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범진 브이캣 대표 “디자이너는 디자인해야...광고제작은 AI에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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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범진 브이캣 대표 “디자이너는 디자인해야...광고제작은 AI에 맡기면 된다"
  • 박주범
  • 승인 2023.04.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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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한 이벤트 배너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분명 제가 부탁한 광고 콘셉트는 이게 아닌데..."
"맨날 같은 이미지 붙이고, 뻔한 문구에 그냥 왼쪽 오른쪽 위치 바꾸고 인물 크게 하거나 작게 하고...어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죠" 

모두 현직 이커머스 종사자들의 말이다. 회사 내 이벤트 광고나 홍보 배너 등의 제작을 담당하는 디자인부서에 관한 내용이다.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는 디자인실에 배너 제작을 요청하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콘셉트의 딱 떨어지는 결과물을 받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디자인부서는 그 부서대로 불만이 적지 않다. 소비자의 입맛은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 이상으로 오전 오후 날씨처럼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변하곤 한다. 그 입맛을 끌어 당겨야 하는 마케팅 담당자는 디자인실에 각기 다른 콘셉트의 배너를 요청하고, 쌓이고 쌓이는, 그렇고 그런 온라인 요청서에 짓눌리는 삶이다. 디자이너는 지쳐 간다.

단순 작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인 결과물이 나오는 배경이다.(디자이너와 디자인실이 단순 작업만 한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업무보다는 현업의 요청을 빨리 처리해야만 하는 현실을 표현한 것뿐입니다)

온라인 배너 광고 생산을 '한큐'에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그것도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회사 직원이면 누구나 광고배너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는 회사다.

통상 한 온라인쇼핑몰이 제작하는 한 달 배너가 적게는 3000개에서 많게는 5000개가 넘는다.

브이켓을 운영하는 파이온코퍼레이션 정범진 대표. 오른쪽 회이드보드 그림은 한 직원이 그린 동료들의 캐리커쳐들. 잘 살펴보면 정 대표의 모습은 없는(?) 듯하다. 사진=박주범 기자
브이켓을 운영하는 파이온코퍼레이션 정범진 대표. 왼쪽 화이드보드 그림은 한 직원이 그린 동료들의 캐리커쳐들. 잘 살펴보면 정 대표의 모습은 없는(?) 듯하다. 사진=박주범 기자

"이 시장이 세계적으로 100조원이 넘고, 한국은 전세계에서 최첨단의 쇼핑몰을 운영 중인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배너나 간단한 온라인 영상 제작에 각 회사들은 엄청난 디자인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 한국이나 세계적으로 '모바일광고 자동생성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브이캣을 운영하는 파이온코퍼레이션의 정범진 대표의 말이다. 브이캣은 생성 AI 기술을 적용해 제품 온라인 주소(URL)를 입력하면, 제품과 연관된 다양한 영상 및 이미지를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도깨비방망이다. "광고 나와라, 뚝딱!" 하면 광고가 나온다.

염려스러운 점이 있다. 프로그램이 광고를 죄다 만들면 지금 있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

정범진 대표는 "고객사인 A쇼핑몰은 디자이너가 50여명이었는데, 브이캣을 도입한 후 상당수의 인원이 광고배너 제작에서 손을 뗐다. 그 직원들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본연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전사 차원의 디자인 통일성, CI, BI 업그레이드 작업, 홈페이지나 공식 SNS에 대한 디자인 등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장에는 일정 부분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고, 영업은 영업을 하고, 마케팅은 마케팅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 않냐는 반문이다.

브이캣은 5년 정도의 짧은 업력에도 롯데온, 네이버쇼핑, 카페24 등 굵직한 커머스 회사들과 SSF샵, LF몰, 엠엘비, 디스커버리, 널디, 잇미샤 등 패션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월 100만원 정도였던 수입도 1억원을 넘을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브이캣이 이미지, 영상 등을 자동생성하고 있다. 브이캣

"회사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다를텐데"

"폰트부터 사이즈, 특정 문구, 컬러, 규격, 모양 등 수 십가지 정도를 맞춰야 한다. 이 부분은 우리 개발자들이 고객사에 맞게 다 맞춰서 납품한다. 물론 나중에 수정되고 변경되는 내용은 그때 그때 A/S도 다 해준다. 현재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고객사는 컬러나 폰트 등 특정 요소뿐 아니라 전반적인 요구가 있을 듯하다. 이를테면 자동 생성하는 단계를 좀 줄여달라는지 하는 등"

"브이캣이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목적지 중의 하나인데, 회사 직원이면 누구나 온라인 광고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어느 대표님은 마케팅 직원이 이벤트 성격에 맞는 광고를 직접 만들고 사이트에 올려 실시간으로 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요청한 적이 있다. 어차피 이 방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이분의 요청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브이캣이 자동생성한 다양한 광고들
브이캣이 자동생성한 다양한 광고들. 브이캣

국내 시장에만 국한해도 브이캣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의 고객사들로부터 얻는 수입이 월 1억원이라면, 조만간 월 2억, 5억, 10억이 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올해 초 파이온코퍼레이션은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 디지털 광고시장의 20배에 달하는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 대표는 "요즘 침체된 투자 시장에서도 10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성장 가능성은 물론 해외 확장성에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유연한 인력구조로 인해 비즈니스에 자동화를 적용하고자 하는 요구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다른 것 보여 주실 것이 있나요?"

"이게 조만간 선보일 서비스입니다. 지금의 브이캣은 자동 생성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원하는 규격, 배경, 특정 이미지 등등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그냥 '발랄함' '농구' 등 키워드 한 두 개로 배너와 영상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엄청 간단해지는 거죠. 임직원 누구나 광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그 대표님의 요구가 실현되는 거죠"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해 브이캣을 설명하자면, 브이캣(VCAT.AI)은 생성 AI(Generative AI)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배너 광고 및 영상을 제작하는 기업간거래(B2B)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어려운 용어든 쉬운 말이든 브이캣에 염려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제조업 등 여타 다른 업종보다 카피가 수월하다. 100조원 시장에서 브이캣 한 곳만 유아독존할 수는 없다. 인터뷰 내내 이 점이 우려스러웠다.

정범진 대표는 '대기업 박차고 나온 이유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부터 '배경'보다는 '대세'를 따르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굴지의 건설사에 이직하고 1년인가 2년 후에 건설경기가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는 안정적일 수 있을지 몰라도 회사가 속한 산업 자체가 불안정하면 그 자리가 허상이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습니다"며, "'산업이 안정적이어야 한다'에서 시작한 생각은 '성장하는 산업, 대세를 따르는 기술을 택하자'는 생각까지 미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갖고 있는 기술은 이미지나 영상 자동생성 시장이 있는 한 먹힐 것이라 확신합니다"라고 답했다.

굴지의 식품회사들이 OOO비빔면을 만들어도 팔도비빔면은 굳건하고, OOO초쿄파이를 생산해도 오리온 초코파이만을 찾는 이유를 브이캣에서 찾았다.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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