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면세점, 비현실적 예상임대료 제시…중소기업들마저 입찰의사 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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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면세점, 비현실적 예상임대료 제시…중소기업들마저 입찰의사 거두나
  • 백진
  • 승인 2016.02.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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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관광공사에 비해 높은 임대료 산정으로 중소중견 업체들 반발 커
업계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입찰 성공하더라도 손익분기점 넘기 힘들 것”

지난 18일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만 제 2국제여객터미널 출국장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으나, 높은 임대료 산정으로 인한 업체들의 반발로 입찰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자리엔 엔타스, 시티플러스 등 중소중견 면세기업과 일반 기업 등 중소기업 위주로 10곳이 참석해 항만면세점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크루즈 중국인 관광객의 입항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크루즈 중국인 관광객의 입항 모습

 

인천항만이 제시한 입찰예정가격은 24억 5,818만 3,000원으로 현재 1여객터미널에서 매장을 운영중인 엔타스면세점의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입찰예정가격은 공사가 제시한 최소 가이드 금액이다. 실제 입찰에서 낙찰을 받기 위해선, 최소한 이 금액 이상으로 제시를 해야 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그러나 1터미널과 비교해 여객수가 약 30% 적고, 면적도 1터미널은 1,224m2, 2터미널은 813m2 로 1터미널의 66%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 매출 1,387(한화 약 152억)만 달러를 기록한 1여객터미널 운영자 엔타스면세점와 비교해 관광공사는 매출액 852만 달러(한화 약 93억)로 1여객터미널의 61%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국제여객터미널 이전으로 옮기게 돼 운영기한도 짧다. 업계는 2여객터미널의 비현실적인 입찰예정 금액 산정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관광공사가 영업을 진행하던 2여객터미널의 공간과 매출 실적을 놓고 보더라도 이번 인천항 최저 입찰 금액에 대한 기준은 뭔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타스가 운영중인 1여객터미널 영업 공간의 66% 수준에 불과한 면적과 매출실적에서도 100억 원이 나오지 않던 공간에 1년 임대료로 24억 5천여 만원을 기준으로 입찰을 진행할 경우 입찰자가 선정된다 하더라도 임대료 부담이 너무 클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공사가 거둔 실적대로라면 약 100억 원의 매출 중 약 25%에 해당 하는 금액을 임대료로 인천항에 제공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임대료 걱정에 선뜻 어느 기업도 사업계획을 진행하기가 힘든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임대료 산정 시 공인된 용역업체를 통해 매출액과 여객 증가율 등을 감안해 추산한 결과”라며 “일반경쟁 최고가 입찰에 관해선 이미 인천세관과 관세청과 협의를 거쳐 인천공항과 비슷한 맥락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항만공사의 해명에도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광공사 면세점엔 연간 1억 1천 만원 수준으로 임대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입찰에선 위 금액의 몇 배가 높은 가격으로 최저 임대료를 산정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기업들은 이미 손익계산을 마치고 입찰참여 의사를 거둔 곳들도 있다.

공항면세점 입찰에 이어 항만면세점까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임대료 산정으로 출국장면세점의 입찰방식이 국내 면세업계의 성장을 저해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손익계산 데이터 분석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해외의 경우 입찰과정에서 최고가를 써낸 업체를 제외시키는 등 시장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그러나 높은 기준금액으로 오히려 공사가 최고가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소중견이 주로 운영하는 항만면세점인 만큼, 현실적인 입찰금액이 책정 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인천항 제 2국제여객터미널 면세점은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만 영업을 진행한다. 또한 현재 2개로 나뉜 국제여객터미널이 2019년 신축될 건물로 옮겨가 사업자 변경이 예고되고 있다. 롯데와 신라, 한화, 두산 등 대기업 면세점들은 입찰참여 의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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