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상인 돕는다며 고율의 이자놀이하는 KB국민은행...오픈마켓社, "셀러 도움주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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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상인 돕는다며 고율의 이자놀이하는 KB국민은행...오픈마켓社, "셀러 도움주기 위한 것"
  • 박주범
  • 승인 2020.05.18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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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은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자금 융통성 제고를 위해 '즉시 정산 서비스'를 KB국민은행(허인 행장)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입점한 판매자들 대부분은 영세한 중소상인들로서,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판매대금 회수가 필요한 업체들이다.

이는 쿠팡 계좌에 입금되어 있는 판매대금에 대한 채권을 신용 삼아 대금의 최대 90%를 KB국민은행이 대출 기간의 이자를 제하고 해당 판매자에게 바로 송금해주는 서비스다. 이후 판매자가 원래 받아야 할 대금 기일에 쿠팡은 판매자가 아닌 KB국민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과정이다. 즉 형식은 담보대출이 아니질언정 실질적으로는 판매자의 판매대금을 담보로 KB국민은행이 자금융통을 해주는 셈이다.

문제는 이율이다. 현재 가장 이율이 낮은 시중 은행권 대출은 아파트 담보대출로 금리는 2% 초반대이다. 이율이 낮다는 의미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확률이 낮다는 의미이다. 아파트담보대출은 거의 100% 대출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담보물인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면 된다.

쿠팡과 KB국민은행이 이번에 마련한 서비스의 이율은 연 4.8%다. 아파트담보대출이율과 비교하면 2배나 높다. 거래 과정에서 잡혀있는 담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쿠팡 계좌에 있는 판매자가 받아야 할 현금(판매대금)이다. 즉, 쿠팡이 망하지 않는 이상 은행은 100%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 허인 행장
KB국민은행 허인 행장

부도 위험이 없는 대출의 이자가 연 4.8%라면 시중 금리와 비교하여 상당히 높은 이율이며, 쿠팡과 KB국민은행이 영세중소상인을 돕는다는 명목 하에 진행하는 '즉시 정산 서비스'는 알고 보면 고리대금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판매자들의 자금 융통을 위한 것"이라며 "이 외 다른 의견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4.8%의 이자수익에 대해서는 쿠팡은 수취하는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쿠팡이 예정된 정산기일에 판매대금을 KB국민은행에 지급하는 내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양사간 계약 사항이라 전할 내용이 없다"고 전해왔다.

KB국민은행 담당자는 "이 여신은 담보대출이 아니다. 쿠팡으로부터 판매자 채권을 양도받는 형식이다"며 "기존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P2P 업체 대출을 이용할 때 이율이 15% 이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이율로 자금 편의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오픈마켓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 판매자는 "작은 규모의 사업장은 항상 자금난에 시달려 선이자를 떼고 받더라도 이런 서비스가 가끔 유용하다"며 "그러나 자금 떼일리 없는 판매대금을 잡힌 대출치고는 너무 고율의 이자가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미래에셋캐피탈과 연 5.5%의 이자율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위메프 또한 KB국민은행과 연 5.84%로 선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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