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할 말 없지 않을까...KT농구단 이전을 바라보며[박주범의 딴지딴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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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할 말 없지 않을까...KT농구단 이전을 바라보며[박주범의 딴지딴짓]
  • 박주범
  • 승인 2021.06.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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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농구단이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이전했다. 

부산 시민들이 시는 대체 뭘 했냐는 비난을 쏟는 가운데, 부산시의 그간 관련 행적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온다. 

부산시는 그동안 각종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어려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온 점이 우선 꼽힌다. 

선거 때마다 야구장 신축 등의 공약이 있었지만 지켜진 바가 거의 없고 사직야구장이나 농구장의 개보수 요청에 대해서도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안팎의 의견이다. 

특히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시의회 요청에 따른 ‘사직야구장 관리위탁 원가계산 조정 검토’로 조정 전 19억 4000만 원이던 구장 사용료를 33억 7000만 원으로 인상했다. 롯데 구단은 그리 좋지 않은 야구장을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사용하는 특혜(?)를 누리게 됐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시와의 관계 때문인지 부산을 연고지로 둔 프로스포츠단들은 시의 무관심과 비협조적인 태도 등으로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지역연고제인 현 프로구단 운영 상황에서 지자체와의 협력은 필수불가결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방관 내지는 방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날 KT농구단 이전에서도 보듯이 수년 간 구단이 시에 대관료 감면 등 여러 협력과 요청을 해왔음에도 실무선 검토에 그치는 등 진정성있는 모습을 시는 보여주지 못했다. 

원주시와 DB프로농구단이나 창원시와 LG 농구단의 사례와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프로구단 창시와 운영의 원조라 불리는 미국은, 메이저리그 등의 운영이 어려워지면 연고지 도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경기장을 개보수하거나 새로 짓는 등 지역 주민들의 스포츠 관람과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팬 없는 프로는 있을 수 없다. 팬은 연고지 시민이 기본이다. 프로구단, 지자체, 그리고 시민 모두가 중지를 모으고 지역 스포츠단의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를 판에 무관심과 비협조는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연간 수 억에서 수 십 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 프로구단들에게 무조건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비록 모기업의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운영하지 않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구단 운영이 비단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자체는 언제까지 기업의 호의에만 기댈 것인가. 최소한의 지원은 하고 무엇을 원하든가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젠 기업들도 더 이상 프로스포츠 운영을 사회공헌활동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한계에 달한 것이다. 언제까지 적자 운영하면서 자원봉사식 헌신을 할 것이라고 보나. 

멀리 갈 것도 없다. 얼마 전 굴지의 대기업인 SK가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 팔았다. SK가 야구단 운영비가 없어서 이런 결정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구단 운영을 꼼꼼히 따지고 따져서 팔 건 팔고 이동할 건 이동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부산시의 행보는 아쉽다. 농구업계에 따르면, KT는 수 년간 시의 책임자 미팅을 수 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거절하다가 연고지 이전이 확정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움직였다고 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부산시는 시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연고지 이전을 비난하고 나섰다. 뒷북 행정이 아닐 수 없을 뿐더러 지자체로서 품위가 떨어지는 행동이다. 물론 4월에야 업무를 시작한 박형준 시장 입장에선 다소 억울함이 있는 것은 맞다.

시장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실무진은 이번 일을 뼈아픈 자기 반성으로 삼고 떠나간 구단에 불만을 쏟아내기보다는 야구, 축구, 여자농구 등 집토끼 관리에 더 신경쓰는 것이 낫다. 그것이 시민들이 바라는 것 아닐까.

빅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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