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모두 돌려까기의 匠人,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展 [kdf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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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모두 돌려까기의 匠人,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展 [kdf exhibition]
  • 이수빈
  • 승인 2023.02.0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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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을 비롯해 모든 권위, 교황, 모친, 경찰 등 돌려 까기
일상·전통적 권위에 대한 작가의 낯선 해석 풀어낸 작품들
관람객은 '피식'거릴 수 있는 웃음으로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카텔란의 해석
마우리치오 카탤란 'WE' 전시회, 2023년 7월 16일까지

리움 미술관에서 2023년을 여는 첫 전시로, '발칙한' 혹은 '도발적'이란 단어가 절로 연상되는 전시회를 준비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WE' 전시회다. 오프닝 한지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된 전시회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북적인다.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일상성을 비틀어 놓은 '낯설게 하기', 예술계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으로 '예술계의 이단아, 광대, 장난꾸러기'로 불린다. 그의 작품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국민의 대부분인 가톨릭 신앙을 가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작가. 아들에 대한 지극한 모성이 대한민국 저리가라인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카텔란은 교황도, 자기 얼굴의 여자 버전인 모친도 국가, 경찰, 자기자신조차도 밉지 않은 유머로 희화화한다.

보통 교황과 어머니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지구적인 권위와 사랑, 자기희생의 상징성은 저 멀리 가버린다. '운석에 맞아도 예수님 십자고상을 굳건히 들고, 영대를 두른 채 누워있는 바오로 2세 교황'은 눈을 감은 채 '묵상'하는 듯 보인다.

'냉장고에 들어앉아 있는 카텔란의 여자 버전 얼굴을 엄마' 냉장고 문을 빼꼼히 열고, 누군가 들어오면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놀라게 해 줄 결심을 한 엄마다.

제복은 권위다. 미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뉴욕 경찰 제복을 입은 '프랭크와 제이미'는 머리로 서 있다. 그들의 바짓가랑이는 중력의 힘으로 허공에 붕 떠 있다. 그중 제이미는 '아메리칸 뷰티'로 불리는 금발에 푸른 눈이다. 

작품명 나이트, 검게 칠한 벽, 별이 부조로 장식돼 있고, 실제 총알 자국이 수십 개가 상흔처럼 펼쳐졌다. 미국 성조기다. 총 구경에 따라 실탄 자국의 사이즈는 각각 다르다. 

한때는 세계의 경찰로 지구 곳곳을 누비던 미국의 영광은 팬데믹 이후 예전의 권위와 영광에서는 멀어진 모습을 보였고, 총기 소유 자유화 국가의 문제점을 국민의 희생으로 필요 이상 드러내고 있다. 

다소곳이 무릎을 꿇은 니삭스에 구두를 신은 양갓집에서 자란 소년의 뒷모습, 옆에서 앞으로 돌아가서 보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콧수염 하면 생각나는 작품명 '그'다. 손은 깍지 낀 기도 손인데 눈은 '발칙하게 어쩌라고?' 하는 표정이다. 

이 발칙한 표정은 또 있다. 리움 미술관 1층 벽에 올라앉은 '양철북' 소년, 영화에서 본 기괴함이 느껴졌던 양철북 소년은 조형 작품으로 변해 '발칙한 반항기' 표정으로 일정 시간에 양철북을 치며 관객들을 내려다본다. 이 양철북 소년상은 올려다 봐야만 제대로된 반항기어린 표정을 볼수 있게 전시돼 있다.

교황도, 국가도, 모친도 이 단어의 상징성도 냉소로 비틀어버린 작가 마우리치오, 그 자신은 어떻게 희화했을까!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도 만만찮은 웃음을 준다.

미술관 바닥을 뚫고 올라온 카텔란. 이 작품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반 뵈나겐 박물관에 17세기 네덜란드 국보급 작품들이 전시된 곳에 처음 선보였다고 한다. 루벤스와 반다이크의 국보급 작품이 있는 전시관 바닥을 뚫고 올라온 이방인 카텔란. 정통 예술을 비틀어 놓은 도구로 자기 자신을 활용한 돌려 까기. 또 미술관 바닥재까지 작품세계로 소화하는 재미있는 시도들.

이것은 카텔란 전시회 입구를 지나자마자 벽에 걸려있는 작가상. 책걸상에 앉아 양손에 연필이 박힌 채 앉아있는 소년 카텔란. 양손에 못이 박힌 예수님이 연상되는.

이들 작품에서 예술계가 작가에 거는 기대 또는 평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에게 행해지는 무언의 폭력에 대한 돌려 까기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가의 시도가 읽힌다.

많은 아이가 즐겨 읽었던 동화, 결코 도착하지 못했을 '브레멘 음악대'의 동물들, 그 실체인 본(Bone)들, 미술관 입구부터 누워있는 노숙자. 일상속의 모든 것들을 카텔란은 전형적이지 않은 낯선 코드로 해석했다.

카텔란의 무엄한 시도들은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작은 반항심들을 들쑤신다. 작품들을 통해 동조를 불러일으킨다.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들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소개된 38점들은 대부분 이런 자조, 권위에 대해 비틀린 유머와 냉소를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작품이 하나 있다. '모두'란 작품은 2007년에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이다. 흰 대리석은 소청으로 변하고 조형물들은 얼마 전 이태원에 있었던 비극적인 주검들을 연상케 한다.

작품이 제작된 시기는 대한민국의 사연과는 다를지라도 작품을 보는 관객의 눈은 오늘의 현실을 반영한다. 흰 대리석에 표현된 실체들은 포즈도 각각, 실루엣도 각각이다. 

좌.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품 '모두' 중 일부분. 우. 주세페 산마르티노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1753년)/ '미의역사', p.233,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흰 대리석의 작품을 보다 보면 주세페 산마르티노의 '베일을 쓴 그리스도(1753)'를 보는 듯, 그 안을 비추어 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가인 자신을 비롯해 많은 작품 대상들이 갖는 상징성과 권위에 대해 비틀어 보기. 예술작품들 감상할 때조차 사조, 주의, 작가의 세계관, 작가주의, 작품성, 예술관, 등등 관람객을 피로하게 하는 여러 가지 엄숙주의에서 벗어난 그의 작품들. 관객이 직관하면서 얻는 유머, 낯섦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다.

단, 한가지 그의 작품 중 대다수 인물상은 에폭시 수지들로 만들었는데 작품활동 시 환경문제는 어떻게 풀어갈까?

글·사진 이수빈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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