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코로나19' 집단감염 크루즈선 실상 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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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코로나19' 집단감염 크루즈선 실상 감추기?
  • 이태문
  • 승인 2020.02.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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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상황 공개되자 속속 삭제, 감염 실상 적나라하게 드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감염의 상징이 되어 버린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오랜 격리 생활을 접고 검진 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승객들이 배에서 내리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내부 사정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를 공개하자마자 곧바로 삭제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밤 유튜브를 통해 크루즈 선내 감염 대책이 아프리카, 중국보다 형편없어 "비참한 상태"이라고 폭로한 고베(神戸) 대학교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郎) 감염증 내과 교수는 20일 아침 갑자기 동영상을 삭제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20일 이와테 교수가 인터넷 회견을 통해 동영상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더 이상 이 논의를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선내 환경이 현저히 개선됐다는 정보를 얻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했다. 아울러 이와테 교수는 "누군가를 비난할 생각은 없었으나 오해를 부른 결과가 됐다"고 덧붙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동영상 삭제에 정부가 관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교수가 동영상을 통해 지적한 점들에 대해 "선내 관리는 감염 관리 전문가가 상주해 있다"고 해명했다.

최근 크루즈선 내부 상황의 고발과 비난이 이어지자 하시모토 가쿠(橋本岳) 후생노동성 부(副)대신이 20일 트위터에 크루즈선 내부 감염 관리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진을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일본 환경감염학회의 DIICT(재해시 감염제어 지원팀)이나 대학병원 등의 전문가에게 지속적으로 의뢰하여 코로나19 대책을 맡기고 있다. 선내에서 적절한 감염 관리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했다”며 "검체 채취 등으로 오염된 가운 등의 감염 방호복 등을 벗는 구역이 설치돼 기타 업무 구역과 명확히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공개한 내부 사진으로 "참고로 현장은 이런 느낌. 사진에는 글자가 잘 안 보이지만, 왼쪽이 ‘청결 루트'고 오른쪽이 ‘불결 루트'다”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는데, 손글씨로 쓴 허술한 안내와 함께 두 개의 문이 결국 한 장소로 연결된 치부가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하시모토 부대신은 이 사진을 곧바로 삭제했다.

또한, 크루즈선 탑승했던 80대 남성과 여성 등 2명의 확진자가 20일 사망했는데, 남성은 천식으로 고생하고 여성은 고열이 났는데도 적절한 치료없이 일주일 이상 크루즈선에서 격리 생활을 보냈던 것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20일 밤 기자회견에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많은 승객들이 지난 5일 이전에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3일 요코하마항 정박한 이 크루즈선에 대한 검역을 실시했고, 5일 승객 감염이 확인되자 모든 승객에게 객실 등에서 대기할 것을 요구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승객들과 감염되지 않은 승객들을 선내에 함께 장기간 격리한 일본 정부의 조치가 큰 실수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소 측은 또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선내에서 업무를 계속해야 했기 때문에 5일 이후에도 감염이 계속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 = 이태문 도쿄특파원 gounsege@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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