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免의 재고 판매 이익 대부분은 외국인에게"…계열사 밀어주기 보다 '업계 상생' '면세 생태계' 부활이 급선무  
상태바
"신세계免의 재고 판매 이익 대부분은 외국인에게"…계열사 밀어주기 보다 '업계 상생' '면세 생태계' 부활이 급선무  
  • 박홍규
  • 승인 2020.06.04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세계면세점이 3일 면세품 재고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트래픽 폭주-홈페이지 마비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계열사를 동원해 특정업체 재고만 소진하는 등 재벌기업다운 행태만 보이고, 업계를 대변하고 상생을 도모해야하는 맏형다운 모습은 찾을 수 없어 씁쓸하기만 하다. 

3일 오전 시작된 신세계의 면세 재고 할인 행사는 시작부터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신세계는 트래픽 증가를 예상하고 서버 등을 증설했다고 하지만 온라인 판매는 원활치 못하게, 뜨문뜨문 점선처럼 진행됐다. 그러나 3개월 넘게 진행된 '면세 갈증'과 파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생로랑·발렌티노 등 준비된 4개 브랜드의 가방 지갑 파우치 등 200여개 상품 등은 한나절만에 조기 매진됐다. 대부분 200만원 내외 가격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이다. 또 '샤테크(샤넬 재테크)'처럼 차익을 노리는 업자들이나 젊은이들의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면세품을 내국인에게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는 면세품 재고의 내수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6개월 이상 장기 재고에 한정해 10월 29일까지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판매 가격은 수입 통관 등에 따른 세금 포함 원가에 물류비, 작업비, 카드 수수료 등을 포함해 산정했다. 그동안 적용되던 600달러 면세 한도나 5000달러 구매 한도도 없다. 예약 판매로 먼저 진행되고 통관 절차 후 물건이 발송되기 때문에 주문 후 최소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서도 이날 면세 재고 내수 판매를 시작했다. 지방시 펜디 등 모두 85종을 백화점 정상 가격에 비해 최대 47% 할인 판매하는 기획전 '슬기로운 명품쇼핑' 이다. 다음 주에는 발렌티노 65종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브랜드와 업체 사정에 따라 취소됐다고 알려왔다(5일 정오 일부 수정). 롯데면세점도 26일부터 재고 면세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면세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눈 가리고 아웅'이고, '언 발에 오줌누기'다. 이런 방식의 내수 판매는 의미가 없다. 면세점에 가방 잡화만 있나? 화장품도 있고 주류도 있고 담배와 선글래스 뿐만 아니라 각종 식음료까지 있다. 그 재고들은 어떻게 소진할 것인가? 신세계처럼 각자가 알아서 온라인 판매에 나서면 국내 로컬 업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결국 자가당착일 뿐이다. 이를 모르고 '조기 매진' '홈피 마비' 등 호들갑을 떠는 매체들을 보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면세업계가 지난 몇 해 동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국 관광객들이 전체 매출의 80~90%를 차지해왔다. 그들이 다시 한국의 면세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3일 판매된 신세계의 면세 재고품들은 특정 명품 브랜드 대행사인 '블루벨코리아의 재고품(기존 오더)을 소진한 것 뿐'이다. 면세유통 특성 상, 이번 할인 판매된 면세품들이 모두, 신세계 물류 창고에 쌓여 있던 것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느 신세계 임원은 '(구매자들이) 주문만 하고 구매를 안 하면 우린 어떻게 하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예약 판매' 형태를 띤 것 같다. 또 일부 품목은 해외 직구보다 비싸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유한회사' 블루벨코리아의 이익이나 마진은 결국 해외 외국인 사주들의 것이다. 이번 대기업 면세점의 재고 국내 판매 이익은 홍콩 등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담당 공무원들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다. 면세점을 살린다고 세금으로 지원을 하고 그에 따른 이익은 외국인이 가져가는, 재주는 곰만 부리는 형태"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면세 업계에 정통한 B씨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면세업계는 대기업. 중소기업이 정부에 면허를 내고 매장을 확보하면 수많은 에이전시들이 다양한 물건을 공급하는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다. 그동안은 이런 면세 생태계가 잘 조화돼 국제 경쟁력을 갖추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환경이 어려워지자 대기업들이 자기 생존만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그동안 맏형을 자임해온 대기업 면세점들이 업계 상생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데, 특정 회사의 재고 소진에만 매달리고 국내 판매에만 골몰하는 거 같아 씁쓸하다. 수익의 대부분이 외국으로 다시 빠져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다. 이해는 간다. 신세계의 경우도 1달에 600억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는 9월 이전에 그룹 차원의 '면세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떠돈다"면서 "충분히 근거가 있는 얘기다. 매장 계약 연장과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또 이대로 가면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 그룹 내 이마트 계열이 내수 진작으로 형편이 나아지고 있지만, 신세계 계열은 코로나19 여파를 정통으로 맞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매출의 90%를 차지해온, 중국 시장 명품족을 겨냥한 파격적인 마케팅을 강구해야 
대기업과 수많은 에이젼시들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면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아사 위기에 놓인 면세 생태계의 부활을 위해 A씨와 B씨 모두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우선 업계 관계자와 담당 공무원, 해외 시장 전문가 등이 모여 새로운 대내외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같은 수출 위주 국가들에게 '면세'는 아직도, 앞으로도 황금알을 낳은 거위다. 특히 중국의 명품족들이 아직 건재하는만큼 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지난 몇 해 동안 중국 명품족들이 국내 면세 매출의 80~90%를 차지해 왔다. 외국계 유한 회사의 재고 판매를 위해, 대기업이 내수 시장 할인 이벤트를 할 때가 아니다. 물론 코로나19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니, 예전처럼 한국 여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거대한 구매층들이 쉽게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일부 브랜드들은 '한국 토산품(국내 제작, Made in Korea)'으로 분류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토산품을 구매한 경우 본국(중국)으로 쉽게 배송(택배)을 맡길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를 면세 수입품에도 적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면세 수입품을 구매하면 토산품처럼 공항에서 수령하지 말고, 직접 받아 본국으로 택배 배송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는 '아마존'처럼 중국 구매자의 입장에서 한국 직구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담당 공무원)의 면세업에 대한 무지와 이해 결여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에 면세업, 여행업, 항공업이 포함된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면세점(업장)에 대부분의 물건을 공급하는 에이젼시들의 업태가 '도,소매업'으로 분류돼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대기업 면세점의 경우 '면세업'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는다. 그거 결국 세금 아닌가? 그런데 사실 면세 생태계를 지탱해온 실질적인 주역은 보이지 않는 곳에 국가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온 수백, 수천의 에이젼트들이다. 그들이 고사하면 회복도 어렵고 아주 오랜 시간 다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삶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면세업은 세계적인 국가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주요 산업이다. 지금이라도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정책이자 과제"라며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해, 직원의 고용을 유지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정부 발표와는 달리 일선 현장 공무원들은 책상 행정만 반복할 뿐이다. 혜택은 커녕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게 됐다. 이래저래 최근의 상황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형국이다. 정책 결정자들이 이런 내용을 전해 듣기를 바란다"고 마무리 했다. 

'면세점'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면세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이곳에 물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공급.협력업체들로 구성된 '독특한 생태계'라는 말에 동감한다. 신라 신세계 롯데로 대표되는 면세 대기업들이 업계 맏형으로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기도 하다. 

박홍규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