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억제 1순위 '여행비'...관광산업 경기 더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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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억제 1순위 '여행비'...관광산업 경기 더 꺾인다
  • 한 윤철
  • 승인 2019.07.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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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인사이트 '체감경제심리' 조사
9개 소비지출 항목 중 지출 의향 최하위
20~30대 여성 제외하곤 억제 성향 뚜렷


소비자들이 지출 억제 1순위로 단연 '여행비'를 꼽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산업 경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비자 열 명 중 넷 이상이 여행비, 문화/오락/취미비, 외식비 지출 감소(40%대)를 전망했다. 내구재(자동차, 가전, 가구, 디지털기기 등) 구입비 감소를 예상한 사람 비율도 엇비슷(39.1%)했다. 소비 지출 억제가 여가산업에 이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나아가 교육 관련 산업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주 1000명(매일 평균 143명), 매월 4000~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감경제심리'를 조사해 왔다. 6개월간 2만6000명을 조사한 결과 9개 소비항목에 대한 지출 의향은 여행비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여행비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본 사람은 전체의 44%인 반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나머지 33%는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 여행지출 의향 여성·젊은 층일수록 강해

9개 항목의 소비지출 전망지수(5점 척도 결과를 평균 100점이 되도록 지수화한 값의 평균) 평균이 89.9인데 비해 여행비는 80.9로 가장 낮았다. 이 값이 100보다 크면 ‘늘어날 것’이라는 소비자가 많고, 100보다 작으면 ‘줄어들 것’이 많음을 뜻한다. 여행비 다음의 소비지출 축소 예상 항목은 △문화/오락/취미비(82.7) △외식비(82.8) 등 기호성 지출이었다. 여행산업 침체가 유관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광이 주요 산업인 지역에서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더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20대 여성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층에서 여행비 지출을 줄일 계획을 갖고 있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20대 여성(102.3점)만 100을 넘었고 큰 차이를 두고 30대 여성(91.9점)이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 남자(60.6점)는 20대 여성에 비해 무려 40점 이상 차이를 두고 최하위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여행비 지출 의향은 연령과 반비례했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강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제조업에도 부정적 기류가 감돌고 있다. 내구재 구입비가 ‘줄어들 것’(39.2%)이 ‘늘어날 것’(19.8%)의 2배에 달하고, 의류비 지출 의향도 거의 비슷하다(각각 36.5%, 18.8%).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구입을 미루고, 의류 구입을 줄이는 것은 제조업 전반에 어려움이 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소비자 특성별 차이 - 성·연령 등 계층 따라 성향 뚜렷

컨슈머인사이트는 어떤 소비자들이 소비지출을 억누르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성 △연령 △근로고용형태 △거주지역 등 특성 별로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소비자 특성별 차이는 교육비를 제외하고 유사하게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노년층이 청년층보다, 영남이 호남보다 소비지출을 꺼리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 성별 비교 - 교육비 외 전 항목 ‘남성’이 ‘여성’보다 위축

일반적으로 남성은 소득 영역에, 여성은 소비지출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지출 심리 위축은 △남성(87.8)이 △여성(92.1)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따른 위협보다는 소득 유지나 확대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비를 제외한 전 항목에서 남성의 감축 의향이 여성보다 컸다.



○ 연령대 비교 - ‘60대 이상’ 가장 쪼들려...나이에 반비례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비지출 절감 의지가 강했다. 소비지출 전망 연령대별 평균은 △20대(100.7)가 가장 높았고, △30대(95.0) △40대(90.9) △50대(83.2) △ 60대 이상(77.2) 순이었다. 경제활동 기간이 가장 짧은 20대와 가장 길었을 60대 이상이 여유와 긴축의 양 끝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60대는 9개 항목중 6개에서 초긴축 태세(지수 70 미만)를 갖고 있었다.

연령대와 성별을 동시에 고려하면 소비지출 측면에서 가장 여유 있는 세대는 20대 여성, 가장 궁핍한 세대는 60대 이상 남성이다. 가장 힘든 ‘60대 이상 남성’은 9개 항목 중 5개에서 70 미만의 지수를 보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단 2개(교육비와 내구재 구입비)에서만 100 미만의 점수를 보였다. 20대의 경우 원래 내구재 구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교육비가 우선 절감 리스트에 있다는 것은 의외다.

○ 직업별 비교 - 소득활동 적은 학생이 가장 여유

정규직 근로자, 비정규직/일용직근로자, 사업자, 학생, 전업주부, 무직/퇴직 등 6개로 나눈 근로고용형태별 비교에서 소비지출 지수가 높은 집단은 소득활동과 가장 무관한 △학생(100.7)이었다. 그 다음은 △정규직(93.0) △전업주부(87.2) △비정규직/일용직(87.1) △무직/퇴직(84.3) 순이었으며, △사업자가 79.3으로 가장 낮았다. 본 조사의 사업자는 직원 수 4인 이하 소상공인이 대부분(87.8%)이며, 직군중 유일하게 80미만이었다.

개인적인 투입 비용과 노력이 가장 큰 사업자의 소비지출 전망이 무직/퇴직자보다 5p 낮고, 가장 어렵다는 60대 이상과 별 차이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상공인이 처한 사업 환경이 투자와 노력에 비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극히 열악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반면 본업이 소득과 무관한 학생은 소비지출 심리가 클 뿐 아니라, 지출 항목에 의외의 특성이 있었다. 본업과 관련된 △교육비 지출(97.3)이 가장 낮았고, △교통/통신비(113.2) △주거비(109.6) △의료/보건비(102.7) △의류비(101.5) △문화/오락/취미비(101.5) 등은 오히려 더 컸다. 학생층의 불분명한 소득원과 지출, 소비의식에 대한 별도의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 한-일 갈등 장기화 땐 더 위축 예상...제조업 선제 전략 필요

컨슈머인사이트는 "종합적으로 소비자들은 경제 불안과 소득 감소를 예상하고 절약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최근 본격화한 한-일 갈등에 따라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더해지면 소비지출 성향은 더욱 내리막길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소비 측면에서 여가산업에 이어 내구재·의류 등 제조업계와 교육 서비스 업종에 한파가 밀려오고, 제조업계는 생산과 판매의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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