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신세계디에프 대규모 '사회환원' 공수표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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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신세계디에프 대규모 '사회환원' 공수표 위험
  • 박문구
  • 승인 2016.10.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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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억원 투자, 상당한 규모의 사회환원 효과는?
남대문소상공인 “면세점에 의한 효과는 아직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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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면세점 유치를 조건으로 2700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소기업·지역상권과의 상생, 관광자원 개발 등 남대문과 명동을 잇는 ‘도심관광 클러스’화가 주요 목표다. 남대문 시장을 ‘명품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특허기간 5년의 청사진이다. 그러나 현장은 ‘반신반의’다.

d1020_005 사진=김선호 기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내부 전경. 화려하게 꾸며진 매장이 관광객들의 쇼핑을 이끌고 있다.

남대문 전통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면세점이 유치됐다고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을 때는 그나마 판매가 됐으나 중국인 관광객은 면세점에 있는 화장품을 주로 찾을 뿐 전통시장으로의 유입은 별로 없다”고 운을 뗐다.

물론 남대문전통시장이 명품시장이 되기 위한 길은 멀다. 지난 9월부터 촉발된 점포상인과 노점상 간의 갈등이 예다. 바로 ‘영업시간’때문이다. 노점상은 평일 기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장사를 했으나 영업시간을 당겨달라고 요구했다. 점포상인은 “불법 노점이 임대료 지불도 안 하며 영업시간까지 늘리게 되면 점포는 피해가 심해진다”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d1020_002 사진=김선호 기자/ 남대문전통시장의 풍경. 남대문시장 소상공인은 "신세계가 사회환원으로 내건 '명품시장' 육성에 반신반의다"라고 밝혔다.

당시 남대문관광특구 관계자는 “점포와 노점 간의 갈등으로 시장 발전을 위해 추진해오던 사업 모두 보류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신세계면세점 사회환원 계획에 따른 전통시장에 대한 영향에 대해 묻자 그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영향이 크진 않다. 신세계 측에서 팝콘홀도 오픈하며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으로의 여파는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유치를 조건으로 각 업체가 거액의 사회환원을 약속했으나 초기 단계라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또한 사업 초기에 매장 구성 및 오픈 등에 역량이 집중돼 사회환원을 챙길 여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d1020_001 사진제공: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는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분수광장 리뉴얼 디자인 '최우수상'을 선정했다. 사진은 공동 우승작.

신세계는 사회환원 공약 중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이다. 신세계그룹이 나선 해당 사업은 중구청과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시민참여형 디자인 공모전을 펼쳐 우수작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 해당 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지역과 상생하겠다는 공약과 이에 대한 효과는 검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상인교육 및 캠페인(외국인 관광객 서비스·응대 등)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류를 전파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진디자이너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메사빌딩 5층에 ‘디자인혁신센터’를 내년(2017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다. 사회환원 공약에 따른 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지역과의 상생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관련해 남대문관광특구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유치한 관광객들이 시장으로 유입되는 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d1020_003 사진=김선호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사회공헌으로 내건 '디자인혁신센터' 및 '팝콘홀'이 운영되는 메사빌딩 전경.

남대문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면 시장이 북적거릴 순 있다. 그러나 당장의 모습일 뿐 전통시장에서 지갑을 열진 않는다. 신세계와 관련 있는 메사빌딩 상인에겐 긍정적일 순 있을 지 모르지만 연관성이 없는 전통시장 상인 사이에선 ‘반신반의’하는 정도다”라고 밝혔다. 면세점의 ‘사회환원’ 공약이 자칫 ‘공수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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