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 대출 이자 내려면 매달 지점 방문하라는 은행…디지털 시대 맞나요 [KDF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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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 대출 이자 내려면 매달 지점 방문하라는 은행…디지털 시대 맞나요 [KDF 시선]
  • 김상록
  • 승인 2023.05.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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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제공

디지털화를 내세우는 은행이 일부분에서는 이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해 모친의 장례를 치렀다. 이후 모친이 생전 A은행에서 받은 담보대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매월 10만원이 조금 안되는 대출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인 만큼 당연히 인터넷 뱅킹을 통한 이체가 가능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피상속인 즉, 사망한 모친의 명의로 된 대출이기 때문에 상속인 자격의 기자가 직접 지점에 방문해서 납부를 해야하는 것이었다. 이자를 납부하러 매달 시간을 따로 내 은행에 방문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6개월 가까이 반복하고 있다.

답답한 나머지 A은행 상담센터, 지점, 민원센터에 각각 문의한 결과 방문 납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자 납부가 연체되거나 통장이 압류가 됐을때는 가상계좌 발급을 통해 이체 처리가 가능하지만, 그것 때문에 연체를 시키거나 압류가 되는 상황까지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원센터는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이고, 소유권도 피상속인 명의에서 상속인 명의로 이전했지만 대출은 인수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는 인터넷 뱅킹 혹은 가상계좌로 이자를 납부할 수 없다고 했다.

그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채무인수를 신청하는 쪽으로 안내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서류를 지참해서 지점에 방문해야하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 인수를 해도 좋을지를 심사하는 데 몇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또 피상속인 대출 상환을 조건부로 해서 신규 대출 상담을 받을 수는 있다고 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고객 편의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지극히 은행 기준에 맞춘 업무 처리 방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민원센터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문의하는 경우가 별로 없나'라는 물음에 "대부분 채무 인수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한 지점 직원은 대출 이자를 가상계좌로 이체 납부 할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시스템 개발이 안됐다, 그렇게 해서 지점에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마치 다들 그렇게 하니까 군말 없이 방문해서 납부하라는 말로 들릴 지경이다.

시스템의 방향은 다수의 흐름과 선호도에 따라 갈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대부분 채무 인수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민원센터 관계자의 말처럼 이런 문제로 불편함을 느끼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자를 직접 납부하러 가는 것이 번거로워서라도 채무 인수를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은행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말만 번지르르하게 고객 편의를 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세심한 부분에서 고객을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김상록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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