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재고 할인' 시작한 신세계免…소수 위한 일부 품목만-계열사 동원 씁쓸한 밀어내기 '업계 상생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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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재고 할인' 시작한 신세계免…소수 위한 일부 품목만-계열사 동원 씁쓸한 밀어내기 '업계 상생은 뒷전'
  • 김상록
  • 승인 2020.06.0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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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면세품 재고 판매에 나섰다.

신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명품을 포함한 재고 면세품을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한다. 정상가 대비 10~50% 할인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명품 브랜드만 포함시켰기 때문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 식 이벤트라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일 오전 10시부터 자체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를 통해 신세계 면세품 재고물품 판매를 시작했다.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발렌티노 등 총 4개 브랜드 제품이 대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 제품들을 정상가보다 10~50% 할인해 판매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수입 통관 절차를 거쳐 세금이 포함된 원가에 물류비, 상품화 작업비, 카드 수수료 등 각종 운영비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모든 제품은 예약판매로 진행되며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주문 완료건에 한해 신세계면세점에서 상품을 통관시킨다. 통관 절차를 마친 상품은 신세계인터내셔날 물류센터로 입고돼 포장 후 택배로 배송한다. 이에 3일 오전 신세계 면세점 재고 판매 소식을 접한 이들의 관심 폭주로 관련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3일 오전 접속 마비가 된 에스아이빌리지몰 홈페이지 <br>
3일 오전 접속 마비가 된 에스아이빌리지몰 홈페이지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기회일지 모르지만 면세 업계 입장은 다르다. 침체된 면세점 사업을 다시금 끌어올리려면 일시적인 조치에 그치기보다 '해외 직구 허용' 같은 과감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대기업 면세점에 악세서리를 공급하는 A대표는 한국면세뉴스에 "국내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토산품(그 지방에서 특유하게 나는 물품)은 관세가 없고 부가가치세만 면제되지만, 로컬 상품과 가격차이를 두고자 10에서 15% 정도 판매가격에 차이를 둔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내 로컬업자들과 마찰만 일으킬 뿐, 해외 시장을 겨냥해 '외국 명품족에게 국내 직구 허용' 같은 과감한 돌파구가 필요한 때"

그는 "내국인이 주문한 상품에 관세를 지급하고 파는 방법은 로컬수입업자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현재 신세계가 판매가의 40%를 깍아서 판매한다고 선전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아니고 8개 가방패션 브랜드에 국한되기 때문에 해결책은 아니다. 자사 쇼핑몰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아니면 면세 재고품 판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 추진보다 해외로 소비를 추진하는게 면세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내국인에게 판매하기보다 면세점 직구를 외국인들에게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 역시 한국면세뉴스에 "모든 물품이 그렇지만 특히 패션 상품은 재고가 쌓이면 다음 오더가 불가능하다. 결국 면세점 재고 처리가 문제인데 로컬 상품은 그런대로 괜찮은듯 하지만 관세환급을 로컬로 돌려서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면세점은 출국을 안하면 구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판매는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면세뉴스는 신세계면세점에 관련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국내 면세점들은 올 초 발생한 코로나19 여파로 엄청난 위기에 놓였다. 관광객 감소로 인해 매출은 급감했으며 휴점, 감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기지 전까지 뚜렷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부부처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감이 있으며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곳들이 존재한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구본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2일 공사 회의실에서 대기업 면세점 3社(신세계,신라,롯데)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및 상호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정부에서 발표한 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지원방안의 충실한 이행 △면세사업자의 고용안정 노력 △향후 항공수요 회복을 위한 공사-면세점 간 공동노력 경주 등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매장은 임대료 감면비율이 50%에서 75%로, 중견·대기업은 20% 에서 50%로 감면 폭을 대폭 확대한다. 하지만 면세점에 물품을 공급하는 공급 및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수 개월째 지원을 요청해도 대기업이나 정부 어느 부처도 우리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질 않는다"며 "대기업들이 지원 받는 3600억원은 모두 세금이다. 관계된 공급 및 협력업체들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진 면세 업계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생색내기식 지원 정책 발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협력업체를 모두 아우르며 실무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 마련에 더욱 고심해야 할 때다.

대기업 면세점 또한 자사의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업체, 공급자, 직원들과 상생할 수 있는 세밀한 운영을 지향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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