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한조치에도 ‘보따리상’ 대량구매 이어져
각 면세점 옮겨 다니며 구매…현장 통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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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면세점에서 1인당 구매수량 제한조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사드한파’로 인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으나 면세점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상승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보따리상’에 의한 면세품 대량구매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매수량 제한은 K-뷰티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에서도 실행되고 있었으나 지켜지지 않은 만큼 이번도 무의미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아모레는 설화수·라네즈·헤라·아이오페 브랜드는 상품별 최대 10개 구매수량 제한을 5개로 줄이며, 구매제한이 없던 프리메라·마몽드·리리코스도 최대 10개 제한이 신설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부터 수량구매 제한이 있던 후·숨 브랜드에서 상품별로 수량제한을 강화했다. LG생건은 “기존 10개까지 구매할 수 있었던 후, 숨 브랜드에 대해 공진향 3종, 숨 워터풀 3종 세트제품 2개 상품에 대해 최대 5개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주요 판매 품목의 구매수량 제한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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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선호 기자/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설화수 매장 전경.

면세점에서 화장품 품목은 지난해 6조 2,733억원이 판매돼 전국 면세점 총매출 중 51.1%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2015년도엔 LG생건 ‘후’와 아모레 ‘설화수’는 면세점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해 면세점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사드한파’로 인해 지난해 면세점 매출에서 63.3%를 차지하는 방한 중국인이 급감하자 면세점에 보따리상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측에선 ‘보따리상’으로 인해 대량의 면세품이 중화권으로 넘어가 현지 정식수입 물품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면 국내·외 시장 교란이 일어나며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매 수량제한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면세점 측에서 매출 유지를 위해 보따리상을 조직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적도 일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관계자는 “브랜드의 구매수량 제한조치는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매장 현장에서 보따리상의 대량구매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강화조치 또한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11일 관세청은 면세점에서 대량구매로 인한 문제가 계속되자 화장품·가방·시계·보석 품목에 대해 외국인 판매물품 현장인도 수량제한(향수·화장품 50개, 가방·시계 합산 10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외국인의 면세점 이용 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국산품에 한해 현장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량구매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등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면세업계 내에선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가운데 보따리상이 없는 이상 매출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지론이 됐다. 때문에 서울·제주 지역의 면세점 매장에선 보따리상 구매가 확정된 날에는 대형봉투에 대량의 면세품을 담는 것이 업무 중 하나가 됐다. 또한 보따리상은 구매수량 제한이 있어도 서울 지역의 경우 시내면세점이 2배 이상 늘어나 각 매장을 돌며 면세품을 구매, 현장 인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형태로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을 섭외해 항공권을 예매한 뒤 면세품 구매 후 취소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여행사·가이드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는 자정 수준을 넘어섰으며, 보따리상에 의한 면세품 대량구매는 일상화된 부분이 있다”고 전했으며, 관광객을 안내하는 관광통역안내사 또한 “면세점 현장에 가면 대량으로 면세품을 구매하는 보따리상을 많이 볼 수 있다. 면세점에서의 근절 노력이 아니라 제도적인 해법은 없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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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