유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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