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신세계 에르메스 입점, 명품 브랜드 대이동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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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신세계 에르메스 입점, 명품 브랜드 대이동 신호탄 되나
  • 백진
  • 승인 2016.02.25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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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상실한 면세점은 물론 기존 동화면세점까지 명품 브랜드 들썩
면세지형 변화에 명품 브랜드 콧대만 '우뚝', 사업자 경쟁력은 한없이 추락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에르메스 입점을 이끌어내며 면세점 간 명품 유치전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사진=김선호 기자/ 신세계 본점에 위치한 에르메스 매장 사진=김선호 기자/ 신세계 본점에 위치한 에르메스 매장

 

이미 문을 연 한화와 HDC신라를 비롯해 올해 상반기 오픈을 앞둔 두산면세점까지 명품브랜드 입점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신세계의 입점 소식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구체적인 매장 인테리어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하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빅 브랜드 하나가 들어오게 되면 경쟁 브랜드도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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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에르메스 입점에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공항매장이기 때문에 그나마 협상이 용이했던 것”이라며 “시내면세점 입점과는 다른 의미”라고 해석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루이비통 매장은 아직 신규 시내면세점 입점에 대한 의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국내 브랜드인 MCM 조차 신규면세점 입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점 구매담당 관계자는 “MCM이 최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신규 매장을 아예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며 브랜드 협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심지어 최근 면세업계에서는 명품 업체들을 둘러싼 면세점 업체들 간 줄다리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만료로 새로운 면세사업자와 계약할 가능성이 높은 명품 업체들 뿐 아니라, 코엑스점을 비롯한 중소중견 면세점에 있는 브랜드 매장의 변동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에서 영업 중인 루이비통이 문을 닫을 예정이며, 이 매장을 두고 HDC신라와 신세계가 줄다리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동화 관계자들이 매장철수만은 막기 위해 루이비통 쪽에 사정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동화면세점은 “틀린 내용이다.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영업해 온 자리인데, 영업력이 증명되지 않은 곳에 명품 매장들이 굳이 갈 이유가 없다”며 항간의 소문에 “사실무근”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명품 업체들은 매장을 빼는 순간까지 미리 사실을 알려온 사례가 없다. 일단 철수 소식이 알려지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매출면에서도 좋지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을 닫기로 결정나더라도 영업하는 마지막 날까지 폐점을 최대한 부인해 왔던 것이 명품 업계의 관례이기도 하다.

한 면세점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면세업체들이 완전 을이다. 명품 업체들로선 실제로 매장을 비울 의사가 없어도, 여러 업체들을 저울질 해 더 유리한 마진율과 입점조건을 얻어내려 한다”며 “동화 뿐만 아니라 롯데와 신라 매장에서도 명품업체는 언제든 유리한 조건에 맞춰 나갈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처럼 입점 계약 시 해외 명품업체들의 입지가 커지고, 국내 면세업계 협상력이 낮아지는 현 상황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기존에도 롯데와 신라는 명품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공사비와 인건비, 마진율 등을 조정해 왔는데, 정부의 신규면세점 설치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지난 22일 김낙회 관세청장이 강원과 부산 규제프리존에 신규 시내면세점 추가를 발표해 올해만 최소 2곳 이상의 특허공고가 나올 예정이라 명품 브랜드의 횡포가 더욱 극에 달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확대로 시장을 발전시킨다는 취지였으나, 되레 면세사업자의 부담이 더욱 커져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국내 면세점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며 “가뜩이나 5년으로 제한돼 브랜드 협상력이 낮아졌는데, 대책도 없이 올해 더 추가될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해외 명품업체들의 횡포 속에 면세점 사업자의 협상력 약화는 마진율 저하로 이어지고, 재고를 부담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결국 이는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오며, 가격경쟁력 저하로 국내 면세산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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