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종가세→종량세 전환…업계별 득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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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종가세→종량세 전환…업계별 득실은?
  • 김상록
  • 승인 2020.01.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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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맥주와 탁주의 주세 부과 기준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면서 업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종량세가 국내 제조맥주와 수입맥주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밝힌 만큼 국내 주류사들에게는 긍정적 요소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그동안 종가세 기준에서 국내 맥주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자랑했던 수입 맥주 업계는 다소 고전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하는 때의 주류 가격 또는 주류 수입업자가 수입신고를 할 때의 주류 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주류의 종류가 동일하더라도 제품의 가격이 낮으면 주세를 적게 납부하고 가격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많은 주세를 납부하게 된다.

종량세는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한다. 주류의 가격이 다르더라도, 주종이 동일하고 동일한 양을 출고했다면 주세가 동일하게 부과된다. 

주류 도매상이나 주류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음식점, 편의점, 대형마켓 등 소매점은 주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주세법이 1949년에 제정될 당시에는 종량세 체계였으며 1968년에 주류소비 억제 및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종가세 체계로 전환됐다. 이후 52년 만에 다시 종량세로 전환이 된 것이다.

종가세와 종량세의 세부담 차이, 종가세·종량세 적용 시 주세·교육세 부담액(500㎖ 병맥주 기준).국세청 제공
종가세와 종량세의 세부담 차이, 종가세·종량세 적용 시 주세·교육세 부담액(500㎖ 병맥주 기준).국세청 제공

정부가 종량세 전환으로 기대하는 점은 '수입맥주와 국내 제조맥주의 차별 해소' '고품질 주류 개발 촉진'이다. 정부는 출고원가가 오르더라도 동일한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고품질의 맥주가 추가 주세 부담 없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종가세 기준으로 국내 제조맥주는 제조원가를 비롯해 판매관리비와 매출 이익 등이 모두 과세표준에 포함됐다. 수입신고 시점에 주세를 부과하는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가액과 관세만 과세표준에 포함되며 판매관리비와 매출 이익 등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수입 맥주는 국내 제조맥주에 비해 주세가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된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편의점 등에서 '만원에 4캔'으로 판매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맥주 수입액은 3106억 원이었으나 2015년 4171억 원, 2016년 5340억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2018년에는 8181억 원으로 시장 점유비가 17.5%에 이르렀다. 2014년 대비 2018년 수입액은 263% 증가했고 시장 점유비는 261% 늘어났다.

연도별 맥주수입액 및 시장 점유율. 국세청 제공
연도별 맥주수입액 및 시장 점유율. 국세청 제공

국내 주류 기업은 대체적으로 종량세 전환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국내 주류사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종량세 시행으로 인해 캔맥주의 주세가 내려가는 반면, 병, 페트, 생맥주의 주세는 오르므로 용량별 가격 인상, 인하가 모두 존재한다. 소비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장 상황을 관망 후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또 "종량세 시행의 출발점은 수입맥주, 수제맥주, 국내 대형 맥주 제조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종량세 시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맥주 발전을 위해 노력해나갈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한 탁주 제조사 관계자 역시 한국면세뉴스에 "종량세 전환은 주종의 고급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며 "종량세로 인한 각 제조사별 탁주의 세율 인하가 크지 않아 출고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겠지만 고급탁주 개발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탁주는 종가세 체계에서 세율이 5%에 불과했다.

실제로 종량세를 적용하면 캔맥주의 가격은 하락하지만 병맥주, 페트맥주, 생맥주의 가격은 상승한다. 이에 몇몇 소비자들은 캔맥주 가격만 조금 내려가고 나머지는 다 오른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마트나 편의점에 가보면 수입 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저렴하다는 반응도 있다.

국세청 법인납세국 소비세과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병맥주, 페트맥주의 가격 상승은 미미한 수준이라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편의점 같은 경우는 우선 재고가 다 소진되어야 캔맥주 가격 인하가 반영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있다"고 말했다.

세법의 허점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앞서 정부는 종량세 전환을 가장 기대했던 곳이 수제맥주 제조사라고 했다.

규모가 적은 수제맥주 제조사는 맥주를 제조하는데 드는 비용이 높아 제품의 원가가 그만큼 높을 수 밖에 없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납부해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종량세로 전환하면 수제맥주는 주세부담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편의점 CU는 현재 수제맥주 1캔 3500원 균일가, 3캔 9900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제맥주의 가격은 보통 3900원~5200원이지만 할인 행사를 적용 받으면 15%~40%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 측은 "주류 과세체계의 개편으로 그 동안 수입맥주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산 수제맥주가 다양한 맛과 종류의 신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는 수제맥주의 라인업이 더욱 늘어나고 가격도 점차 낮아지는 만큼 관련 시장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수제맥주사가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한 수제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면세뉴스에 "우리는 캔입, 병입이 아니라 매장에서 직접 맛보는 생맥주 KEG(1개 용량은 20L)로 생산해 전국 매장에 공급을 하고 있다"며 "L당 323.16원(62.45%)이 증가하는 생맥주 세액이 적용돼 가격 인상 요인이 크다. 내부적으로 맥주 공급가의 인상을 고민하고 있지만 급격한 인상은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정부는 생맥주가 종량세 전환으로 주세 부담액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2년간 생맥주에 20%의 경감세율을 적용(1㎘당 66만 4240원)하기로 했다.

수제맥주 제조사 측 관계자는 "20%가 감면돼도 40%다. 그것도 한시적이고 정부가 향후 어떻게 방향을 가져갈지 모른다"면서 "결국 주류 시장은 브랜드끼리의 경쟁 구도 아니겠나. 주세법으로 인해 누구는 혜택을 보고 누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조금 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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