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코로나 수동 감시 대상자'란 문자를 받으면... [김승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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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에서 '코로나 수동 감시 대상자'란 문자를 받으면... [김승태칼럼]
  • 박홍규
  • 승인 2020.12.10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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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직접 겪고 보니 정말 황당했다.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지만, ‘왜 하필 나인가’라는 생각에 한동안 당황스러웠다. 나름대로 조심하고 또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인 12월 6일 밤늦게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보건소에서 온 문자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포천시보건소> 11월 28일 ○○ 갤러리 방문자 중 확진자 발생으로 귀하께서는 12월 12일까지 수동 감시대상자로 분리되었습니다. 감시 기간 동안 발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는지 자가 모니터링 부탁드리며, 증상발현 즉시 관할 주소지 보건소에 방문하시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딱 두 문장이었다. 섬뜩했다. 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순식간에 별별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곁에 있는 집사람 얼굴 보기가 괜히 미안해졌다. ‘혹시, 나 때문에 집사람도?’ 나도 모르게 두 손은 저절로 입 주위를 가리고 있었다.

핸드폰 들고 살며시 내 방으로 건너갔다. 다시 한번 문자를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문자에서 가리키는 11월 28일부터 보건소에서 문자가 온 12월 6일까지 8일간 만난 사람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필자의 직업이 기자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문자에 지정된 28일 오후 3시에 나는 음악회를 취재 중이었다. 성악가들과 연주자 8명이 출연한 ‘관객 1인을 위한 헌정 음악회’였다. 다행히 관객은 코로나로 인해 스무 명 남짓만 초대되었다. 1시간 동안의 공연이 끝나고 조촐한 뒤풀이. 그 뒤풀이에서 음악회 관계자가 준비한 국수 한 그릇을 비운 기억이 났다. 그리고 갤러리를 나와 사무실로 와서 한두 시간 기사를 쓰다가, 다음 저녁 식사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저녁 식사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8명.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를 썼다. 저녁 7시에 모여 10시경 헤어질 때까지 3시간 동안 함께 있었고 대화도 많이 했다. 이날 음악회부터 집에 귀가할 때까지 만난 사람은 대략 40여 명이었다.

다음날 29일은 일요일이었다. 평소 같으면 매주 일요일에 성당에 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되는 바람에 집에서 유튜브를 통해 미사를 봤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에 성당에 갔다면 최소 50명에서 100여 명과 1시간 동안은 족히 함께 있었을 것이다.

30일 월요일, 오전과 오후에 취재 건으로 4명을 만났고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6명을 만났다. 이날은 총 10명과 접촉했다. 12월 1일 화요일은 마침 캐나다에서 온 선배 부부를 만나는 날이었다. 함께 점심 식사하고 헤어졌다. 오후에 손님 세 사람이 사무실로 왔고, 저녁에도 5명과 약속했다. 이날은 모두 10명을 만났다.

12월 2일 오전에는 포천시청에서 공무원 3명을 만났고 오후에는 취재원 2명을 만났다. 등기로 편지 한 장을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들러 담당자 2명과 대화했다. 이날은 7명을 만났다.

12월 3일 오전에 치과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3명과 만났고, 오전 11시 다문화국제학교를 취재했다. 학생 13명과 이사장, 원장, 직원 3명 등 모두 18명을 만났다. 오후 1시 포천종합체육관 앞에서 쌍방울그룹이 포천시새마을회에 10억 원 상당의 물품 기부 현장을 취재했다. 관계자와 취재진 약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만난 사람은 약 70여 명.

4일에는 10명을 만났고, 5일 송우초 100주년 비대면 행사는 30여 명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이 행사는 코로나로 취소됐다. 이렇게 12월 6일 보건소에서 문자가 오기까지 필자가 만난 사람은 대략 150명이었다. 다행히 일요일에 여러 사람과 접촉하게 되는 성당에 가지 않았고, 몇몇 행사가 취소되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300명 가까운 사람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컸다.

끔찍했다. 만약 내가 양성으로 확진된다면 1차로 그동안 만난 모든 사람에게 보건소에서 똑같은 문자가 날아갈 것이다. 그리고 2차 감염에 이어 3차, 그리고 N차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가를 생각하자 오싹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큰 죄라도 지은 듯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보건소 문자에는 기침이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검사하러 나오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조건 검사를 받으라는 말이 아니어서 의아했다. ‘증상이 있으면 나와서 검사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그것을 문자를 받은 사람이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라는 이야기인데,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요즘은 무증상자도 많다는데 빨리 가서 검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도 싶었고, 증상도 없는데 꼭 검사하러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고 잠시 갈등하며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입천장과 코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도 같았다. 침을 삼키려니 목구멍 쪽에서 뜨끔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혹시 진짜 코로나에 감염된 게 아닐까? 엄습하는 불안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보건소에서 검체를 마치고 나니 직원이 “지금부터 아무 데도 들르지 말고, 아무도 만나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가야 한다”며 “집에서도 식구들과도 서로 마스크를 쓰고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다음날 오전 7시경 보건소에서 다시 문자가 왔다. ‘코로나19 검사결과 음성(정상)입니다. 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 철저(포천시보건소)’ 검사를 받은 지 만 20시간 만에 받은 결과였다. 다행이라고 저절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뒤끝은 씁쓸했다.

K-방역이 세계 최고라며 그렇게 자랑을 해대더니만 이번에 겪은 일련의 사태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너무나도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서워졌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본인조차도 자신이 확진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판 아닌가.

코로나가 발생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전 세계 확진자 수는 무려 7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엊그제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는 90세 노인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누구나 무료로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주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포천보건소는 10일부터 안내와 검사를 시작했다. 참 잘된 일이다. 내년 2월에는 우리나라도 백신을 주사한다는 희망적인 뉴스도 나왔다. 그러나 백신을 맞고 코로나 면역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의심이 들면 무조건 보건소로 갈것을 권한다. 그때까지는 돌다리를 두들기듯 조심에 조심하기를 부탁한다.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또 주위 친지를 위해서. 방역은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코로나 방역은 마스크 착용임을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새기자. *이 칼럼은 포천좋은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김승태 에디터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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