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 닫는 워커힐면세점, 중소업체 망하든 말든 갑질횡포 극심...‘나도 망하니 너도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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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문 닫는 워커힐면세점, 중소업체 망하든 말든 갑질횡포 극심...‘나도 망하니 너도 망해라'?
  • 백진
  • 승인 2016.01.18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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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매장 공사비용부터인건비작년에 주문한 신상품 대금 등 모두 업체에 떠넘겨
SK네트웍스브랜드와 책임 공방 전쟁 벌어져...관세청 "대기업, 소탐대실의 우 범하지 말아야"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처럼,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운영권을 빼앗긴 후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덜 손해 보기 위해 힘이 약한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대기업의 행태가 포착됐다.

w345 사진=김재영기자/ 워커힐면세점

폐점을 앞두고 특허권 상실로 인한 손실을 중소 브랜드 업체들에 떠넘기고 있는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 그 주인공이다. SK워커힐면세점은 면세 특허 상실로 2월 16일까지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만일 재고 물량을 다 소진하지 못할 경우 5월 중순까지 영업종료를 연기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자사의 면세점 영업종료에 따른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점했던 중소업체들과 마찰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워커힐면세점에 입정해 있던 많은 브랜드들이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해 기존 매장의 리노베이션과 영업면적 확장공사 중이었다.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2016 S/S(봄/여름)시즌을 대비, 특허 심사 이전에 브랜드 본사에 신상품 주문도 모두 끝냈다. 11월 워커힐면세점 특허권 수성 실패로 인해 기존에 진행됐던 모든 영업행위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특히 신용으로 거래를 이어오던 중소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들의 피해액은 각각 5~10억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더구나 이들이 투자의 개념으로 매장 공사에 들인 비용만 50억 원이 넘는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엔 발주한 신제품을 비행기로 배송해 왔는데, 관세법상 워커힐면세점은 11월 16일 이후 물건 반입이 불가능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반송시켜버렸다. 이로 인해 해외 브랜드 본사도 난리가 났고, 국제운송비와 피해보상을 주문한 국내 중소업체들이 다 물어주게 생겼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큰 금액이 아닐 수 있지만, 작은 중소업체들에겐 생존이 걸린 큰 돈이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세청에도 문의해봤지만 허사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관세청에서도 계약조건과 상황에 따라 물품입고를 허용해주기도 한다는 답변을 들어 이를 SK측에 내용증명으로 보냈지만,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며 “결국 면세점 계약서를 핑계로 주문 및 손실에 대해서는 업체들에게 모두 떠넘기고 조용히 마무리할 심산 아니냐”며 억울해 했다.

보통 면세점은 유통업계 내에서 유독 브랜드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명품브랜드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매장 인테리어비용부터 직원 인건비까지 면세점이 비용을 부담하는 글로벌 빅 브랜드와 달리, 작은 중소업체들은 입점 계약 때부터 계약조건, 대금결제방식까지 꼼꼼하게 면세점이 유리한 계약방식을 고수한다.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면세점들이 요구하는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입점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특허권 상실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결국 중소업체가 피해를 입는 구조가 돼버린 것이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면세점이 제품 매입시 신용장거래(Letter of Credit) 방식을 많이 채택하는데, 보통 루이비통이나 샤넬, 에르메스등과 같은 글로벌 빅 브랜드 아니면 잘 해주지 않는다. 이유는 면세점들이 담보도 잡혀야 하고, 거래과정에서 은행 수수료도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브랜드가 약하거나, 작은 업체들의 경우엔 국내 브랜드 대행업체에서 외국 브랜드에 미리 주문해, 제품이 해외에서 국내 면세점 창고로 입고된 것이 확인된 후 때마다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SK는 현재 여러 브랜드에 이미 몇 달 전 발주한 상품의 입고조차 막은 상태다.

백화점과는 달리 모든 재고를 사입하는 구조인 면세점은 영업종료일까지 재고 물품을 모두 판매하지 못하면 해당기업의 막대한 손실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현재 워커힐면세점의 손실액은 리노베이션 공사비용을 포함해 약 2,000억 내외로 추산돼 왔다. 그 중 대부분이 장소 확장 리모델링 비용과 재고물품, 명품브랜드 공사비용 등이다. 때문에 영업종료에 따른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계약조건에서 약점이 많은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철저한 ‘갑’의 행태를 보이는 것. 국내 기업들의 전형적인 갑을관계 구조가 특허 사업으로 분류된 면세점에도 여실히 적용되는 모양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이란 것을 믿고 거래해 왔는데, 이런 식이라면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면세점에 매장을 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것은 중소중견 뿐 아니라 모든 브랜드가 다 마찬가지”라며 “투자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는 측면으로 봐도, 같이 고민해야지 왜 우리에게만 모든 짐을 떠넘기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워커힐면세점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워커힐면세점의 태도에 관세청도 딱히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관여할 수 부분이 없고, 당사자들이 협의로 풀어나갈 문제”라고 전했다. 다만 “면세점 사업은 해외 브랜드와 얽혀있고, 그만큼 국가의 신뢰도나 위상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관세청에서도 중소업체와의 상생노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허 탈락 이후 SK네트웍스의 행보가 아쉽다”고 지적하며 “작은 것을 취하고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의 우 범하지 않도록 면세점 사업자들이 브랜드들과 잘 협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얼마 전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인사에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활성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한 SK네트웍스는 특허심사 당시 2,400억 원이라는 사회환원기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신년사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힘없는 이해관계자의 하나인 중소기업 구성원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자연스레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유기적 협업체계 강화를 바란다”는 바람에 진정성은 있는 것인지 의심될 수밖에 없다. SK네트웍스는 이번 사태로 중소기업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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