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재주는 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송객수수료’
상태바
[쟁점] 재주는 면세점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송객수수료’
  • 김선호
  • 승인 2016.10.24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인 관광객, 한국은 ‘관광’보단 면세점 ‘화장품’ 쇼핑
올해 상반기 매출대비 ‘송객수수료’ 11.6%+@...‘더 오를 듯’

면세점이 단체관광객을 매장에 몰아주는 대가로 여행사 및 가이드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제재·규제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이 새누리당 이헌재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엔 매출액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이 9.3%, 올해 상반기엔 11.6%로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즉, 국내에 신규면세점들이 대거 등장하며 출혈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송객수수료는 중국계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 및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로 넘어가 ‘국부유출’이라는 지적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호황을 누리던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면세점이 여행사 및 가이드에게 지불한 총 송객수수료는 1조 8,971억원이다. 관세청이 집계된 자료 외에도 면세점이 단체관광객을 몰아주는 대가로 지불한 금액은 더 될 것으로 보인다.

d1014_002 사진=김선호 기자/ 명동 인근 단체관광객들이 대형버스에서 내려 거리가 북적거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3곳에 이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두타면세점 등 서울 지역에 시내면세점이 추가됐다. 여기에 향후 4개가 더 신설돼 국내 면세업계는 단체관광객을 데려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절실해졌다. 핵심은 ‘송객수수료’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도 단체관광객 ‘수’(소위 ‘인두세’로 불림)로 측정해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불했으나, 여행사와의 협의에 따라 현재는 단체관광객 구매액 중 일부(10~15%)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면세업계와 여행사와 협의를 통해 관행적으로 ‘송객수수료’ 한도가 정해졌으나, 출혈경쟁이 더욱 심해져 암묵적 틀이 깨졌다. 업계 내에선 구매액 비중에 더해 인두세까지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를 주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그러나 관광업계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에서 요구하는 금액 또한 상당하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끊이지 않고 자사에 받기 위해선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계 여행사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여행사는 고전 중에 있다. 이 송객수수료를 통해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는 ‘저가 관광상품’을 출시해 중국인 관광객을 모으는 것이다.

d1024_006 사진=김선호 기자/ 단체관광객을 이끄는 가이드는 '깃발'을 들고 다닌다. 면세점 앞에서 가이드가 단체관광객을 인솔하고 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Duty-free) 뿐만 아니라 음식점, 사후면세점(Tax-free) 등도 포함된다. 사후면세점에선 단체관광객의 구매액 중 최대 60%까지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객수수료’가 높아질수록 영업이익을 담보해야 되는 업체로선 제품의 납품가를 더욱 낮춰야 하며, 이는 곧 상품 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방한 관광시장이 ‘저가 관광’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든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송객수수료를 근절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송객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치가 낮아질 것이며, 면세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면세점뿐만 아니라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업체에게도 모두에 해당한다.

면세점을 관리·감독하는 관세청은 국정감사 당시 면세점 ‘송객수수료’ 자료제출 요구를 받았으며, “개별면세점 수수료는 업체의 영업정보에 해당되고 관세청에서 관리하는 자료가 아니므로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면세시장은 송객수수료로 인해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부 및 제도는 부재한 상태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회의원은 지난 8월 4일 송객수수료를 제한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호중 의원실은 당시에 “고객 유인을 위한 송객수수료 범위를 정해 관광산업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20대 정기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이 또한 물 건너 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개정 법안은 계류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송객수수료를 제재 혹은 규제할 수 있는 제도 및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단체관광객 모집에 더욱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송객수수료에 의한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현재 면세시장은 자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