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글래스 KLM 사장 "승무원의 어리석은 실수...인종차별적 행위는 아냐"
상태바
기욤글래스 KLM 사장 "승무원의 어리석은 실수...인종차별적 행위는 아냐"
  • 김윤미
  • 승인 2020.02.14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적 의견이라는 것을 전제로, '코로나19' 확진자 케이스가 유럽이 더 많은 상황에서 유럽에서 오는 사람이 한국인을 잠재보균자라고 얘기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인종차별적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관계나 승무원의 답변내용으로 봤을 때 회사차원에서도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영어 기재를 빼먹은 단순하지만 어리석은 실수라 생각한다. 다만, 초기에 발견된 몇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하긴 어렵고 그 이면에 있는 이유까지 보다 심층적인 조사가 따라야 할 것이다."(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기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과 이를 한글로만 기재해 알린 네덜란드 KML항공이 '인종차별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공식 사과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KLM 측은 이번 사건을 '승무원 개인의 단순한 실수이지만 중대사안'으로 인식하면서도 '인종차별적 행위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기욤 글래스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과 이문정 한국 지사장, 크리스 반 에르프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영업 상무, 프랑수아 기우디첼리 아시아퍼시픽 사업 개발 담당이 참석했다. 

사과문을 낭독하는 기욤 글래스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오른쪽부터 크리스 반 에르프 영업 상무, 기욤 글래스 사장, 이문정 한국지사장, 프랑수아 기우디첼리 아시아퍼시픽 사업 개발 담당

기욤 글래스 사장은 이 자리에서 '승무원 개인의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가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돼 한국 고객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치고 국민들께 정신적 피해를 드린 점에 사과 드린다'는 내용을 낭독 후 임원들과 함께 머리를 숙였다. 

이어 "그간 KLM에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대한 정책이 없었던 것처럼 '금지' 정책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제부로 전세계적으로 KLM 항공기내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 조치로 정책적 변화를 꾀했다"고 밝혔다. 

앞서 KLM 항공은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KL855 항공편 내부 화장실 문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종이 안내문을 붙였고, 이를 본 한국인 승객 김모씨는 여러 국적의 승객이 탑승한 여객기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안내가 붙은 것이 의아해 이를 촬영했다. 그러자 부사무장이 다가와 "기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사진을 지우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한국어로만 적힌 안내문에 대해 항의하자 부사무장은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 고객으로부터 (승객들을) 지키기 위해 결정한 사항'이라 설명했고 뒤늦게 영어를 병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를 SNS를 통해 알리며 "2차 감염 가능성이 높은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전용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예방책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련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한국어로만 고지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하면서 KLM측에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KLM항공이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에 KLM항공은 공식 사과를 위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에 이른 것이다. 

KLM측에 따르면, 10일 운항된 KL855 항공편은 총 320개 좌석에 탑승객이 총 277명이었으며, 이중 한국인이 135명, 외국국적승객이 142명이었다. 발열 증세를 보인 승객은 없었다. 승무원은 총 12명으로 네덜란드인 10명, 한국인 2명이었다. 이 승무원들은 14일 오전 현재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같은 항공편에 탑승 중이며 현지 도착 후 미리암 카트만 수석부사장 등 KLM 본사 임원들과 심층 면담 등 자체 조사에 임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하루만에 급하게 결정돼 열렸음에도 8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중대사안'임을 입증했다. 특히 'KLM 정책이 아닌 승무원 결정이었다면 어떤 절차-의사과정을 거쳤는지' '이전에도 이같은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 '해당 승무원에 대해 어떤 조치(징계)가 취해질 것인지' '인종차별적 의도가 없는 단순 실수에 의한 행위였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KLM 측은 아직 심층조사가 진행되지 않은데다 징계나 조치는 개별사안에 따라 공정한 조사 후에 결정된다는 것을 거듭 언급하며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이문정 한국 지사장은 "승무원들은 암스테르담 본사 소속이기 때문에 처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승무원의 실수였고 영어를 써야하는 것을 잊었다'고 짧게 보고를 받았다. 실수라 해도 상황의 엄중함에 대해, 승객들과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는 점에 대해 본사에 거듭 강조했고, 출발도착 후 승무원 브리핑에서도 한번 더 강조하고, 문화적 감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교육할 예정이다. KLM 전체적으로 이번 일이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상황을 야기했으며 (한국승객-국민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혔는지에 대해서도 거듭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욤 글래스 사장도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과 전세계 승무원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했고, 크리스 반 에르프 상무도 "어제 이 사안에 대해 본사 수석부사장과 통화했고 부사장이 직접 나서서 네덜란드에 곧 도착할 승무원들과 면담 예정이라는 것 자체가 이 사안을 얼마나 중대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일례"라고 덧붙였다.

KLM에 따르면, 이번처럼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이 KLM 자체 규정에 없어 승무원 결정으로 이뤄졌을 때 '보통은 선임사무장이 조율해 진행하고 최종 책임은 기장이 진다'. 정해진 정책이 없는 만큼 정해진 절차(프로세스)도 없다. 암스테르담 본사에서의 면담, 조사는 12명(네덜란드인 10명, 한국인 2명) 전 승무원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태 관련해 승무원들이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쳤는지, 이면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등이 인터뷰를 통해 파악된다. 특히 승객이 거론한 2명의 승무원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이를 SNS에 게재해 공론화시킨 한국인승객의 언급처럼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그 자체보다는 이를 한글로만 안내한 것에 '인종차별적 의도'가 있었느냐 여부일 것이다.

이에 대해 기욤 글래스 사장은 "코로나 사태는 특정 인종만 관련된 것이 아닌 전세계가 영향받고 있는 문제다. 당연히 아시아인을 특정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종차별이 아니라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보도를 보면 유럽 일각에 (동양인 전체에 대한) 비합리적 시선이나 입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질병 발발에 대한 승객, 승무원 보호조치가 특정 국적을 타깃으로 해서 취해지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밝혀드린다"고 말했다. 

'승무원의 단순 실수이지 인권차별적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는 KLM 측 입장이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많은 유럽에서 오면서 한국인을 잠재적 보균자로 보는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에(그렇게 생각하는 게 말도 안되기 때문에) 인권차별적 행위가 될 수 없다'는 식의 기욤 글래스 사장의 말은 안타깝게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A라는 상황에서 A-1이라는 생각과 행동이 나올 수 없다'는 건 당위가 되기 어렵다. 많은 경우 모욕이나 차별은 행위자보다 대상자들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더 집중하고 살펴야 한다.

사진=KLM항공

김윤미 기자 kdf@kdfnews.com


관련기사
더보기+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