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입찰 관전기] 결산 - 면세점의 '신세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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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입찰 관전기] 결산 - 면세점의 '신세계'가 열린다
  • 조 휘광
  • 승인 2018.06.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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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점유율로 명실상부한 빅3 위치에 올라
과감한 베팅전략 주효했지만 임대료 부담 큰 짐


▲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신세계듀티프리가 두 곳 모두 싹쓸이 하면서 업계에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신세계가 유통 강자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면세점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주인공이 됐다. 두달여 기간동안 면세점 시장을 달궜던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2개구역을 독차지하게 됐다. 경쟁자였던 신라면세점을 압도하는 임대료를 적어 낸 것이 주효했다.


◆ 승기를 잡은 것은 역시 가격

관세청이 공개한 배점표에 따르면 DF1의 경우 신라는 총점 815.6, 신세계는 879.57을 기록해 약 64점 앞섰다. 승부를 가른 배점은 '운영자 경영능력'이었다. 신세계가 473.55점, 신라가 397.1점으로 여기서만 76점이나 더 받았다.사업의 지속 적정성 및 재무 건전성 및 투자규모를 평가하지만 사실상 입찰 금액이 좌우하는 항목이다.


DF5 총점도 신세계는 880.08점, 신라는 807.51이다. 이 역시 '운영자 경영능력' 항목에서 차이가 났다. 이 점수는 인천공항공사 심사 때 결정한 점수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전체평가 점수의 50%에 달한다. 운영자 경영능력 500점 중 400점을 차지해 1000점 만점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임대료, 양날의 칼 될 수도

신세계가 과감한 베팅으로 이번 사업권을 싹쓸이했지만 임대료는 양날의 칼이다. 공항의 최저입찰금액보다 60% 이상 많이 써낸 신세계로서는 막대한 임대료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이번 입찰대상이 된 면세점 구역에서 임대료 부담 때문에 철수한 롯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승자의 저주론'이 일찌감치 나온 이유다.


일부 증권사들이 면세점 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앞다퉈 높였지만 신세계 주가는 최근 하락했다. 인천공항이 신세계와 신라를 사업자 후보로 선정해 발표한 5월 31일 이후 22일까지 신세계 주가는 44만5000원에서 39만1500원으로 12% 빠졌다. 투자자들은 임대료 부담 등 사업성을 우려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호텔신라 주가는 같은 기간 12만4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흑색선전 난무한 입찰 레이스

막판까지 두 회사를 상대로 한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것은 옥에 티다. 신라에 대해서는 독과점 논란이 신세계에 대해서는 직원 밀수 전력이 구설에 올랐다.


독과점 논란은 신라가 낙찰되면 인천공항 내 면세점에서 향수/화장품을 90%이상 독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공정위에서도 나중에 문제가 되면 조사를 하겠지만 당장은 조사할 이유가 없다고 했음에도 끝까지 신라의 결격사유로 따라다녔다. 신라는 공정거래법상 3개 사업자가 75%이상 점유시 독과점 대상이 되는 만큼 신라나 신세계 누가 되든 독과점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점점 더 치열한 경쟁구도 때문에 가격 등으로 소비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독과점의 문제가 나타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반론을 제기했지만 큰 효과를 못봤다.

신세계를 괴롭힌 직원 밀수 전력은 부산 센텀시티점 직원이 면세품을 해외로 빼돌린 후 다시 국내로 들여와 지난 3월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다. 신세계는 사건 당시 부산점은 신세계디에프와 법인이 다른 신세계조선호텔 소속이었기 때문에 관계 없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신세계는 공항면세점 운영능력에서 신라에 뒤진다는 약점도 거론됐다.


뚜렷하지 않거나 철 지난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는 점에서 감정의 골도 상당히 깊을 것으로 우려된다.


◆ 하반기 시내점 추가 개설 무한경쟁 가속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다시 오고 하반기 시내면세점 2곳이 추가로 문을 열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새로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코엑스점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


신생 면세점들은 고객을 끌기 위해 각종 이벤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불가피하다. 높은 송객수수료를 주고 고객을 유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업계 전반의 송객 수수료율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송객수수료는 고객을 데려오는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면세점 대기업들은 작년 상반기 5조9313억원 매출 가운데 8.2%에 해당하는 4906억원을 송객수수료로 지불했다.


점유율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롯데 역시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을 제공하며 손님을 끌게 될 것이고 다른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면세업계 분위기다.


바야흐로 면세점의 춘추전국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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