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세업 특별고용지원업종 검토...공급·협력업체 지원책 반드시 포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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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면세업 특별고용지원업종 검토...공급·협력업체 지원책 반드시 포함돼야
  • 박주범
  • 승인 2020.04.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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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항 면세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업종에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원 받아야 할 곳을 놓치고 있다. 

면세업계는 국제공항 여객수 급감으로 매출이 거의 제로(0)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어렵다. 특히 면세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 중소기업들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 죽여 있는 실정이다. 하루 속히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개학 연기로 인해 학교 급식 공급용 친환경 농산물 약 812t이 피해를 볼 우려가 높다"고 하면서 "농산물 폐기 등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달간의 피해 예상 물량의 전량 판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중 592t의 친환경 농산물이 할인 판매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전체 피해 물량의 73% 수준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는 바람에 학교 급식에 납품해야할 농축수산물업체와 유관 기업들이 폭삭 망할 처지에 놓였다가 정부의 발빠른 대처로 한숨 돌리게 되었다.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음식, 숙박, 여행 관광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업종 관련 지출에 대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까지 확대하겠다"며 관련 업종과 업계의 부담을 줄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를 보고 있는 업계에 신용카드 지출을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노린다는 포석이다. 얼마나 실직적인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해당 업계나 종사자들은 '정부가 그래도 우리를 잊지 않고 도와주려고 한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을 것이다.

지난달 16일 정부는 관광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했다. 이에 따라 관광업은 휴업을 해도 근로자 휴업수당의 최대 90%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관광업계는 일제히 '회생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 일색이었다. 실제 효과는 바로 수치로 나왔다. 

이번 달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여행사 인허가 정보공지에 따르면, 3월 한 달 간 일반여행업, 국내여행업, 국외여행업, 국내&국외여행업의 폐업 건은 올해 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9건) 보다 적었다.

정부의 지원책으로 관광업계가 망하는 폐업보다 일시적으로 숨고를 수 있는 휴업을 선택한 결과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난 2월에는 폐업이 58건으로 작년 48건으로 많았다. 이 정책의 효과가 높다는 반증이다.

최근 면세점 업계는 정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임대료 인하 등 지원책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호응하듯 지난 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인천·김포공항 등에 입점한 대·중견기업 면세점을 대상으로 6개월간 임대료를 20% 인하해주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임대료 감면율을 5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면세점 업계는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임대료 인하를 시행해야 할 인천공항공사가 올해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대신 내년에 임대료 할인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전년 대비 국제선 여객수 증감에 따라 면세점 임대료를 ±9% 내에서 조정하고 있다. 내년 임대료는 올해 국제선 이용객수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되는데, 올해 이용객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내년 임대료는 9% 인하될 것이 확실시된다. 즉, 6개월간 20% 임대료 인하를 받는 대신 내년 12개월 동안의 9% 인하를 포기하거나, 올해는 임대료 인하를 포기하고 내년 9% 인하를 받아들이냐를 정하라는 것이다.

인하를 받거나 받지않을 때의 임대료를 각각 계산해보면 거의 동일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이자 하석상대식 해법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업계에 꼼수를 부린 것이며, 정부 시책과 다른 길을 가는 바람에 정부의 뒷통수를 친 격이다. 면세점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는 아예 20% 임대료 할인을 포기했다. 정부의 의도도 모르고 안하무인격의 인천공항공사에 더는 기댈 것이 없다는 업계의 묵언시위이다.

지난 8일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면세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항공지상조업과 면세점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 요청에 대해서 지정요건 충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속히 결정토록 하겠다"며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요건 완화 등 다양한 정책건의도 검토한 뒤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임대료 인하 요청부터 촉발된 면세업계의 불만에 귀기울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속이 더 타들어가는 면세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전국 면세점에 상품을 공급하고 판매 관리를 하는 면세점 입점업체와 납품업체들이다. 이들은 정부와 면세점, 그리고 인천공항공사 등의 고래가 싸우는 와중에 등이 터져 고사할 지경이라는 하소연을 쏟아 낸다.

면세점 협력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전국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과 같은 중소기업에는 눈길도 주지 않아 원망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빨리 어떤 대책이 나와야지 안그러면 1~2주 내 모두 폐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될 때 공급업체와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면세점 협력업체 애니통상 한은희 대표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면세업 지원이 정부차원에서 논의된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고 하면서 "다만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하루 빨리 시행되어야 하며, 면세점에 상품을 공급, 운영하는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한 공급업체도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고객들이 지난 2월 판매한 제품들을 3월에 대거 구매취소를 했다. 수십년 면세점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마이너스 매출은 처음"이라며, "이번 달도 마이너스는 확실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원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사진=YTN 보도/인천국제공항공사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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