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석탄발전 짓고 '탈석탄' 선언..."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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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석탄발전 짓고 '탈석탄' 선언..."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야"
  • 박주범
  • 승인 2021.07.23 1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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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전면광고. 마켓포시스가 기획한 광고로, 공해유발 산업인 석탄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친환경을 표방한 전기차 아이오닉(IONIQ)를 충전하고 있는 아이러니(IRONIC)한 상황을 꼬집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현대차)의 앞뒤 다른 글로벌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을 내세워 전기차 아이오닉을 생산 판매하지만, 계열사 현대건설은 베트남에서 환경공해 유발 산업인 석탄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건설의 최대 주주이다.

2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는 전기차 아이오닉을 충전하는 모습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호주 환경단체 마켓포시스가 기획한 광고로, 내용을 상세히 보면 석탄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이다.

지구와 기후를 생각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家가 대표적인 공해산업인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아이러니(IRONIC, 모순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IONIQ) 차명을 비꼰 것이다.

광고는 베트남에 지어질 1200MW 규모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현대건설이 참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발전소는 베트남 중부 꽝빈성에 들어설 꽝짝 1호기로 현대건설은 일본 미쓰비시, 베트남 1건설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을 수주했다.

마켓포시스는 "현대가 더러운 석탄발전소를 지으면서 지속가능성을 내세울 수는 없다”면서, “현대차와 현대건설은 석탄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진심으로 기후를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2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탈석탄’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아직 삽도 뜨지 않은 꽝짝 1호기 건설사로 참여하면서 어떻게 탈석탄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현대건설의 해명을 전달받은 국내 환경단체들도 탈석탄 선언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현대건설은 앞에서는 ESG 경영 방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뒤에서는 베트남 석탄 발전 사업을 수주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이번 탈석탄 선언이 최근 불거진 꽝짝 1호기 논란에 따른 면피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건설의 탈석탄 선언은 기시감이 든다”며 한국 정부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추진하던 해외 석탄 사업에 공적 금융 제공을 결정한 뒤에야 탈석탄을 공표한 사례를 들었다.

윤 변호사는 “국제사회가 한국의 탈석탄 선언에 진정성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며, “현대차와 현대건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윤현정 활동가도 “석탄발전은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국가 간 신뢰를 깨버릴 수 없다는 말 한마디로 정당화할 수 없는 성격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 여름만 해도 기후 재난으로 전세계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나. 이번 결정으로 현대건설은 사람들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은 "석탄으로 돈 벌겠다면서 탈석탄을 얘기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예전 한 연예인이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안 했다'의 현대판인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19일 마켓포시스와 미래를위한금요일(FFF), 석탄을 넘어서, 청소년기후행동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현대건설에 베트남 꽝짝 1호기 사업 참여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통해 이들은 석탄발전소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현지 주민들의 건강 피해를 유발하며, 경제성도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보낸 답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리스크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면서 “23일 이사회 보고를 통해 탈석탄 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기후솔루션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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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2022-04-22 12:26:51
헌대가 안 하면 영국 너희가 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