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입찰 관전기] 누가 롯데의 옆구리를 찌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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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입찰 관전기] 누가 롯데의 옆구리를 찌르나
  • 조 휘광
  • 승인 2018.06.04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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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려라'는 속담을 들어보셨는지. 주의하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속담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주어와 술어관계가 엇갈려 정반대 뜻이 된다. 기자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농담반 진담반으로 전해져 오는 말이다. 구경 중에 제일 재미있는 게 불구경과 싸움구경이고 독자의 관심을 끄는 뉴스가 되려면 싸움판이 시끌벅적해야 된다는 얘기겠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2개구역에 대한 입찰 결과에 대한 인천공항공사의 발표가 나온 지난달 31일 이후 일각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당초 입찰가를 얼마나 써 넣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니 롯데면세점이 4개 사업자 가운데 최고가를 써내고도 탈락한 데 대해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면세점사업 철수 경력에 대한 감점 요인을 가격점수로 상쇄하지 못한 게 의외라느니, 해당 매장에서 철수한 롯데가 재도전한 데 대한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라느니 논란에 불을 지피는 추측이 이어졌다. 롯데가 공정위 제소든 법적조치든 가능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사는 4일 입장문을 내면서 정면반박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했음을 밝히고 "롯데가 가장 높은 입찰금액을 써낸 것은 사실이나,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4개 입찰 참여 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내외부 평가위원들 대부분이 일치되게 롯데의 사업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린 것이 확인"됐다며 "향후 근거없는 루머로 공사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가능한 법적 조치를 포함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도가 제법 있다.



인천공항공사로서는 논란에 확실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 다수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분위기가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격앙되는 모양새다. 글로벌 2위, 국내1위 사업자로서 면세점 운영에 관한 노하우는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진 롯데가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꼴찌 평가를 받았다는 공항공사의 발표는 상처입은 자존심에 고춧가루를 뿌린 격이 된 듯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결과에 불복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강력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는 기자들 소통과정에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소나 법적대응은 내부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실효성도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가격이 중요 평가요소였기 때문에 여론에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구심이 나오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내비쳤다. "처음부터 감점 비중을 공개했으면 됐을 텐데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 내부인원 7명에 외부인원 5명이었다고 하는심사위원 구성도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면세점제도개선TF에서는 심사위원을 전원 민간인사로 하는 방침을 정했는데 이번 심사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다.



스스로의 약점을 알면서도 이번 사업권 획득을 위해 '올인'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롯데로서는 이래저래 입맛이 쓸 수 밖에 없다. 불공정 논란을 들이밀면서 롯데의 옆구리를 찔러보는 '기자들의 본성'은 더욱 달갑지 않을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라는 금언이 아직 때로는 유효하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칫 관세청으로 공이 넘어간 본선 심사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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