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면세점 ‘송객수수료’는 양날의 칼, 외화내빈(外華內貧)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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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면세점 ‘송객수수료’는 양날의 칼, 외화내빈(外華內貧) 매출
  • 김선호
  • 승인 2016.10.26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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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 “현재 면세점 수익구조는 기형적” 지적
높아지는 면세시장 규모 텅 빈 영업이익...‘산업이 위태’
올해 12조원 매출 전망, 피 흘리는 중소·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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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 관계자가 “현재 면세점 수익구조는 기형적이다”며 “면세점이 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여행사 및 가이드에게 지불하는 송객수수료의 경우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나 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더욱 상승하고 있다. 매출 대비 10~15% 가량이었으나 약 35%까지 치솟았다. 이익을 보지 않더라도 일단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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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새누리당 이현재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6월)까지 면세점이 여행사 및 가이드에 지불한 송객수수료는 1조 8,971억원이다. 그러나 이 기간을 지나고 나면 HDC신라면세점(신라아이파크면세점 매장 운영),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갤러리아면세점63 매장 운영), SM면세점에 이어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두산(두타면세점)이 본격적인 운영에 착수하며 출혈경쟁이 심화됐다. 즉,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수수료 ‘전쟁’의 불꽃이 타오른 것이다.

당시 C업체 관계자는 A업체에 대해 “다른 면세점에 단체관광객을 방문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를 더 얹혀줬다. 그 ‘다른’ 면세점이 바로 C면세점이다. 상생·협력이 면세점 홍보 전략이나 물 밑은 진흙탕과 같다”고 밝혔다. A면세점과 C면세점은 인접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불똥은 B업체로 옮겨 붙었다. A와 C업체가 단체관광객 유치에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나가는 동안 업계는 인근 B업체의 매출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약 80%에 해당하는 면세점 단체관광객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이 9.3%였으나 올해 상반기에 11.6%로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송객수수료 상승은 면세점이 몰려 있는 서울 지역에서 일어나며, 관세청이 집계한 금액 이외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d1014_002 사진=김선호 기자/ 서울 지역 명동가에 몰린 단체관광객들이 대형버스에서 승하차하고 있다.

d1024_006 사진=김선호 기자/ 서울 지역 주요 시내면세점 앞에서 여행사 가이드가 단체관광객들을 인솔하고 있다.

송객수수료는 현재 단체관광객의 면세점 제품 매출 중 일정 부분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를 면세품 판매가격에 적용 시 출혈경쟁의 민낯이 드러난다.

평균적으로 면세품 마진은 50~60%가량. 여기서 약 35%의 송객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마진률(매출총이익)은 5%에 불과해진다. 또한 일반관리비 및 판매비를 제하게 되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규면세점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적자폭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관세청이 제시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15년 해외면세점 ‘송객수수료’는 중국 10%, 대만 10%, 일본 6%다. 국내 면세점 ‘송객수수료’는 해외에 비해 적정치를 훌쩍 넘는다.

국내 면세시장은 더욱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1~9월까지 공항·항만·시내면세점(지정·외교관면세점 포함) 총매출이 8조 9,331억원으로 집계 됐다고 밝혔다. 천홍욱 관세청장 또한 올해 12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망치대로라면 전년대비 30%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는 최근 2년 동안 면세점이 6개에서 13개(올해 신규 특허 포함)로 2배 이상 증폭, 출혈경쟁이 심화돼 면세시장 매출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송객수수료를 더 높이 제시할수록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더욱 북적거리게 돼 면세점 매출이 급상승한다. 기존 면세점의 경우 일명 단골 소비자 확보가 돼 있으나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은 신규면세점에겐 단체관광객이 주요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다. 신규면세점의 출혈이 더 커지는 이유다.

때문에 국내 면세시장의 수익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지적을 벗어날 수 없다. 면세점은 적자폭을 줄이거나 마진률을 그나마 높이기 위해 ‘송객수수료’가 아닌 면세품 납품가 조정에 나선 모양새다. 면세점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협의를 봐야하는 입장이다. 역시나 약자는 중소·중견 브랜드다.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 상승이 중소·중견 브랜드 제품의 납품 가격 인하로 이어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국회의원은 관세청 단독 국정감사에서 “면세점 업계에서 여행업계에 제공하는 송객수수료는 여행업계 종사자에게는 일종의 팁과도 같은 관행적인 소득이지만 여행자에게는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싸구려 패키지’ 저가 관광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쟁업체인 중소업체(중소·중견면세점)들에게는 송객수수료의 부담이 커지게 되고 규모가 작을수록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게 된다며 시장은 더욱 독과점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의 이름이 거론되면 송객수수료가 높은 면세점에 중국 ‘보따리상’들이 몰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매출액 중 일부를 지불하는 송객수수료 이외에도 면세점을 방문하는 단체관광객 인원수에 따라 지불하는 일명 ‘인두세’까지 더해 여행사 및 가이드에게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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