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약속한 배우자가 맹세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 불륜을 저질렀을 때, 당사자가 받는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하기 때문일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불륜 남녀에 대한 복수극이 통쾌하게 그려지고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에 열광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그 책임을 따져 묻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지금까지 평온하게 유지해 온 가정이 순식간에 해체된다는 부담감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 후 가정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여성들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 문제나 이혼 후 생활고 등을 염려해 배우자의 외도를 애써 모른 척 묻어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우자의 불륜 행위로 입은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불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면 상간자나 상간녀를 대상으로 위자료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상간자나 상간녀를 상대로 한 위자료청구 소송는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와 달리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 해체를 피하고 싶을 때 적절한 방법이다.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으며 상간자나 상간녀의 신상을 알고 있다면 위자료청구 소송은 손쉽게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형태의 소송은 소멸시효가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또는 부정행위가 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가면 더 이상 제기할 수 없다.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단기 소멸시효에 걸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법무법인YK 박보람 이혼전문변호사는 “이러한 형태의 위자료청구 소송에서는 불륜 행위를 얼마나 체계적으로, 객관적으로 입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만일 감정에 치우쳐 제대로 증거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소송을 진행하면 오히려 패소하고 소송 비용 등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불륜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다가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불륜 사실을 회사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가 상간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거나 상간녀의 집에 쳐들어 갔다가 주거침입 가해자로 조사를 받는 식이다. 이러한 혐의에 휘말리면 위자료청구는커녕 오히려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므로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다.
이에 박보람 이혼전문변호사는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불법적인 행위를 자기도 모르게 저지를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도리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혼을 피하고자 했으나 유책배우자가 되어 이혼을 당하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이혼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태를 차분히 해결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