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이상호 대표 '짠내경영' 통했나? 인건비 34%·마케팅비 13% 줄여 흑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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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이상호 대표 '짠내경영' 통했나? 인건비 34%·마케팅비 13% 줄여 흑전 성공
  • 황찬교
  • 승인 2020.04.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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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가 8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향후 상장 가능성을 높였다.

11번가는 지난 7일 작년 실적 발표에서 매출 5305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가 출혈경쟁으로 해마다 조 단위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드물게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경쟁사 위메프는 작년 매출 465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영업손실이 2018년에 비해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757억원을 기록한 것만 봐도 11번가가 수익성을 위해 비용 절감 등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즉, 11번가의 매출이 위메프에 비해 불과 652억원 높지만, 영업손익면에서 771억원의 차이가 난 점은 11번가 이상호 대표가 수익에 절치부심했음을 반증한다.

이상호 대표의 이런 짠내경영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항목이 인건비와 광고선전비용이다. 2018년 4개월치 인건비(종업원 급여 항목)는 356억원이고, 2019년 12개월치 인건비는 708억원이다. 월 평균으로 계산하면 2018년은 89억원, 2019년은 59억원이다. 월 평균 인건비를 무려 34%나 절감한 것이다. 2018년 월 평균 광고선전비는 95여억원이고, 2019년은 83억원이었다. 광고선전비가 대부분 마케팅비용인 점을 감안하면 마케팅비를 13%나 절약한 셈이다. 마른 수건 쥐어 짜듯이 절감한 인건비와 마케팅비용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전환된 것이다.

11번가의 연간 흑자 전환은 작년 1분기부터 긍정적인 조짐이 보였다. 2018년 분기별 적자가 180억원 전후를 보였는데, 작년 1분기에 43억원이라는 흑자를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2분기 4억원, 3분기 3억원 등 세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11번가의 흑자전환은 레드 오션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격 경쟁과 마케팅 출혈을 최소화한 내실 경영의 성과임은 분명하다. 

이상호 대표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이후 본격적인 내실경영을 선언했다. 적자를 감수하는 덩치 경쟁을 더 이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대표의 선언은 통했고, 2019년 연간 영업이익 14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8년만의 흑자이고 상장으로 가는 초석을 다진 셈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흑자 내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데 11번가가 해냈다니 놀랍다"며, "한 두 회사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SK텔레콤은 2019년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자회사인 11번가를 기업공개 대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히면서 "각 사업의 밸류(가치)에 대해 국내 캐피털 마켓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 2020년은 뉴 비즈 사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 받기 위해 기업공개 등의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11번가가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그간 시장에서 소문으로만 들리던 11번가의 상장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11번가 상장 가능성을 시장에서는 낮지 않게 본다. 그 이유는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작년 여름 한 언론사가 보도했듯이 11번가는 2018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모펀드 H&Q와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는데, 이때 조건이 2022년까지 상장하거나 투자자 지분을 되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대표가 외형 성장보다는 인건비와 마케팅비용을 줄이면서까지 흑자 달성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가 상장 약정 기간 내 시장이나 투자자에게 11번가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재무제표상의 수치에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일단 이대표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를 풀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단 외형 규모를 포기하면서 자연스레 매출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1분기 1569억원, 2분기 1458억원으로 분기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고, 2018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약 10% 감소한 수치다. 연간으로 보면 2018년 매출이 6744억원이고 2019년은 5305억원이다. 1년 동안 매출이 1439억원, 전년대비 무려 21%나 감소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작년 분기별 영업이익을 보면 1분기 43억원, 2분기 4억원, 3분기 3억원으로 3분기까지 총 누적 50억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이 14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작년 4분기는 36억원 정도 적자를 본 것이다. 앞으로의 흑자 기조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11번가 이대표의 '짠내경영' 전략이 9개월만에 과거 외형성장 기조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11번가는 예전의 출혈경쟁으로 돌아가면 상장이 멀어짐과 동시에 회사의 존속여부를 걱정해야할 처지가 된다. 반대로 수익성에만 집착하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쪼그라드는 딜레마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작년부터 올해 비효율적인 직매입 사업 축소하면서 흑자 전환과 동시에 매출은 다소 감소한 상태다"며, "작년 거래액 규모는 9조원대로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어 절대 사업이 위축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흑자 달성과 상장에 대한 문의에 "마케팅비용은 실질적으로 감소한 것이 맞다. 인건비 관련해서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상장은 SK텔레콤 본사 차원에서 자회사 상장계획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다. 장기 계획에 따라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황찬교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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