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을 이용해 송금하는 과정에서 계좌번호를 착각해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내는 '착오송금' 사례가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기자는 엉뚱한 사람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돌려 받기 위해 은행에 '자금반환 신청'을 했다. 잘못 보낸 금액이 4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 없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판이었다.
기자가 사용하는(돈을 잘못 인출한) 계좌를 관리하는 A은행에 먼저 연락을 한 뒤 지난 22일 '자금반환 신청' 접수를 했으나 몇일이 지나도 답이 없길래 27일 A은행에 연락을 했다. A은행은 돈을 잘못 받은 예금주의 계좌를 관리하는 B은행 쪽에 문의를 했고, 그쪽에서 답을 줘야하는데 아직 얘기가 없다며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전했다.
이후 'B은행으로 계좌입력오류[40000원] 자금 반환 청구 건 반환 거절되었습니다. 자금반환 관련 문의는 고객센터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를 본 기자는 상대방이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인지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A은행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확인을 한 결과 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반환 예정'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반환 예정'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형태로 반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다.
기자는 A은행이 B은행으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것인 줄 알았고, 그게 맞다면 B은행이 처음부터 상황을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거절됐다는 안내만 한 잘못이 있다고 여겼다. A은행 담당자는 기자가 이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하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어 A은행과 B은행에 몇 차례 연락을 하면서 1시간 가까이 통화를 하고 나서야 의문이 풀리고 상황은 종료됐다.
A은행은 "B은행에서 (돈을 잘못 받은) 예금주한테 연락을 계속 했는데 예금주가 연락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B은행에서 반환불가처리를 했다"며 "돈을 받아야된다면 다시 반환신청을 할 수는 있는데, (예금주가 연락을)안 받으면 반환불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통화로 들은 지 3분 뒤쯤 A은행은 기자한테 B은행 예금주가 잘못 받은 돈을 입금했다는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B은행도 얼마 뒤 "착오 송금하신 거래건 중계 요청으로 해당 은행 고객님과 통화 했고 오늘 송금 하셨다고 하십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계좌를 확인해보니 잘못 보냈던 4만원이 입금됐다. 그간 B은행이 해당 예금주한테 계속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몇번의 연락 시도 끝에 연결이 닿아서 돈을 반환한 것이었다.
자금반환청구건을 담당한 B은행 모 지점 직원은 "예금주가 직접 송금을 한다고해도 '반환불가-고객 직접반환코드'라고 뜬다"며 "A은행에서 잘못 안내한 것이다. A은행은 그냥 '반환거절'만 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고객님 반환예정'이라는 메모를 넣었다. 근데 A은행에서 확인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은행은 고객센터에서도 연락이 오고 지점에서도 연락이 오고, 그러다보니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있더라"며 "A은행이 부드럽게 설명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해프닝(?)이 일어난 가장 큰 원인은 두 은행 간에 소통한 내용이 고객한테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자금반환요청 담당 직원들끼리 통화하고, 이 내용을 고객센터를 통해 다시 안내 받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중간에서 내용이 다르게 전달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센터 직원은 자금반환 신청 접수, 중개요청 접수 등의 업무 처리만 할 수 있고, 상세한 상황 설명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기자는 이로 인해 자금반환신청 건을 처리하는데 있어 은행 간에 보다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지는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수지만, 잘못 받은 돈을 원래 주인한테 반환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 예금보험공사는 반환받지 못하는 착오송금액을 대신 찾아주는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제도의 허점이 존재한다. 5만원 미만 금액은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반환 청구 소송에 필요한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경우 송달서 작성에만 6만원 정도의 금액이 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
이 같은 이유로 5만원 미만의 돈을 잘못 보낸 사람들은 자금반환 청구 건이 거절되면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없고, 법률공단을 통해 법적 절차를 알아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끝까지 받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착오송금의 책임은 돈을 잘못 보낸 예금주에게 있다. 하지만 은행과 금융기관이 착오송금 문제를 보다 수월하게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만약 착오송금한 액수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었다면 A은행, B은행은 이렇게 일 처리를 했을까.
한편,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착오송금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을 파악하고 이체시스템상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구축되어 있는 기능들을 점검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2021년 7월부터 '착오송금반환지원제도(잘못 보낸 돈 되찾기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접수한 1만4717건의 착오송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계좌 또는 간편송금 계정에서 송금시 착오송금이 발생한 경우가 87.0%였다. 그중 스마트폰의 모바일 앱(모바일뱅킹 및 간편송금)을 이용할 때 발생한 경우가 64.5%로 대부분이었다.
또한, 송금 정보 입력 과정에서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66.8%)하거나, ‘최근 이체 목록’ 등에서 이체 대상을 잘못 선택(28.3%)해 착오송금이 주로 발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모바일뱅킹 및 간편송금 관련 앱의 착오송금 예방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에 주목하고 총 206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착오송금 예방 기능 구축을 추진했다.
지난 3월 착오송금이 많이 발생한 상위 10개 금융회사의 모바일 앱을 점검해 이체 시 송금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기능들을 확인했다. 이후 점검에서 착오송금 예방을 위해 필요한 기능의 모범사례를 마련하여 상기 10개 금융회사에 공유하고, 각각의 모바일 앱 보완·개선시 활용하도록 요청했다. 금융회사들은 모바일 앱의 보완·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추가로 자금이체가 가능한 금융회사 등 196개 사에 고객들의 착오송금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전파하고, 각자의 모바일 앱에 필요 기능이 구축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양 기관은 "향후 모바일 앱의 이체시스템이 개선되면, 금융회사에 따라 착오송금 예방 기능들이 구현되는 조건은 상이할 수 있으나, 착오송금 발생 가능성이 많이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소비자 스스로 기능들을 활용해 모바일을 통한 송금 시 계좌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바일 앱의 착오송금 예방 필요기능 보완·개선 현황을 확인하는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착오송금 예방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