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뒤로 가는' 실적...이상호 사장 "외형성장 이뤄" vs 업계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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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뒤로 가는' 실적...이상호 사장 "외형성장 이뤄" vs 업계 "자가당착"
  • 박주범
  • 승인 2020.08.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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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이상호 사장)가 작년 흑자 전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3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 6일 SK텔레콤의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공개된 11번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2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1293억원) 대비 1% 역성장한 수치이며, 작년 2분기(1297억원)와 비교하면 14억원 감소한 것이다.

11번가 이상호 사장은 올해 2월 작년 실적으로 공개하면서 “11번가 새 출발 원년의 흑자전환을 끊임없는 노력 끝에 달성하게 됐다. 2020년 또 한번 성장하는 11번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현실은 이 대표의 바램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상반기 매출(2580억원)이 작년 동기대비 매출(2722억원)보다 142억원이나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매출 감소는 마케팅이나 관리운영비 등의 비용을 절감한 결과로 나타나는데, 11번가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9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 47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전환한 것은 물론, 그 폭이 무려 145억원이나 된다. 이상호 사장이 꿈꾸었던 '새 출발 원년의 흑자전환'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11번가는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변화한 시장대응을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업계에 따르면 , 전형적인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온라인 쇼핑 기업인 11번가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과 수익이 동시에 감소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온라인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 업종은 코로나로 인해 외형이 커진 전형적인 업종이다. 즉 온라인쇼핑업을 하는 회사가 이익은 차치하더라도 외형(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경영 방향이나 마케팅 전략에 큰 미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출과 수익 감소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직매입은 판매가가 그대로 매출로 계상되는데, 11번가는 2018년부터 직매입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또한 코로나 수혜 품목이 있긴 하지만 반대로 여행, 패션 등 거래 비중이 큰 품목의 타격이 (매출 증가를) 상쇄할 수 없을 만큼 타격이 더 심했다"고 말했다.

이상호 사장이 시장에 약속한 '흑자 기조 유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일 수 있다. 아직 하반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43억원 이익에서 4분기 3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분기가 지날수록 영업손익이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에 대해 11번가 이상호 사장은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주요 사업자들과의 제휴확대로 외형성장을 이룬 상반기였다”며, “수백 억에서 많게는 수천 억대의 적자를 불사하는 과도한 이커머스 경쟁환경에서 쇼핑의 재미, 정보,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커머스포털’ 11번가만의 차별점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작년보다 쪼그라든 매출과 영업실적 성적표에 "외형성장을 이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외형성장은 거래 규모를 말한 것이다. 2분기 거래는 작년 동기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쇼핑기업 한 관계자는 "이상호 사장이 언급한 '적자를 불사하는 과도한 경쟁 상황'이라는 말을 살펴보면, 11번가는 현 상황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의미를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밑바탕으로 매출과 수익 모두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주장은 자가당착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11번가가 작년 추세를 거스르는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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