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조교 "이곳은 훈련병들 눈치보기 바빠…조교들 인권도 신경써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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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조교 "이곳은 훈련병들 눈치보기 바빠…조교들 인권도 신경써줬으면"
  • 김상록
  • 승인 2021.05.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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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의 화장실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하고 있는 한 병사는 "조교들의 인권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조교들은 훈련병들의 지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보상은 커녕 질타만 받고 있다는 것이다.

병사 A 씨는 전날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전해드립니다'에 올린 글을 통해 "훈련병 인권에 대한 뉴스기사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부실식단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면서 훈련병 복지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중"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훈련병들의 화장실, 샤워실 이용 시간 제한 방침에 대해 "1개 교육대가 입소를하면 보통 1000여명대의 훈련병이 입소를하고 1개 교육대의 4개중대에서 지역별로 각 230~240명 정도의 훈련병들을 나눠 받게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지 모를 확진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격리통제를 하다보니까 훈련병들 화장실이용이나 샤워가 많이 제한이 되었던 부분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지침을 내린것은 소장님이고 지침을 전파받은대로 이렇게 통제하라고 명령하는것도 간부님들"이라며 
"조교들도 그저 군생활을 하는 장병중 하나일뿐이고 통제받은 지침대로 움직이고 시키는대로 매사에 최선을 다할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교의 수가 적으면 한개 중대에 4명의 조교들 240명 가량의 훈련병들의 격리생활을 위해 부족한 인력으로 힘들게 통제하기도 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싶다고 생각하는 조교들이 태반이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서 남은동기나 후임 선임들을 생각하면 누구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조교는 없다"며 "이런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를 서지만 돌아오는 보상따위는 없고 사회에서는 훈련소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조교라는 보직에 대한 회의감이나 후회가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조교들의 역할은 교육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훈련병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기 바쁘다고 했다.

A 씨는 "훈련병들에게 경어를 사용해주며 좋은 대우를 해주지만,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가든 말든 누워있고 조교들이 있어도 소리를 빼액질러대며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들이 태반"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휴가를 달라 보상을 해달라 땡깡을 부리는게 아니다. 조교들도 사람이다. 훈련병들 생각하는거 반만이라도 조교들의 인권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며 "이러한 글을 쓰는 저뿐만 아니라 훈련소의 수많은 조교들이 정말 많이 고생하고있고 희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29일 육군 훈련소가 방역을 이유로 훈련병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다수 벌어지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 조사를 요청했다. 센터는 육군훈련소 한 연대에서 생활관별로 화장실 이용 시간을 2분씩만 허용하고, 이를 어기면 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육군은 지난 26일 훈련병 인권 개선을 위한 전담조직인 육군참모총장 직속 '육군훈련소 인권존중실'을 설치했다. 인권존중실은 훈련병 입영절차와 교육훈련, 의식주 등 병영 전반에 걸쳐 인권침해요소를 찾아내고 훈련병 인권상담과 구제 활동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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