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가 필요 없는 여행, 사막마라톤 세계최연소 그랜드슬램 ‘윤승철’ 무인도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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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가 필요 없는 여행, 사막마라톤 세계최연소 그랜드슬램 ‘윤승철’ 무인도로 떠나다
  • 김선호
  • 승인 2016.02.17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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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다쳐 스무살 될 때까지 5km 이상 못 걸었으나 사막, 남극까지 정복
‘부루마블’ 게임을 하다가 세 턴을 쉬는 ‘무인도’에 이끌려 실제 생존기까지

PO_002 사진제공: 윤승철 군/ 필리핀 팔라완 무인도에서 윤승철 군의 모습.

작년 대한민국 인재상에 뽑힌 윤승철(서울, 28) 군을 기자가 만났다. 그는 사막마라톤(아타카마, 고비, 사하라, 남극) 그랜드슬램을 세계 최연소로 달성했다. 이를 계기로 ‘달리는 청춘의 시’ 책을 저작하게 됐으며, 이후로 실크로드 탐험대를 이끌며 땅으로 바다로 비단길을 탐사했다. 현재는 ‘부루마블’ 게임을 하다가 발견한 ‘무인도’에 빠져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생존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등반의 역사를 쓴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까지 다녀온 윤승철 군은 기자에게 “여행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막상 가게 되면 후회도 하게 되지만 발이 먼저 세계로 향한다”고 설명한다.

집에서 TV로 해외여행을 즐기는 기자와 발로 세계를 누비는 청춘 윤승철 군과의 일문일답을 시작한다.

▶ “무인도에서 생존이 ‘견딘다’는 의미가 아니다”

PO_003 사진제공: 윤승철 군/ 무인도에서 스스로 낚시한 물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있는 모습.

기자: 왜 힘든 여행을 택하게 됐는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해외에서 ‘생존’해야 될 정도로 힘든 여정의 매력은 무엇인가?

윤 군: 중학생 때 발목이 돌아가 정강이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왼쪽 발의 성장판까지 다쳐 반대편 오른쪽 발에 성장을 멈추게 하는 주사를 맞아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대학생 때 교수님이 소설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주었고, 내가 잘 뛰지를 못하니 ‘소설 주인공만큼은 잘 뛰고 잘 달리는 사람으로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료를 찾다가 사막을 뛰는 프로그램을 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기자: 여행의 계기는 좋지만, 계속 하다보면 후회하지 않는가?

윤 군: 재활치료부터 군대 시절까지 사막마라톤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은 3년 반이었다. 그리고 사막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이 구해준 방을 빼 보증금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간 사막에서 길고 긴 레이스가 시작됐다.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에 왈칵 눈물도 났지만...첫 레이스 골인지점에선 오버페이스로 기절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시 한국에 왔을 때 다시 발이 먼저 움직였다. 그 ‘끌림’을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해본 사람은 안다.

기자: 사막과 남극 레이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윤 군: 허허벌판인 사막에서 용변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생각난다. 저 멀리 뒤에서 여자 선수가 쫓아오고 있어 용변을 참고 앞서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레이스를 하다가 조금 전 인사를 하고 앞서 달리던 그 여자선수가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볼일을 보는 것이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그때 첫 레이스라 여러 광경들이 다 새롭게 느껴졌지만 며칠이 지나자 모든 게 자연(?)스러워졌다. 누가 어디서 뭘 하든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시 원초적 동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남극에선 펭귄의 변을 맛 보는 일까지 벌어졌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남극 마라톤이 끝날 때쯤 신난 마음에 남극 얼음과 과일 통조림을 비벼서 ‘우걱우걱’ 먹었다. 근데 그 얼음이 녹자 현지 동물들의 배설물에서 깃털까지 눈에 띄었다. 그 날은 실제로 배에 탈이 나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남극에서 얼음을 퍼다 먹을 땐 조심해야 한다. 때문에 남극 마라톤에서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PO_004 사진제공: 윤승철 군/ 무인도로 떠나고 있는 모습.

기자: 아타카마, 고비, 사하라, 남극 레이스를 정복하는 동안 극한의 상황을 겪고, 실크로드 탐험대를 하며 고생하고, 이제는 ‘무인도’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왜 자꾸 험한 여정을 떠나는 것인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펙으로 보면 충분하지 않은가?

윤 군: 스펙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힘든 여정이지만 그걸 ‘견딘다’라고 표현하거나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에겐 생소하다. 그 상황에 놓이면 ‘견뎌낸다’라기 보단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나’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무인도에서 생존하며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어디서 낚시를 해야 되고, 언제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는 지를 본능적으로 깨닫게 된다. 나는 그런 게 좋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고, 이뤄냈다는 점. 그리고 ‘생각’이 아닌 오직 ‘본능’에 맡겨진 순간들이 좋다.

기자: 생각보단 본능에 맡겨진 순간들...‘탐험소설’ 작가를 꿈꾸는 것으로 아는데 그러면 생각을 많이 해야 되지 않는가?

윤 군: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생각의 방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나는 ‘본능’이라는 것에 더 충실한 것 같다. 논리나 고찰보단 순간순간 피부로 와닿는 경험들이 더 많은 소재를 제공할 때가 많다. 그리고 무인도에서 ‘멍’하니 별이 떠있는 하늘을 보다보면 뭔지 모르게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모든 여행의 시작은 대단한 결심을 필요로 하진 않았다. 해보고 싶은 것을 다만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

PO_005 사진제공: 윤승철 군/ 무인도에서 뗏목을 만들고 있는 모습.

기자: 지금 진행하고 있는 ‘무인도 여행’에 다른 사람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윤 군: 이번으로 7기를 맞는 ‘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는 기획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요즘 매달 한 번씩 필리핀에 있는 팔라완 무인도로 떠나고 있는데, 처음 무인도를 시작하게 된 것은 ‘부루마블’ 게임을 하다가 세 턴을 쉬게 되는 ‘무인도’ 칸에 걸리면서 부터다. 집을 사고 호텔을 올리며 상대방의 게임자금을 없애고, 또 똑같이 나도 조심하면서 주사위를 던져야 했다. 그런데 ‘무인도’에 걸리자 안도와 편안함이 몰려왔다. 세 턴을 쉬는 동안 마치 현실의 숨막히는 경쟁에서 벗어나 안도하며 쉴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 필리핀 팔라완 섬에 가서 생활을 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글이 이어졌고, 나는 단지 다음 일정을 공개하고 해당일에 모이면 된다고 하자 15명이 실제로 모였다. 그게 ‘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의 시작이 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만 미친게 아니구나’라고.

기자: 마지막으로 무인도에서 생존하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윤 군: 특별히 필요한 것은 없다. 모두 현지에서 구할 수 있다. 식량도 물품도 말이다. 그래서 여행자금도 항공권만 있으면 될 정도다. 그렇지만 요즘 무인도에 갔다오면 주변에서 피부가 너무 엉망이 됐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아무래도 햇빛이 강하다보니 자외선 차단제는 발라야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적이다. 아무리 무인도 생존기라고 하지만 시력 보호를 위한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요하다.

그래서 기자는 예정된 무인도 생존 여행을 곧 떠나게 되는 그에게 썬크림을 들려 보내려 한다.

윤승철 군에게 세계는 마치 한 번씩은 보고 느껴야 하는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는 ‘보물 창고’와 같다. 여행담을 얘기할 때마다 그의 눈앞엔 장면장면들이 스쳐지나가는 듯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신세계에 온 것 같다는 윤승철 군. 그는 해외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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