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얼돌은 음란물일까?...세관은 막고 법원은 풀어주고 "기준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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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리얼돌은 음란물일까?...세관은 막고 법원은 풀어주고 "기준 정립해야"
  • 황찬교
  • 승인 2021.01.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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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리얼돌'은 음란물일까? 최근의 판례를 보면 성인용품은 더이상 음란물이 아니라 '성인장난감(Adult Toy)'에 가깝다. 

지난 2019년 6월 대법원은 리얼돌을 음란물이 아닌 성기구로 정의한 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관세청의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조치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또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에 대해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입 허가 결정을 내렸다.

성인용품 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모델별로 1개씩 20여 개를 수입하려 했으나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보고 통관을 보류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고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수입업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같은 판결 배경은 비록 리얼돌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다 자세히 표현하기는 했으나 실제 사람과의 구별이 어렵지 않다는 점, 법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등에 깊이 개입할 수 없는 점, 리얼돌이 문란하기는 하나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정도는 아니라는 점, 성기구의 특성상 신체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이다.

그렇다면 왜 세관은 지속적으로 통관을 보류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 정서와 여론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대법원 판결 직후 여성의 전신을 본 딴 리얼돌이 성적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해 7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6만 3792명이 동의할 정도로 논란이 뜨거웠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영문 관세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대법원 판결로 인한 관세청의 향후 행보에 대한 질의에 "판결이 났으면 그와 유사한 물품은 통관이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민 정서가 많이 바뀌었기에 당분간 통관금지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제는 리얼돌에 대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 '관세청은 막고, 법원은 풀어주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기준이 다르면 일반 국민 뿐아니라 수입업체도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처해야 한다.

이번 소송을 진행했던 성인용품 업체 A사의 이상진 대표는 한국면세뉴스에 "재판이 열릴 때마다 국민혈세로 소송 비용을 보상하고 있는데 세금을 낭비해가면서까지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며 막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간다"며 "시중에 밀수로 추정되는 제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단속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당사는 구매자 선오더 후 수입하는 구조인데 매번 통관이 보류돼 구매자에게 환불 조치를 해야 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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